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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청산 없이는 희망찬 미래 불가능"

시민사회 1백46인 '투명사회협약' 제안, "정치인 사면 어림없다"

새해 벽두에 반부패를 행한 목소리가 시민사회에서 나왔다. 시민사회 원로 및 주요 인사들은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부패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 정치, 행정, 경제 등 각 영역이 머리를 맞대고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반부패 없이는 희망찬 미래의 문 열리지 않아"**

고건 전 국무총리, 김상근 반부패국민연대 회장, 박정기 유가협 이사,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이남주 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이소선 여사,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 및 주요 인사 1백46인은 3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1백인 선언'을 발표했다.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은 부패를 극복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사회, 정치, 행정, 경제 등 각 영역이 참여해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벌이는 자발적 사회협약이다. 이 협약은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들이 사회협약을 통해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을 극복한 선례를 염두에 두고 반부패국민연대 등 반부패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준비해온 것이다.

선언자 1백46인은 함세웅 신부와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낭독한 제안문을 통해 "우리 사회는 독버섯처럼 자라난 부정부패로 말미암아 나라 전체가 신음하고 있다"며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 정치 자금, 대기업의 회계부정 등 사회 지도층들에 의해 저질러진 부정과 부패는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씻기 힘든 좌절감을 안겨주었다"고 부패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부패청산 없이는 결코 희망찬 미래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투명성이야말로 한 사회의 가장 커다란 사회적 자산이며,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정계, 재계, 공공부문에 부패극복을 위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을 제안한다"며 "사회 각 분야가 사회협약의 틀 속에서 기존의 부패에 대한 철저한 자기 성찰과 재발 방지를 위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고 그 관리에 앞장선다면, 한국 사회의 투명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제안의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기자 회견 후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에도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불체포 특권 제한 등 정치인 개개인이 책임지는 정치 만들어야"**

한편 이날 반부패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백인 선언'과 함께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부패 극복의 과제들을 정치, 경제, 공공부문 등 각 부문별로 밝혔다.

정치 부문의 경우에는 정치 자금과 정당에 한정돼 있던 정치 개혁을 정치인과 정치의 성격까지 확장하는 것을 큰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에 진행돼 오던 정치 자금 투명화, 정당 민주화 등 정치 개혁 과제를 완성함은 물론 의원 불체포 특권 제한, 의원 윤리강령에 의한 처벌과 제재 도입 등 정치인 개개인에게 책임을 지는 정치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부문의 경우는 윤리 경영을 정착하고 투명 경영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기업의 윤리강령을 제정·보급하고, 분식회계를 방지할 수 있는 회계기준과 감시 장치를 강화하며, 대주주와 경영자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고 잘못된 경영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부방위를 중심으로 부패 방지 제도를 정비해 종합적인 부패 감시 체계를 꾸리고, 부패에 쉽게 노출돼 있거나 불투명한 분야의 투명성을 높이는 개혁을 가속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반부패국민연대 등은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을 통해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된다면 ▲대외 신인도 제고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반부패 비용의 절감과 기간의 단축, ▲선진 사회 도약의 발판 마련 등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열린우리당 등 정치권이 시민사회의 반부패투명사회협약 제안에 맞춰 정치인 대사면·복권 움직임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인 것과 관련, "정치권의 사면이나 재벌 등의 면책이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의 내용이 될 수 없다"며 "이를 위한 이른바 '분위기 조성용' 이벤트로 이번 선언을 폄훼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해 벽두부터 울린 "다 함께 더 맑게 부패 투명 사회로 나아가자"는 시민사회의 제안이 정부와 의회, 경제계로부터 어떻게 화답을 받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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