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의 거듭된 회장 추대를 끝내 거절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 회장단은 차기 회장 추대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회장 후보를 추대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 "폐암 재발 우려" 내세워 회장 추대 거부**
지난 1월20일 전경련의 회장 추대 요청에 대해 완곡한 거부의사를 밝혔던 이 회장은 14일 서울 한남동 삼성 영빈관(승지원)을 찾은 강신호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의 거듭된 요청에 "건강상의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을 맡기 어렵다"고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통계학적으로 폐암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재발 가능성이 없지만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치의가 권고했다”며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00년 폐 사이 림프절에 암 세포가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
이 회장은 “과연 삼성 회장인 제가 전경련 회장이 됐을 때 재계 단합을 이룰 수 있겠느냐"면서 "전경련의 사회적 위상이 올라가는데 솔직히 긍정적이라고 확답할 수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뒷받침하는 게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로 판단된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심사숙고한 결과 회장직을 수락할 수 없다”고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 부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라면 이 회장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경련 회장단의 결론"이라고 말해, 재계의 실세 오너를 회장으로 추대해 위상을 강화하려는 전경련 회장단의 노력이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건강상 이유는 이 회장의 표면적 고사 이유일뿐, 연두 기자회견에서 재벌총수와의 독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노무현대통령을 비롯해 아직 재계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남아있는 정부내 분위기가 이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회장 선출일정 촉박, 강신호 회장 연임 가능성도**
전경련은 이처럼 이 회장이 최종 고사 방침을 밝힘에 따라 강신호 회장과 부회장단, 고문단이 참여하는 7인의 회장추대위원회를 3일내로 구성해 후임 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80세에 가까운 고령을 이유로 회장 연임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으나 회장단 회의에서 연임 불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어, 일각에서는 그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 부회장은 이와 관련,“부회장단 멤버를 우선 고려하되, 부회장단 이외의 인물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강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전혀 거론이 안 됐으며, 누구를 추대할지는 추천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부회장단을 포함,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강 현 회장의 유임까지도 포함한다"고 밝혀 강회장 연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계에서는 강신호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등도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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