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장중 5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유가불안이 증폭되면서 주가, 환율 등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이 깨지는 등 고유가와 원고(高) 압력이 동시에 가중되는 양상이어서,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제유가,장중 사상최고가 육박**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지난해 10월 25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치 55.67달러(장중가)에 불과 2센트 모자란 배럴당 55.65달러까지 치솟은 뒤 전날에 비해 배럴당 18센트 상승한 54.77 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의 4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54.30 달러로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전날보다 54 센트 오른 53.38 달러에 마감됐다.
특히 이날 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증가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비록 장중가이지만 사상최고치를 넘다들어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EIA)는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3백20만 배럴 증가한 3억2백60만배럴로 4주 연속 증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래 최고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미 에너지부의 데이터는 달러 약세, 유가 상승기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동결 가능성 등 거시적 요인에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면서 "이때문에 투기자금들이 매수세에서 돌아설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국제원유의 결제통화인 달러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투기자금들이 에너지.금속.커피 등 현물로 몰리고 있어 유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또 "미국과 중국.인도 등 아시아의 석유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러시아 등 산유국의 생산량은 기대보다 적어 올해 세계 석유공급이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OPEC의 생산여력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OPEC 소속 석유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미국은 고유가로 인해 미국의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원유재고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OPEC는 오는 16일 이란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생산량을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1천원선 붕괴**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야기시켜 9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전날에 비해 107.00 포인트(0.98%)나 내린 10,805.62를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12.26 포인트(0.59%) 내린 2,061.29를,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12.42 포인트 (1.02%) 하락한 1,207.01을 각각 기록하는 등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10일 개장한 우리나라 증시도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원화환율이 급락하면서 1천원선이 다시 붕괴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2.00원 급락한 999.00원에 개장한 이래 997.70원까지 떨어졌으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소폭 반등, 오전 9시20분 현재 전날 종가 대비 3.10원 하락한 997.9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장중 1천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3일의 장중 998.10원 이후 올들어서 두번째다.
특히 심리적 저지선이던 1천원이 지난달 23일 이후 10영업일만에 다시 쉽게 뚫린데다 반발매수세가 강하지 않아 1천원선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유가에 따른 원고(高)는 아직까지 수출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적잖은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연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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