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98일째인 지율스님을 살리기 위한 각계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1일 오전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이 노무현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한 데 이어, 정부가 이날 오후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청와대 및 관계장관들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여는 등 정부가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지율스님은 혈압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찾아와 의식을 잃고, 시력도 나빠지는 등 건강상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청와대-정부 잇따른 대책회의**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은 1일 오전 노대통령에게 지율스님 단식 사태에 관해 직보했으며, 보고를 접한 노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이 수석은 대통령에게 직보를 위해 전날 오후 환경ㆍ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접촉을 갖고 이번 사태의 해법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이 수석의 직보에 이어, 정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지율스님 관련 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외에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곽결호 환경부 장관 등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는 지율스님이 단식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나, 청와대와 정부는 "공사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과연 지율스님 단식을 멈출게 할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사중단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청와대도 공사 진행과정에 (환경단체와) 공동조사단을 꾸려 공동점검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청와대가 구상중인 협상안의 윤곽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지율스님을 가능한 방법을 다해 일단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문제를 풀려고 애쓰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율스님께서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이같은 '공사중단' 발언은 정부가 지율스님이 요구하고 있는 '발파공사 중단'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지율스님은 지난달 21일 "발파공사를 하면서 환경영향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토목공사는 하되 발파공사만 중단하고 3개월 동안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했었다.
이 관계자는 한편 "정부에서 이해찬 총리가 지율스님을 직접 찾아 설득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여, 정부 대책회의후 이 총리의 지율스님 방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지율스님 단식을 멈추게 하기 위해 종교지도자 및 환경운동 책임자들에게 지율스님이 단식을 중단하도록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
***지율스님, 혈압 급속히 떨어지고 통증 도래**
한편 단식 98일째인 지율스님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박태훈 공동대표는 1일 정토회관을 방문해 법륜스님을 통해 지율스님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법륜스님은 지율스님의 건강 상태를 비교적 자세하게 공개했다.
법륜스님은 "지율스님은 어제부터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안 보인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가만히 지켜보면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가 많아 가슴이 덜컥할 때가 많다"고 스님의 상황을 전했다.
법륜스님은 "지율스님의 혈압을 측정해보니 40~70으로 매우 낮게 나왔다"며 "이보다 더 떨어지면 의식을 잃는 게 아니냐"고 재차 심각한 상황임을 전했다. 그는 "더 걱정은 단식 1백일에 대한 중압감과 청와대와 정부의 요지부동으로 스스로 목숨을 놓으려 하는 것"이라며 "당장 어제부터 물도 잘 안 마시려 해 보통 걱정이 되는 게 아니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법륜스님은 "하지만 정신이 깨어 있을 때는 또렷하게 대화도 하고 수를 놓고 도롱뇽도 접는다"며 "이 때문에 '지율스님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정토회측은 공식적으로는 "지율스님의 건강 상태에 특이 사항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 자리에서 지율스님의 상태를 전해들은 박태훈 대표는 "인의협 차원에서 성명을 내 지율스님의 건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지율스님의 요구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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