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8일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새만금의 용도측정을 할 때까지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사를 강행키로 최종확정해 환경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같은 날, 다보스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환경상황이 세계 1백46개국 가운데 1백22위로 세계 최하위권으로, 한국의 환경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박정희식 개발 마인드'가 노무현 정부를 사로잡고 있는 결과다.
***당정, "새만금 간척 강행하겠다"**
정부는 28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임채정 열린우리당 당의장, 박홍수 농림부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 강현욱 전북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면 이미 1조7천억원이 투입된 새만금사업이 장기간 중단돼 기존 방조제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는 것은 물론, 태풍과 해일 등이 발생하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사 강행 결정의 이면에는 법원 지적대로 농업용지 확보라는 새만금 간척의 당초 의미는 소멸됐으나, 새만금 간척후 이곳에 5백40홀 규모의 세계최대 골프단지를 포함하는 '레저형 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전북도의 계산이 크게 작용했으며, 열린우리당이 이에 동조한 것은 '지역표'를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법원 조정권고안 수용을 거부한 반면 환경시민단체들은 앞서 권고안 수용 입장을 밝힘에 따라 다음달 4일 열리는 1심판결에서 법원은 정부에게 불리한 새만금 사업중단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고, 법원이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정부는 즉각 항소키로 해 앞으로도 장기간 법정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단체 "무지한 노무현정부에 암담함 느껴"**
이같은 정부 결정에 대해 당연히 환경시민단체들은 격노했다. 법원의 조정권고안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정부가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환경단체 일각에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끝내 권고안 수용을 거부하고 새만금 간척을 밀어부치기로 함에 따라 가뜩이나 지율스님 단식사태 등으로 팽팽한 대립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환경운동계와 정부간 갈등은 완전히 루비콘 강을 건너간 분위기다.
종교계와 환경ㆍ사회단체 등 2백여개 단체로 구성된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는 28일 정부가 조정권고를 거부하자마자 긴급성명을 통해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새만금생명평화연대는 이번 사법부의 새만금 조정권고안이 비록 환경단체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새만금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단초를 제시한 사법부의 조정권고안을 노무현 정부가 거부한 것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 그리고 국민적 혼란을 다시 야기한 것"이라고 조정권고 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이런 결정과 관련해 노무현 참여정부에게 더 이상의 기대와 참여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노무현 정부의 반생명적 작태를 규탄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생명의 가치와 희망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는 무지한 노무현 정부에 암담함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다보스 포럼, "한국환경, 세계최악 상황"**
이처럼 정부가 법원의 권고안까지 묵살하고 공사강행 의지를 밝힌 가운데, 우리나라의 환경상황이 세계 1백46개국 가운데 1백22위로 세계 최하위권이며, 29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중에서는 29위로 최하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28일 미국의 예일대 환경법정책연구소와 컬럼비아대 지구과학연구소가 공동조사한 세계 각국의 환경지속성지수(ESI)를 발표했다. 환경지속성지수란 환경의 질을 위시해 환경오염부하, 취약인구집단의 보호, 환경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능력,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수로, 그 나라의 환경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2년에 이어 3년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 2002년과 동일하게 핀란드, 노르웨이가 1, 2위를 차지하였으며 우루과이, 스웨덴, 아이슬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조사대상 1백46개국 가운데 최하위는 북한이었고, 우리나라 역시 1백22위로 최하위국가군에 속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백46개국 중 1백22위를 차지, 2002년도 평가에서 1백42개국 중 1백35위였던 것에 비해 약간 상승했다고 할 수 있으나, '환경의 질' '환경부하' 등 구체적 항목을 보면 도리어 환경상황이 크게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대기질 등 5개 항목을 종합평가한 '환경의 질'은 1백36위(2002년)에서 1백37위(2005년)로 악화됐다. 구체적으로 '대기질'은 54위에서 79위로 급락했고, '수량'도 1백21위에서 1백33위로, '종다양성'은 1백39위에서 1백42위로, '토양보전'은 1백29위에서 1백35위로 급락했다. 단지 '수질'만 42위에서 7위로 개선됐을 뿐이다.
특히 대기환경부하 등 6개 항목을 조사한 '환경부하'는 1백38위에서 1백46위로 급락하면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대기환경부하'는 1백39위에서 1백42위로, '수질환경부하'는 1백39위에서 1백40위로, '생태계부하'는 1백39위에서 1백44위로,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신설된 '자연자원관리'는 1백45위를 차지했다. 신설된 '자연자원관리'에서 세계 최하위로 평가된 데에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정부의 새만금 간척 강행이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지 쓰레기분리수거 등의 정책효과로 '폐기물과 소비'는 1백9위에서 38위로 크게 개선됐으며, '인구부하' 역시 인구증가율 급락으로 29위에서 19위로 개선됐을 뿐이다.
3개 항목을 조사한 '취약인구집단 보호' 역시 21위에서 67위로 급락했다. 구체적으로 '기초적인 생활유지'는 25위에서 41위로, '환경보건수준'은 26위에서 30위로, 그리고 신설된 '환경관련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성'은 1백34위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말해, 환경재난에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얘기다.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사회-제도적 역량'은 환경시민단체의 노력과 부안-새만금 등의 자발적인 주민 환경운동의 결과로 30위에서 18위로 개선됐다. 특히 '민간영역의 환경적 대응'이 31위에서 18위로 높아져, 이 부문의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지구적 책무수행' 역시 온실가스협약 참여 등의 이유로 1백23위에서 78위로 개선됐다.
이번 조사의 결과는 한 마디로 말해, 민간의 환경보호 노력은 3년전에 비해 개선됐으나 정부당국의 환경보호 의지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그결과 한국의 환경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다보스포럼에 우루루 참석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정부-재계의 인사들이 이같은 조사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부의 계속되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정부는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지난 2002년 첫 조사결과가 나오자 국무총리실까지 나서 지수 제고를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에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ESI지수는 국가의 대외이미지 제고를 위해 반드시 높여나가야 할 국제평가지수의 하나로 판단하고, 단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국가(벨기에, 스페인, 영국 등)보다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취약분야를 지속적으로 개선시켜나갈 계획"이라고, 3년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범정부 차원의 환경개선 노력을 다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벨기에는 112위, 스페인은 91위, 영국은 6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같은 환경부 발표가 있은 이날 저녁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국제사회의 냉소를 사고 있는 새만금 간척 강행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이는 아울러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탈(脫)박정희'를 지향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박정희식 개발마인드'의 노예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웅변적 증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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