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기업인 D그룹 회장을 비롯해 여러 재벌 일가 및 중견기업인, 학원 이사장, 국회의원, 무기상 등의 해외부동산 투기실태가 KBS를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다른 한 방송사는 국내 굴지의 언론재벌의 해외부동산 투기실태를 취재중인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D그룹 회장 미성년자 아들, 해외에 1백만달러 주택 구입"**
KBS의 <KBS 스페셜>은 20일 밤'공존의 조건, 자본유출 2백억달러, 부는 왜 해외로 나가는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의 현지취재를 통해 재벌 등 각계 지도층의 해외부동산 투기 실태를 고발했다.
우선 KBS는 미국 뉴저지주 알파인의 한 호화 저택이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인 D그룹의 김 모 회장 아들 명의로 구입된 사실을 보도했다. KBS는 재벌그룹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화면에 이 그룹의 로고를 비춤으로써 문제그룹이 D그룹임을 드러냈다.
알파인의 '메리 메이저 드라이브'라는 고급 주택가내에 소재한 문제의 호화주택은 윤 모씨라는 미국 교포여성 명의로 구입됐으나 시청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이 주택은 윤씨와 D그룹의 김 모 회장의 두 자녀가 공동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두 자녀 가운데 한 명은 1993년 주택 구입 당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구입한 주택은 침실만 6,7개이고 화장실 5개, 테니스 코트와 수영장 등을 갖춘 호화저택으로 93년 구입당시 1백5만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D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KBS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김 회장은 당시 전혀 몰랐으며 지금까지도 몰랐다"며 김 회장의 연루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김 회장 부인이 알고 있으며 (윤씨가) 부인과 친자매처럼 서로 수십년동안 사귀어온 지인이라 두 사람이 개인적 친분으로 일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회장은) 두 사람의 특별한 친교관계에서 나오는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가볍게 생각을 해서 '뭐 네가 계속 그렇게 하겠다면 해라, 나야 뭐 말릴 일이 있겠느냐'며 OK를 했다. 그리고 일단 여자들끼리의 이야기라서 가볍게 생각을 했다고 한다"면서 도리어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재벌총수 일가들도 수백만달러짜리 해외부동산 구입**
다른 재벌 총수들 상당수도 해외에 불법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에 따르면, 뉴욕 맨하탄의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은 국내 모 그룹의 이 모 회장이 현지 교포인 신 모씨와 공동으로 4년전에 3백40만달러에 구입했다. 구입 당시 이 회장은 신 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자신의 모든 권리를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이 회장에 대해 "자신의 사돈인 전직 고위층 비자금 은닉에 깊숙이 연루돼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인물"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회장에게 불법 해외 부동산 구입 경위와 자금출처와 관련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회장측은 이에 서면으로 답변서를 보내 "해외 부동산 구입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관련규정을 위반했다"고 위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해외 근무때 번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해 자본유출은 없었으며 해외로 유출한 자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구입자금은 각각 댄 것"이라면서 "이 회장 것인데 차명으로 그 사람 이름만 빌려서 대리인으로 내세운 거 아니냐 하는 부분도 이미 조사과정에서 자료를 제출했다"고 강변했다.
이밖에 국내의 한 재벌 일가도 미국 뉴저지주 최고급 주택가에 11년전 2백33만불의 호화 주택을 구입했다고 KBS는 전했다.
이들의 해외부동산 구입은 모두가 '불법'이라는 혐의가 짙다.
현행 외환관리법은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2년 이상 해외 체류 목적 ▲본인 실제 거주 ▲30만 달러 이내 주택 구입 등 개인 해외 부동산 취득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같은 외환관리법 또한 IMF사태후 크게 완화된 것으로, 그 이전에는 더욱 엄격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며 한국은행에 신고한 건수는 단 한건도 없다. 따라서 이들 재벌총수 일각의 해외부동산 투자는 예외없이 현행법을 위반한 혐의가 짙어, 향후 국세청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탈세범도 해외부동산 무더기 구입**
KBS는 또 탈세범의 해외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KBS에 따르면, 모 학원 설립자로 현재 20억원이 넘는 세금 체납을 하고 있는 이모씨는 현재 뉴욕 맨하탄의 최고급 콘도인 코린티안 콘도에 시가1백76만 달러의 콘도를 소유하고 있다. 이씨는 이밖에 다른 8채의 콘도를 부인과 자녀 명의로 구입한 뒤 7채를 되파는 형식으로 총 1백77만6천 달러의 차액을 챙겼다.
한 예로 이씨는 부인과 공동 명의로 뉴욕의 호라이즌 콘도를 96년에 63만달러로 매입한 뒤 2004년에 1백42만달러로 매각했으며 파크 애비뉴 코트 콘도도 2000년에 29만3천달러에 매입한 뒤 2003년에 53만5천달러로 매각했다.
