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의혹' 눈덩이, '재산은닉' '사외이사 은폐'

수십억대 부동산 재산 은닉, 서울대교수들에겐 사외이사금지 공문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자신 소유의 수원 노른자위 땅에 지어진 신축 건물을 장남의 명의로 등기했으며, 이 과정에 증여세 포탈 및 부동산 실명제 위반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또한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자신은 비밀리에 LG화학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으면서도 서울대 교수들에게 두차례 공문을 보내 사외이사 겸직 금지 지시를 내린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기준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이기준, 수십억대 부동산 장남 명의로 돌려 재산은폐 의혹**

이기준 교육부총리 소유로 돼 있는 수원 땅에 지어진 신축 건물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장남 이동주(38)씨의 명의로 등기된 사실이 7일 밝혀졌다. 이 부총리 소유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042-2 1백56평 대지에 지어진 연면적 81평 규모의 단층 건물이 장남 소유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땅은 1981년 11월 이 부총리가 사들였으며 1998년 12월 서울대 총장 취임 당시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공시지가 5억4백89만원으로 신고됐다. 2004년에는 공시지가가 8억7천5백50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2001년 7월 착공된 이 건물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 주용도로 현재는 삼겹살집이 들어와 있으며, 현재 평당 1천1백만~1천2백만원으로 시가 18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인 2001년 12월 재산변동사항 신고에서 '고지 거부'로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 부총리측은 "아들이 건물을 짓겠다고 해 단층건물을 지은 뒤 아들 명의로 등기를 했다"며 "법적으로 하등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측은 또 "직계가족이라 해도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재산을 꼭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소득없는 아들이 무슨 돈으로 건물 지었나**

하지만 이 부총리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부총리가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증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총리가 직계가족이라 해도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재산을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악용해 재산 증식 과정을 은폐하기 위해 고의로 신출 건물 명의를 장남의 명의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우선 이 부총리 장남에게 과연 건물을 지을 돈이 있었는지부터가 의문시된다. 당시 30대 초반이던 이 부총리 장남은 아버지가 서울대 총장이 되면서 자신의 병역기피가 문제되자 유학을 하던 가운데 서둘러 귀국해 2년 반동안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절로, 소득이 전무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의 아들이 건물을 지을 돈을 과연 어디서 조달했는지가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당시 장남은 한국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의 실소유자를 이 부총리로 볼 경우 명의신탁으로 부동산 실명제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건물에 대한 아들의 실소유권을 인정한다면, 무상으로 사용한 토지 사용료에 해당하는 만큼 재산 증여가 이뤄졌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야 하나 이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증여세 포탈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적 포기한 장남에게 등기해줘, 국적 포기 사실 몰랐다는 것도 거짓말**

건물의 등기 시점이 2001년 10월10일로 장남 이씨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루어진 일이어서, 이 부총리가 국적 포기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거짓 해명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999년부터 규제가 풀려 외국인이 부동산 등기를 취득할 수는 있으나 그 과정이 내국인과 달리 복잡하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인 이 부총리가 아들의 국적 포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행법에는 국내 비거주 외국인의 경우 부동산 매매계약체결→부동산 취득 자금의 반입시 외환관리법에 따라 본국에서 가져온 돈으로 구입한다는 것을 증명해 외국환은행장에게 부동산 취득 신고→매매대금 지급→60일 내에 관할 시ㆍ군ㆍ구청장에게 토지 취득 신고→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마치도록 돼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 6일 아들의 국적 포기 사실에 대해 "최근에 호적 등본을 떼어본 후에야 관련 사일을 알았다"며 "2001년 제대한 후에 국적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적을 택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국적을 택한 것이고, 40이 가까운 한 가족의 가장이기 때문에 그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드러난 사실로 이 부총리의 장남은 국적은 포기했지만, 부동산은 챙긴 모양새가 됐다.

***"이기준 청빈" 주장한 청와대 '곤혹'**

이같은 부동산 재산 은닉 의혹은 "이 부총리의 재산 문제는 청빈하다 할 정도로 깨끗하다"는 청와대 해명과 정면배치되는 것이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도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병완 홍보수석은 이기준 의혹이 증폭되자 6일 기자들과 만나 "어찌보면 이미 흠결이 다 나와서 검증이 됐다고도 볼 수 있고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다 치렀다"며 "검증 과정에서 보니 재산 문제는 오히려 청빈하다 할 정도로 깨끗했다"고 주장했었다.

이 수석은 이 부총리 재산 규모에 대해 "집 한 채 정도"라고만 밝혔었다.

하지만 거액의 부동산 재산 은닉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청와대는 유구무언의 처지가 됐다.

***이기준, 총장 시절 자신은 사외이사 하면서 교수들에겐 '금지 공문' 보내**

이같은 부동산 의혹외에 이 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자신은 비밀리에 LG화학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으면서도 서울대 교수들에게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사외이사 겸직 금지 지시를 내린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서울 노원갑)은 6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2000년과 2002년 두차례에 걸쳐 서울대 교수들에게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부총리 재직시 사외이사 겸직이 허용됐다'는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의 주장과 관련,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이야기한 것 같다"며 "사외이사 겸직은 당시에도 분명히 금지돼 있었고, 실제로 서울대가 2000년 11월30일과 2002년 3월12일 두 차례에 걸쳐서 이기준 총장 명의로 각 단과대 교수들에게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내려 보낸 일이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청와대 해명에 대한 정면반박인 동시에,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자신은 LG화학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도 교수들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케 한 '이중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부총리의 도덕성에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두 차례 공문을 보낸 기간인 98년부터 2002년까지 LG화학 사외이사로 겸직하면서, 1억4천4백만원을 받았었다.

***정봉주 의원, 청와대 해명에 직격탄 날려**

정 의원은 한편 '판공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적이 없다'는 정찬용 인사수석 주장에 대해서도 "판공비 역시 부인이 쓴 부분이 있는데, 판공비라는 것은 결국 대학의 발전과 학생들의 학문 수양에 써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라며 "그런데 장ㆍ차관이라든지 교육부 관료, 국회의원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비용으로 판공비를 쓴 것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판공비 규정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치적 로비를 했다는 비판과 의혹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 부총리는 서울대총장 사퇴로 이미 대가를 치렀다'는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 주장에 대해서도 "과거에 이미 충분히 단죄를 받았고, 과거보다 미래를 보자는 발언은 교육 쪽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반박한 뒤 "교육 부총리란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자리인데,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를 보자는 것은 다른 표현으로 이야기하면 과정이 어찌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이 과정이 어찌되었든지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가르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야당들에 이어 여당까지도 이기준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에 반발하는 양상이어서, 과연 이기준 부총리가 계속 부총리직에 남아있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