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67)이 부인과 10대 아들을 위장전입시키는 수법 등을 동원해 전국 개발요지 19곳에서 아파트 및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위원장은 장관급 정무직인사인 동시에 그동안 법률-시민-언론단체 등에서 활동해온 대표적 시민사회운동가였기 때문에 파문의 강도는 '이헌재 파동' 때보다 한층 클 전망이다.
***최영도 위원장, 시가로 백억대 부동산갑부**
17일 시중에 배포된 월간 <신동아> 4월호는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부동산 투기 의혹'이라는 기사를 통해 "최위원장이 부인은 물론 10대 아들까지 불법 위장전입하는 등의 수법으로 서울 강남, 경기 용인, 제주 등 전국의 개발요지 19곳에서 당, 상가, 아파트를 사들였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최 위원장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내역에 따르면, 최위원장은 본인과 부인, 장남의 재산이 총 63억6천3백만원이라고 신고했다. 둘째아들과 세째아들의 재산내역은 고지를 거부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보유 총액은 전국 19개소에 모두 54억9천6백만원으로,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서울, 경기, 강원, 제주 등의 12곳으로 신고액은 42억8천만원이었고, 부인 명의로 돼 있는 곳은 서울, 경기 3곳에 2억3천8백만원, 장남 명의는 서울, 경기, 제주 4곳에 9억7천3백만원이었다.
우선 최위원장은 본인 명의로 서울의 경우 강남구 역삼동 대지(신고액 9억8천4백만원), 서초구 방배동 대지(2억5천3백만원), 강동구 상일동 임야(2억5천3백만원), 서초구 서초동 서초빌딩 상가(12억9천3백만원), 서초구 반포동 빌라(7억5천6백만원) 등 강남 요지에 5곳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제주시 아라1동 과수원(2억2천9백만원)을 비롯해 아라1동 임야(7천4백만원), 아라1동 밭(2천6백만원), 아라1동 임야(4백만원) 등 5곳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밖에 경기도에는 용인시 기흥읍 신갈리에 임야(1억5천4백만원)과, 강원도에는 속초시 설악동 콘도(2천만원)와 횡성군 둔내면 콘도(4백만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부인 명의로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대지(4천9백만원)를 비롯해,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논(4천8백만원)과 밭(1억4천1백만원)을 보유중이다.
장남 명의로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4억7천만원)을 비롯해 서초구 방배동 대지(4천9백만원),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임야(4억3천만원),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밭(2천6백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 위원장 가족은 신고한 것만 전국에 걸쳐 땅 14개소, 아파트.빌라 2채, 상가 1채, 콘도 2채 등 총 19개소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부동산 신고내역은 공시지가에 기초한 것으로, 실제 가격은 이보다 최소한 배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컨대 최 위원장은 보유 부동산만 1백억대가 넘는 부동산 갑부인 셈이다.
최 위원장은 이같은 부동산외에 현금 등을 합해 총 재산이 63억6천3백만원이라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부인과 10대 아들, 위장전입으로 부동산 매입**
<신동아>는 이같은 보유 부동산중 상당 부분이 위장전입 등의 불법 투기행위를 통해 취득된 혐의가 짙다고 보도했다.
한 예로 최위원장 부인 신모씨 보유분으로 신고된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오산리 소재 논과 밭의 경우 1982년 6월29일 부인 명의로 취득했으며, 같은 날 당시 16세이던 최위원장 장남도 어머니가 산 땅 바로 옆의 오산리 소재 임야를 취득했다.
이들이 땅을 사들인 1982년 당시 농지개혁법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가만 농지를 보유할 수 있었다. 이때 부인 신모씨가 사용한 수법이 '위장전입'이었다.
1978년부터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던 신씨는 문제의 땅을 사들이기 한달여 전인 1982년 5월22일 용인시 오산리 189번지로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겼고, 땅을 사들인 후 열흘 뒤인 그해 7월9일 주민등록상 주소를 재차 종전의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옮겼다.
장남의 경우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위장전입'이었다. 그 역시 어머니와 같은 날 주민등록상 주소를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용인시 오산리로 옮겼다가 어머니와 같은 날 다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옮겼다.
모친 신씨와 장남이 사들인 땅은 필지만 여러개로 나뉘어있을 뿐 사실상 한 덩어리여서, 모친 신씨가 미성년자인 아들 명의로 함께 땅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의 땅은 나무와 잡목만 무성한 곳으로 여지껏 무허가 건물조차 들어선 적이 없어, 신씨 모자는 명확한 위장전입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편법을 썼다"고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투기 의혹과 관련해선 "가족 묘지를 마련해두려는 차원에서 아내와 장남 명의로 사둔 것이나 국도가 확장되고 산이 평평해지면서 묘지로 활용하려는 계획은 없었던 것이 됐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 자신도 한때 '위장전입'**
<신동아>는 최위원장 자신도 '위장전입'을 통해 부동산투기를 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 위원장은 1986년 3월이후 2005년 3월 현재까지 20년동안 줄곧 서울 서초구 반포동 H빌라에 살아왔다. 그러나 1989년 5월5일 단 한차례 마포구 성산2동 200번지 부근으로 주소를 옮겼다가, 한달여뒤인 1989년 6월17일 다시 H빌라로 주소를 다시 돌아왔다.
성산시 사무소에 따르면, 최위원장이 주소를 옮긴 1989년 당시의 성산2동 200번지는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에 인접한 서울의 변두리 지역으로 서민들이 거주하던 주택지였다.
이같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최 위원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성산동의 부동산을 하나 사려 했는데 지목이 농지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뜻대로 이 농지를 매입하지 못해 이내 반포동으로 주소를 되옮겼다. 불발탄이었다"고 해명했다.
***'제2의 이헌재 파동'으로 번지나**
<신동아>는 "최 위원장이 보유한 19개 부동산은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 그가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취득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가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 꾸준히 취득해온 이 부동산들은 서울시 강남구․서초구․강동구, 경기도 용인시, 제주도 제주시 등 큰 폭의 지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거나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군에 집중돼 있다"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신동아>는 한 예로 "최 위원장과 장남이 보유한 제주도 제주시 아라1동 소재 밭, 과수원, 임야 5곳도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이라며 "이 땅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유원지 용도 부지 30만평에 향후 제주 중문단지보다 규모가 더 큰, 골프장 스키장 콘도 호텔 등이 복합된 최고급 휴양레저단지(산천단 단지)가 들어설 계획으로 있다"는 현지 부동산중개업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최 위원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 용인시 신갈리와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땅은 변호사 시절 승소한 대가로 돈 대신 받은 것이고, 서초동의 빌딩은 다른 변호사들과 돈을 모아 함께 신축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투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강남구 역삼동과 서초구 방배동 땅을 취득한 이유에 대해선 "매입 당시 인플레이션이 심했다. 현금을 갖고 있으면 화폐가치가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재산 보전 차원에서 서울 강남 지역의 땅을 사둔 것"이라고 말했으며 제주도의 땅을 산 것에 대해선 "제주도의 경치 좋은 곳에 내려가 살기 위해 서울의 변호사들과 공동으로 사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제2의 이헌재 파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해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의 의혹 제기를 계기로, 지난번 공직자재산공개때 부동산 투기의혹이 제기된 여러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투기 여부를 밝히기 위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변호사 출신인 최 위원장은 참여연대 공동대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인권재단 이사를 역임하다가 지난해 12월12일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장관급인 국가인권위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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