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난데없는 전화 불통으로 월말과 휴일을 앞둔 관공서, 금융기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KT는 전국의 통화 수가 평소보다 45% 이상 급증한 탓으로 보고 있으나 시스템 이상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KT, "월말 통화량 폭주 탓"군색한 해명**
KT에 따르면 28일 오전 10시30분경부터 경기 남부, 대구, 부산, 마산, 울산 등에서 일반 전화가 불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오전 한 때 통화율이 10~20%로 극히 저조했으며 오후 4시 현재도 50% 선에 머무르는 등 사고 수습이 늦어지고 있다.
KT는 "불통 사고는 시외전화 회선을 사용하는 월말 신용카드 결제, 월말 폰뱅킹과 월요일 통화 등이 한번에 집중돼 전국에서 발생한 호(발신 통화 단위) 수가 평소(2백50만콜)보다 45% 이상 급증(3백50만콜)하면서 일어났다"며 "이틀을 쉰 데다 바로 휴일로 들어가는 월요일이어서 월말 폰뱅킹과 통화 등이 한번에 집중된 것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KT는 종합주가지수 상승으로 주식거래를 비롯한 각종 금융거래가 활발해진 것도 한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각종 금융결제가 이뤄지는 '지능망'은 시외전화와 같은 망을 사용하고 있다. 단 서울의 경우 각종 금융거래가 시내전화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불통 사태가 빚어지지 않았다.
불통 현상이 경기 남부와 경남, 경북권에 집중된 데에 대해 KT는 "시외전화나 국제전화로 나가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안양과 부산 인근에서 불통 현상이 빚어졌다"며 "다른 허브로 우회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이상, 대량 해고에 따른 '인재' 의혹도**
KT의 해명에 대해서 관계자와 상당수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시스템 이상이나 KT 조직 개편과 대량 해고에 따른 '인재'로 봐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T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휴대폰 통화에 밀려 유선전화 통화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KT가 최근에 전화교환기 시설을 확충하는데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 KT에서 운용중인 전화교환기 시설도 비교적 최신의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런 대량 불통 사태는 이례적인 것이라 월말 폭주 때문에 불통이 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2004년 대규모 조직 개편과 대량 해고로 전화교환기 시설을 맡아온 망 분야의 숙련 인력이 대폭 감축된 데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T 관계자는 "망 분야에 근무하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사정은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례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며 "대규모 조직 개편과 대량 해고로 망 분야의 숙련 인력이 대폭 감축돼 업무 효율이 저하되고 긴급 상황 발생시 대처 능력이 떨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 다른 관계자도 "KT의 공식 해명대로 1588 서비스와 같은 '지능망'의 수가 전에 없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2004년 최고 기록보다 28일의 수가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역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부족해 긴급 대처 능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서 KT 홍보실 관계자는 "교환기 시스템 문제나 관리자의 실수나 숙련 문제는 아니다"며 "이런 문제라면 교환기 자체가 작동 불능이 되는데, 이번 경우는 지연이 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회 경로를 통했으나(부산→대구) 같은 문제가 발생해 불통 사태가 발생했다"고 공식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