이씨는 현재 국내에는 재산이 전혀 없는 상태로 주거지조차 없어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상태다. 그러나 그의 아들은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시가 25억원짜리 1백1평 아파트 등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무기거래상 조모씨 등 골프장 잇따라 구입**
천문학적 거액을 동원해 골프장 등 덩치 큰 해외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LA 현지 언론은 10조원이 넘는 국내자금이 LA 현지로 흘러들어왔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기중개상으로 유명한 조모씨는 미국 LA 인근 캘리포니아 골프장 등 3개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시절 DJ의 일산 자택을 구입하는 등의 행적으로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조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경남 양산의 중견기업인 S사는 <J.WON> 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9월 현금 1천2백만달러 등 총 1천6백50만달러를 주고 미국 LA의 무어팍 골프장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 기업은 골프장 구입을 신고하지 않았다.
중소 섬유업체 소유자인 안모씨도 IMF사태가 발발하자 회사를 정리하고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일단 현지법인 명의로 1백만달러가 넘는 뉴욕의 콘도를 인수한 뒤 곧 자신의 부부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밖에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에 있는 타카푸나 골프장도 몇 년전 한국인 박 모씨 소유로 넘어갔다.
***국회의원도 해외부동산 투기**
최근 들어서는 아예 새로 짓는 유명 아파트나 주택을 한국인들이 무더기로 싹쓸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시드니 중심부에 위치한 월드 타워의 경우 1년전 분양이 시작되면서 한국인이 몰려들어 가격이 한 채가 최소 6억원대로 치솟으면서, 이 아파트의 10%를 한국인이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소유주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도 있다고 KBS는 전했다.
미국 뉴저지주 알파인의 최고급 주택가에도 모두 8백여채 가운데 한인 명의가 1백여채에 달하며 그 중 현지 교민이 아닌 국내거주자 소유도 상당수로 알려져 있다.
한채 가격이 1백만~1천5백만달러에 달하는 뉴욕 맨하탄의 최고급 콘도인 트럼프 월드의 경우도 시공사가 대우 건설인 관계로 한국인 구입이 특히 많아 20% 정도는 국인이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주한국일보>는 뉴욕 맨하탄의 고급 콘도를 소유한 한국인 2백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교포가 아닌 한국의 '국내 거주자'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외 8학군'에 불어닥친 한국 부동산 투기바람**
최근에는 국내의 해외 조기유학 붐을 타고 해외 명문고등학교 인근의 주택 구입 붐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한국 학부형들이 '강남 8학군'에 이어 '해외 8학군'에도 부동산투기 붐을 몰고간 것이다.
미 버지니아주의 페어팩스 지역은 "학군이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국인의 주택 구입이 급증, 이 지역 콘도 가격은 학군 프리미엄으로 30%나 뛰어올랐다. 또한 신규 주택단지에 대한 투기열풍이 불어 지난해 분양한 한 콘도에는 43가구 모집에 4백명의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으며 "이 가운데 1백여명은 한국인이고 43가구 가운데 반 가량은 한국인이 샀을 것"이라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는 밝히기도 했다.
LA 근처 최고급 주택가인 팔로스버데스도 명문 공립학교가 있는 이유로 최근 국내 상류층들의 주택 구입이 늘고 있어, 8천가구 가운데 한인 소유가 1천6백가구로 알려졌다.
이런 '해외 8학군' 투기열풍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호주 시드니 근교 한국인 조기유학생이 많은 한 학군에는 최근 분양이 한창 진행중인 아파트를 보기 위해 일주일 단위로 한국인 부동산 관광단이 몰리기도 했다.
현재 미국 등지에서는 한국인들의 탈법적 부동산 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내 부동산을 담보로 현지에서 대출을 해주는 '환치기 대출상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도 하다.
***모방송, "모언론재벌의 해외부동산투기 취재중"**
KBS의 이같은 보도는 그동안 외신보도 등을 통해서만 실체를 드러냈던 한국 상류층의 해외부동산 투기 실태를 현지 심층취재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보도가 나간 뒤 KBS 게시판에는 이번 KBS 보도를 극찬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으며, 못본 시청자들을 위해 '재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국세청 등 정부당국에 대해 KBS보도에 나온 재벌총수 등 이른바 상류층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처벌해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KBS와는 별도로 또다른 방송사도 최근 국내 굴지의 모언론 사주 일가의 해외부동산 투기 혐의를 잡고 그 사실을 심층취재중인 것으로 알려져,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방송사 관계자는 "현재 70% 정도 취재가 진행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언론계에서는 이 보도가 나올 경우 해당언론사는 회복하기 힘든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80년대 무역흑자로 절대호황을 구가하자, 국내에서는 아파트 투기를, 해외에서는 엠파이어 빌딩 등 해외부동산 투기에 광적으로 집착하다가 90년대 들어 거품이 꺼지면서 국내외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한국도 지금 일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뒤를 철저히 따르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문제는 자칭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하는 상류층들이 이같은 탈법적 투기의 선두에 서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이들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축이 돼 내달초 체결한다는 '반부패투명협약'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위기는 다름아닌 한국 상류층의 위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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