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박정희 전 대통령 필적인 `광화문' 한글 현판을 정조 글씨로 교체하기로 한 데 대해 한글운동가들이 강력반대하고 나섰다. 문화재청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반발에 직면한 셈이다.
***"한글은 우리 겨례의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
한글학회와 외솔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운동 관련 단체들은 25일 `광화문 한글현판 지키기 비상대책 위원회'를 구성, 광화문 현판 교체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글 현판이 경복궁의 공간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한자 현판으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입장을 밝힌 뒤, "한글은 우리 겨레의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런 문화 유산이자 조선왕조의 가장 큰 업적이기도 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경복궁에 우리의 으뜸 문화 유산이며 세계 문화 유산인 한글로 쓴 현판을 그대로 두고, 그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면 매우 좋은 관광거리가 된다"고 반대이유를 들었다.
이들은 또 글자 순서가 거꾸로 돼 있어 바꿔야 한다는 문화재청 주장에 대해서도 "19세기 중건 때와는 달리 글씨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있어 바꿔야 한다고 하나, 오늘날과 또 앞으로 후손이 볼 때는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되어 있는 게 읽고 이해하기 편하여 교육 효과가 높다"고 반박했다.
***"박정희의 한글 살리기 노력 칭찬받아 마땅"**
이들은 이어 "광화문 한글 현판이 군사독재의 얼룩이기에 떼어 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 정치와, 그가 천대받고 있던 우리의 으뜸 문화 유산인 한글을 살려 쓴 일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조상이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만들고도 500년 간 쓰지 않은 건 매우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한글을 살려 쓰고 빛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와 같은 일들에 대해서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며 "광화문과 현충사, 세종대왕이 잠든 영릉과 그 밖에 많은 유적지를 단장하고 한글 현판을 단 것은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운 업적으로서, 후손에 물려줄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난날 한자를 숭배하는 몇몇 사람들이, 박 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을 살려 쓰는 정책을 폈던 일을 비난하면서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어 내자고 주장하여 소동을 일으켰던 사실을 알고 있다"며 "혹시나 이번 문화재청의 결정이 유흥준 문화재청장이나 또 다른 관계자가 그런 개인 취향이나 감정에서 결정한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우리는 박 정희 전 대통령의 일제때 행적이나 독재정치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 정치인의 잘잘못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참된 역사 보전이고, 또 그것 자체에 문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바꾸어 놓고 싶어 궁색하게 정조의 글씨체로 짜 맞출 생각까지 한 것은 매우 치졸한 짓일뿐"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글회관 앞에서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문화재청이 새 현안 글씨를 한자가 아닌 한글로 교체하지 않는 한 광화문 현판 교체 논란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은 26일 궐기대회에서 공식발표될 예정인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광화문 한글 현판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2005년 1월 24일 신문 보도를 보니, 문화재청(청장: 유 흥준)이 오는 8월 15일 광복 60돌을 맞아, 경복궁 1차 복원 사업의 하나로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고 ‘光化門’이란 한자 현판으로 바꿔 단다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현판은 왕실 정궁인 경복궁의 공간 성격과 맞지 않고, 19세기 중건 때 만든 원래 한자 현판과 달리 글씨 방향도 거꾸로 되어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생각의 잘못된 점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한글 현판을 떼어 내는 일에 결연히 반대한다.
1. 한글 현판이 경복궁의 공간 성격과 맞지 않는다며 한자 현판으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한글은 우리 겨레의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런 문화 유산이자 조선왕조의 가장 큰 업적이기도 하다. 바로 그 한글을 세종대왕과 학자들이 경복궁에서 만들었으므로, 한글 현판은 경복궁 공간 성격과 가장 잘 맞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경복궁에 우리의 으뜸 문화 유산이며 세계 문화 유산인 한글로 쓴 현판을 그대로 두고, 그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면 매우 좋은 관광거리가 된다. 실제로 그 자리에 박물관이 있을 때,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글을 설명하면 무척 신기해 하며, 한글을 만든 자리와 유적을 볼 수 있느냐고 묻곤 했다. 경복궁 안에 세종대왕이 한글(훈민정음)을 만드는 자리와 모습을 복원해 놓는 게 더 좋은 문화재 복원이고 문화재청이 힘써 할 일이다.
