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은 14일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리비아식 해법은 '진짜' 리비아 모델이 아니며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면서 미국의 협상 자세를 비판하고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그는 그러나 "남북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미국과의 협상에만 나서는" 북한에 대해서도 "사대주의적 반미"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문정인 동북아위원장, “美, 진짜 리비아 모델 제시하라”**
문정인 위원장은 이날 <평화네트워크> 월례포럼에서 ‘참여정부의 북핵 해법과 동북아 구상’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갖고 “미국은 현재 ‘선 해체 선언, 후 안전보장-경제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을 제안하고 있으나 이 모델은 '진짜' 리비아 모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핵 포기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엄격히 말해 진정한 리비아 모델은 영국을 매개로 한 양자접촉”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기까지에는 영국과 리비아가 9개월동안 비밀 접촉을 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통해 안전보장과 경제보상처럼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교감을 나눴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양자접촉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전 접촉 등이 아무 것도 없어서 진정한 의미의 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며 “진정한 리비아식 모델이라면 북한이 왜 안하겠나”는 지적이다. 그는 아울러 블레어 총리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할 인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꼽기도 했다.
그는 이어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에서 미국이 성실하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미국 협상 자세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기본 입장은 협상다운 협상을 해보고 거기서도 북한이 기만적으로 나온다면 다른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6자회담에서 협상다운 협상을 해본적이 있냐”며 미국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는 질책이다.
그는 지금까지 6자회담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한 이유로 상호불신을 들며 미국 책임으로는 ▲일관된 자세 부족 ▲북한에 대한 인식 부족 ▲9.11 이후 미국내 지역 전문가 보다는 기능 전문가 영향력 확대 ▲해결을 원하는지 문제 지연을 원하는지 정책 목표 불분명 등을 꼽으면서도 국가이익 외에 가치문제를 외교정책에 개입시키는 부시 정부 정책 특성도 지적했다.
***“北, ‘사대주의적 반미’ 하고 있어”**
문 위원장은 그러나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위협을 진짜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렇게 되면 북한만 죽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죽는다”면서 “민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왜 미국만이 직접적인 당사자이냐”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금 사대주의적 반미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는 “북한은 북한의 입장만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남한의 입장은 이해하려 하지 않나”면서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 걸린 문제인데 당국자 회담에도 안나오는 것은 정말 문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화창구가 열려서 남북간에 서로 신뢰를 해야 우리가 미국에 대한 영향력도 생기며 미국과의 공조가 잘 돼야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생기는 법이지만 현재 북한은 북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그런 배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엄격한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재래식 무기에 대해 남북간 신뢰를 구축하고 군비통제를 해 나가면 미국에 대해 상당한 레버리지를 확보하게 되지만 북한은 그것을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은 민족적 주체라는 시각에서 하는지 반성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 위원장의 지적에 정택상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민족의 공동운명 문제에 대해 교류를 하지 않았다고 하나 이는 한국 정부에도 문제가 크다”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북 특권법 처리와 대량 탈북자 입국 등 북한과의 신뢰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신뢰회복을 위한 조처가 필요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미공조 틀 속에서 북한을 설득하는 입장은 북한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일 것”이라며 “경제협력을 통한 능동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밖에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미국은 북한의 불참 선언 이후에도 악의적 무시로 일관했으며 이는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북한의 2.10 성명 발표 이후 정부는 회담 재개에 거의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에게는 회담이 열리는 것이 중요할 수 있으나 우리에게는 회담 개최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성과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사고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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