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대표단이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2003년 5월 이후 두 번째인 이번 방문은 부시 행정부의 동의하에 이뤄지는 방북이라 부시 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美의회 대표단 11-14일 방북**
커트 웰든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공화당)을 단장으로 하는 6명의 미 의회 대표단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미국 워싱턴 미 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방북은 미국 행정부의 북한과의 협상 접촉을 돕기 위한 계속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북단에는 웰든 의원 이외 프레드 업튼(공화), 로스코 바트렛(공화), 솔로몬 오티츠(민주), 실베스트레 레이에스(민주), 엘리엇 엥겔(민주) 등의 의원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북한 방문에 앞서 러시아 하바로프스크를 방문한다. 방북 이후에는 14일부터 15일까지 한국을 방문하고 그 뒤 중국과 일본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6자회담 당사국들을 모두 방문하게 된다.
웰든 의원은 그러나 이번 방북과 관련 "우리는 외교관이 아니다"며 "어떤 것을 협상하기 위한 방문이 아니다"고 강조, 이번 방문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일탈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이전 방문과 마찬가지로 단지 북한사람들에게 미국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주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방북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의 엘리엇 엥겔 의원은 이에 대해 "북한 딜레마에는 위험스럽게도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은 북한 독재자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핵무기를 오래 가지면 가질수록 세계는 더욱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2기 정부 출범 앞두고 있어 그 결과 주목 **
한편 이번 방북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라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웰든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미 하원 대표단의 방북은 지난 2003년 5월 이후 두 번째로 2003년 10월에는 백악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으나 이번 방문에 대해서는 백악관이 지지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 행정부는 대표단의 여행을 위해 군용 항공기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의회 대표단은 정부 대표단이 아니며 의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며 한계를 그었다.
백악관의 이같은 자세는 이번 방북을 교착상태에 처한 북핵 문제 해결에 커다란 돌파구로 여기고 있지는 않으나 지난해 말 2차례의 '뉴욕 접촉'을 통해 북한에 전달한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기회로 삼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이번 방북 허용을 통해 부시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내 분위기를 가늠하고 미국과의 대화 통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것으로 보이며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한 인권법 등을 제정한 미 의회 분위기를 타진하기 위한 기회로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미국 의회 대표단이 방북에 앞서 러시아를 방문하는 이유와 관련,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가스전 프로젝트 추진 문제를 러시아 당국과 협의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가스전 이용 방안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26명으로 구성된 '한반도 정책 테스크포스'가 지난달 발표한 정책 보고서에서도 제안됐었다. 이 테스크 포스에는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도널그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번 방북 결과에 대해 의회 대표단은 미 행정부 및 관련국들과 상당부분 공유할 것으로 보여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웰든 의원 대변인인 안젤라 소와는 "의원들은 북한에서 알게된 것들을 6자회담 관련국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와 대변인은 이어 "이번 방북에서 이들이 누구와 만나게 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평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관리들을 만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