2. 19세기 중건 때와는 달리 글씨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있어 바꿔야 한다고 하나, 오늘날과 또 앞으로 후손이 볼 때는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되어 있는 게 읽고 이해하기 편하여 교육 효과가 높다.
많은 역사 자료와 유적지 비석, 현판 들이 지금 우리가 쓰는 글자가 아닌 한자로 적혀 글줄 방향도 거꾸로 되어 있거나 세로로 되어 있다. 그리하여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에게도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기왕에 없어진 문화재를 복원할 때는, 그 표지나 현판을 한글로 쓰고 쓰는 방향도 오늘날 말글살이에 맞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 경복궁은 지금 학생들도 많이 찾고 있고 후손들도 계속 찾을 곳이다. 그러므로 이 곳이 세계 으뜸가는 우리 글자를 만든 곳임을 알리는 뜻에서도 한글 현판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옳은 일이다.
3. 광화문 한글 현판이 군사 독재의 얼룩이기에 떼어 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박 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 정치와, 그가 천대받고 있던 우리의 으뜸 문화 유산인 한글을 살려 쓴 일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 조상이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만들고도 500년 간 쓰지 않은 건 매우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박 정희 전 대통령은 그 한글을 살려 쓰고 빛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와 같은 일들에 대해서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광화문과 현충사, 세종대왕이 잠든 영릉과 그 밖에 많은 유적지를 단장하고 한글 현판을 단 것은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운 업적으로서, 후손에 물려줄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4.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써 온 것을 예로 들면서, 이 나라가 자신들의 식민지였다고 자랑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 문화 그늘에 있었고 한자를 빌려 쓴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글자가 없었고 한글을 만들어 내고도 그 가치를 몰라서 어쩔 수 없었던 때의 일이다. 그렇다고 이를 내세울 것은 아니며, 또 앞으로도 그 한자를 보존하고 꼭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세계 으뜸가는 앞선 글자를 만든 민족으로서, 이제 될 수 있으면 한글을 더 많이 쓰고 외국인들과 후손에게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에 한글 현판을 다는 것은 자연스런 역사의 흐름이라 할 것이다.
5. 지난날, 한자를 숭배하는 몇몇 사람들이, 박 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을 살려 쓰는 정책을 폈던 일을 비난하면서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어 내자고 주장하여 소동을 일으켰던 사실을 알고 있다. 혹시나 이번 문화재청의 결정이 유 흥준 문화재청장이나 또 다른 관계자가 그런 개인 취향이나 감정에서 결정한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는 박 정희 전 대통령의 일제 때 행적이나 독재 정치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 정치인의 잘잘못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참된 역사 보전이고, 또 그것 자체에 문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바꾸어 놓고 싶어 궁색하게 정조의 글씨체로 짜 맞출 생각까지 한 것은 매우 치졸한 짓일 뿐이다.
끝으로, 광화문 한글 현판을 그대로 둘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끝내 한자를 숭배하는 마음으로 그런 정책을 시행하려 든다면, 이는 결국 한글의 앞날을 가로막은, 겨레 역사의 큰 죄인으로 남을 것임을 널리 밝힌다.
2005년 1월 26일
한글학회 회장 김 계곤/ 외솔회 회장 김 석득/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 종국/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이 대로/ 한글문화연대 대표 김 영명/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회장 이 봉원/ 한국어정보학회 회장 최 기호/ 한글문화원장 송 현/ 한글날국경일제정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 전 택부/ 한글세계화추진운동본부 회장 서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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