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개표가 40% 진행된 4일(현지시간) 현재 시아파의 ‘유나이티드 이라크 연맹’(UIA)이 6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 진영의 득표율은 17%에 그쳐 큰 격차를 보임으로써 미국의 대이라크 전략은 예측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 총선 40% 개표, UIA 시아파 연맹 67% 득표율로 압도적 지지받아**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0%가 개표된 이날 현재까지의 중간집계 결과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밀고 있는 UIA가 과반수를 훌쩍 넘은 3분의 2이상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UIA는 중간집계된 3백30만표 가운데 2백21만여표를 차지해 67%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전날 발표된 72.8%의 득표율 보다는 약간 하락한 결과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라위 총리 진영의 17% 득표율을 크게 따돌린 수치다. 알라위 진영은 57만9천여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이날 현재까지의 중간개표는 이라크 전국의 18개 주 가운데 10개 정도만 집계된 것으로 이들 지역은 모두 시아파 집중 거주지역이라 시아파의 선두 질주는 예상돼 왔었으나 UIA와 알라위 진영이 이처럼 큰 격차를 보일지는 예상되지 않았다.
UIA의 강세는 해외 부재자투표에서도 이어져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UIA의 득표율은 전체 투표참여자 26만여명 가운데 36%를 차지해 수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쿠르드 동맹은 해외 부재자투표에서 30%에 가까운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해 9%에 그친 알라위 진영을 3위로 밀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시아파 거주 지역 이외 아직 집계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구와 수니파 거주 지역인 바그다드 북서부의 집계결과가 나오면 쿠르드 진영의 득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분의 2 이상 득표 정치적 의미 커**
한편 아직 집계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UIA가 기록한 3분의 2 이상의 득표율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UIA가 다양한 정파로 구성돼 있어 그 연계고리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라크 제헌의회는 득표율에 따라 2백75명의 의석수를 배분하며 ‘3분의 2’는 주요 정치결정을 내리는 데 안정적인 다수를 확보하는 충분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정의회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 2명을 선출하고 총리는 의회의 승인을 얻어 내각을 임명하게 되나 정족수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만 선출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UIA가 3분의 2이상의 득표를 하게 된다면 UIA는 다른 정당, 정파와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서 독자적으로 정치일정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이라크 정부 총리를 두고서 경쟁하고 있는 UIA의 공천 1순위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은 UIA의 득표율이 안정권에 접어든다면 총리 임명에 보다 근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내심 UIA와 알라위 진영의 득표율이 그다지 벌어지지 않는다면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를 다시 총리로 지명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격차가 커진다면 그런 의도는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알라위 총리 진영은 개헌 저지선인 3분의 1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발언권이 제약될 수밖에 없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美 이라크 전략, 도전에 직면할 수도” **
아울러 같은 시아파인 UIA와 알라위 진영간 권력 투쟁이 심화된다면 미국도 힘든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분석했다.
<타임은> “경쟁자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 격렬하면 새로운 정치 폭풍이 빠르게 시작될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을 중립적인 동맹국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은 정치집단이 부상하게 되면 부시 정부의 이라크전략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UIA의 알 하킴이 실제로 총리로 들어서면 이란과 같은 시아파 신정체제는 아니더라도 친이란계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알 하킴은 후세인 정권 시절 이란으로 망명, 최대 반체제 망명조직인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란과의 연계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던 알 하킴은 또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라위 진영과의 권력분점 가능성은 배제하는 한편 쿠르드족과 수니파 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물밑접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도 주목된다.
<타임>은 이에 대해 “이라크 민주주의의 시작은 이라크인들에게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할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줬다”면서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미국과 후세인 이후 이라크와의 관계를 상당히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평가, 현재의 이라크 임시정부와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이후 이라크 정부와는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알 하킴 정부가 들어서 친 이란 성격을 보인다면 미국은 이라크총선을, 중동에의 민주주의 전파와 중동 안정이라는 ‘거대한 명분’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오히려 시아파가 중동에서 힘을 확장하고 이란의 영향력을 넓히는 결과를 초래해 중동의 불안을 야기하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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