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1~13일로 추진해 오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일 일정을 일본 시마네현이 밀어붙이고 있는 ‘독도의 날’ 제정에 대한 항의표시로 무기한 연기했다. 아울러 러시아도 ‘북방영토문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금년 초에서 5월 이후로 늦춘 것으로 알려져, 일본이 동아시아에서의 고립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기문 외교, 일본 ‘독도의 날’ 제정 항의표시로 방일 무기한 연기**
정부는 그동안 북핵문제 및 한일관계 현안 협의 필요성에 따라 오는 11~13일 추진해 오던 반 장관의 방일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4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관으로 회의를 갖고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일본 시마네현이 강행하고 있는 ‘독도의 날’ 제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이 당국자는 “독도의 날 제정 추진으로 야기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우리 국민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서 현 상황 하에서는 방일을 추진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방일 무기한 연기 배경에는 이밖에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일본대사의 국내에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발언과 노무현 대통령의 일제 식민지 ‘사과와 배상’ 발언에 대한 일본의 냉담한 반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등 일본 정부와 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내용’으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또 “장관의 방일 재추진 여부는 추후 상황의 추이를 봐가면서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혀, 일본 정부가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외교적 마찰이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시마네현의 조례안 상정에 대한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강력한 항의 성명 발표에 이어, 라종일 주일 대사를 통해 항의 의사를 전달한 다음 나온 세 번째 구체적인 조치다.
***정부 시마네현 ‘독도의 날’ 제정 대비, “여러 준비하고 있어” **
정부는 아울러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상정과 관련 반대 입장을 일본 정부측에 전달하는 한편, 제정이 확정될 경우에 대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이와 관련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상정과 관련) 우리의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누차 전달하고 있다”면서 “(일본 마치무라 외상의 상정 반대 발언에 대해) 평가는 하지만 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제정이 확정되는 경우를 대비,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대개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또 일부 우리 국회의원들도 3월로 계획돼 있던 방일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러나 “한일 우정의 해 행사는 양국 민간의 우호와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문화, 스포츠 관련 행사가 대부분”이라면서 “이 우정의 해 행사는 예정대로 추진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정부가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행사에 의견을 내는 것을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일부에서 전망했던 8.15 이전 한일협정 미공개 부분 공개는 문서량이 방대하고 시간이 촉박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방영토문제로 방일 일정 연기**
한편 우리 정부의 이같은 강경 대응 방침과 맞물려 러시아도 일본 정부와의 영토 문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동북아 영토 문제에서의 일본 정부 입지가 보다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당초 푸틴 대통령의 올해 초 방일을 목표로 일본 정부측과 협의해 왔으나 북방 영토 문제에 진전이 없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정부로서는 조기 방일의 이점이 뚜렷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신문은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4월 하순의 방일 실현을 위해 조정해 왔으나 5월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북방 영토 문제는 북방 4개섬(쿠릴 열도)을 일컫는 것으로 러시아와 일본은 이를 둘러싸고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1981년 ‘북방영토의 날’을 제정해 국민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일본은 애초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이들 4개섬의 반환을 약속받는다는 ‘큰 그림’을 그려왔으나 러시아는 섬을 2개밖에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으며 이마저도 지금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본 <교도(共同)통신>도 이날 모스크바발 기사로 러시아 정부 고관을 인용, “3월초로 발표됐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일이 4월 이후로 연기될 방침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외무장관의 방일은 푸틴 대통령의 공식 방일 일정을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푸틴의 방일이 5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외무장관의 방일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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