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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복지부, '혈액수가 39% 기습인상' 시도 파문

연말 들뜬 적십자사, "시민들이 헌혈하고 돈도 더 내게 돼"

대한적십자사의 부실 혈액 관리에 대한 대책으로 시민들이 혈액 및 혈액 성분제제를 공급받을 때 내는 비용을 2005년부터 일괄적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23일 오전 이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논란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혈액수가 현행 대비 39% 기습인상 시도**

<프레시안>이 23일 입수한 보건복지부 혈액정책과가 지난 21일자로 제출한 <혈액관리수가 개정안>에 따르면, "2005년부터 실시되는 핵산증폭검사(NAT)의 운영비, 헌혈자 관리비 현실화 등 시급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혈액 및 혈액 성분제제의 가격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현행 3백10억5천만원(현행 대비 39%)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혈액제제의 총량으로 나눠 혈액제제별로 9천1백3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혈액원은 의료기관에 전혈(400㎖)은 1개당 4만4천5백20원에, 농축 적혈구(400㎖)는 3만2천5백10원에, 농축 혈소판(400㎖)은 3만7천3백60원을 받고 공급을 하게 된다. 물론 환자들이 직접 혈액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여기에 5천1백80원을 더 내야 한다.

복지부는 이런 대폭 인상의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핵산증폭검사(NAT) 장비를 관리하기 위해서 연간 2백30억5천만원이 소요될 예정이고, ▲헌혈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자발적 헌혈 운동을 육성·지원하기 위해서 67억5천만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헌혈증서에 대한 보상으로 적립되는 '헌혈환부적립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12억5천만원의 예치금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애초 이런 개정안을 23일 오전에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예상되면서 누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훨씬 더 큰 규모로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시급한 수가 인상을 주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민들이 헌혈하고, 돈도 내는 구조 심화시킬 것"**

많은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수가 인상안이 혈액 부실 관리의 부담을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혈액 및 혈액제제는 건강의료보험비로 80%가 청구되기 때문에, 이런 혈액수가 인상은 환자 부담과 함께 시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시민들이 헌혈하고, 돈도 내는 구조"를 심화시키는 구조라는 것이다.

우선 복지부가 시급한 인상이 필요하다고 내세운 이유들이 군색하기 짝이 없다.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핵산증폭검사(NAT) 도입부터 논란의 대상이다. 핵산증폭검사(NAT)는 잠복기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자를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검사 역시 잠복기 AIDS 감염자를 완전히 가려낼 수는 없다. 이미 1998년에 이 검사를 도입한 일본에서도 그 이후에도 잠복기 AIDS 감염자의 헌혈로 수혈 감염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2003년에 보고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핵산증폭검사가 장기적으로 필요하겠지만 더 긴급히 요구되는 것은 혈액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혈액 관리 시스템 자체가 엉망으로 돼 있는데 고가의 검사 장비만 들여놓으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헌혈자 관리비에 들어가는 67억5천만원을 환자들과 시민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더 어이없다. 5번 이상 헌혈을 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혈 운동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시민들의 쌈짓돈을 털어서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전직 적십자사 직원은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적십자사 혈액원 직원들의 자기 쇄신 노력"이라며 "조직은 방만하게 운영해놓고서 시민들 헌혈 운동을 지원해야 하니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국민들이 쉽게 수긍을 하겠느냐"고 복지부와 적십자사의 인식을 꼬집었다.

그나마 이번 인상 요인 중에서 납득할 만한 것은 헌혈증서에 대한 보상으로 적립되는 '헌혈환부적립금'의 예치금을 늘리는 12억5천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헌혈증서를 없애는 등 순수한 헌혈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상액도 부풀려-인상 효과는 9천원의 3배인 2만7천원"**

복지부가 수가를 올리기 위해 약60만개를 계산에서 누락해 1천4백원을 더 인상한 정황도 포착됐다.

복지부는 1년에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혈액제제 총량을 3백40만개로 계산해 3백10억5천만원을 3백40만개로 나눌 경우 개당 9천1백30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혈액제제 총량은 수혈용 3백40만개에 성분채집 혈장 60만개를 더한 4백만개로 계산해야 한다.

복지부가 인상 대상 혈액제제에는 성분채집 혈장(4만4백50원)을 넣어 놓고, 정작 인상액을 계산할 때는 이 분량을 뺀 것이다. 이렇게 60만개를 더해 4백만개로 계산할 경우 실제 인상액은 9천1백80원보다 1천4백원이 적은 7천7백60원이 된다.

한편 총 3백10억5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괄적으로 9천1백30원을 인상할 경우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3배 인상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시민들이 헌혈한 전혈의 경우, 그대로 수혈용으로 공급되는 경우는 연간 1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농축 적혈구, 농축 혈소판, 혈장 등 혈액 성분제제로 다시 분리돼 환자들에게 공급된다.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전혈(400㎖)은 1개당 4만4천5백20원이지만 농축 적혈구(400㎖)는 3만2천5백10원, 농축 혈소판(400㎖)은 3만7천3백60원, 혈장(400㎖)은 3만4천40원에 공급된다. 한 사람분의 전혈을 이용해 적혈구, 혈소판, 혈장을 분리하는 것이니만큼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9천1백30원의 3배인 2만7천3백90원 인상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지적에 대해 적십자사 홍보실 관계자는 "'성분채집 혈장'의 경우 실제로 수혈용으로 의료기관에 직접 공급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3백40만개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며 "'수가를 일괄 인상할 경우 공급자 입장에서 3배 인상의 효과를 본다'는 지적은 소요 예산을 실제로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양으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혈액 수가 인상 된다" 연말 들뜬 적십자사-분위기 조장하는 복지부**

시민·사회단체나 환자단체들이 무조건 혈액수가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성분채혈 혈소판의 경우에는 혈액수가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다. 문제는 시민들이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합의 절차 없이 기습적으로 혈액수가를 대폭 인상하려는 복지부와 적십자사의 처신이다.

최근 적십자사 직원들 사이에는 "복지부가 혈액수가를 대폭 인상해줄 것이기 때문에 일부 경영상의 어려움은 금방 극복될 것"이라는 말들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적십자사가 쇄신을 하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 전직 적십자사 직원은 "적십자사의 쇄신을 견인해야 할 복지부가 오히려 적십자사와 함께 시민들 돈을 떼 갈 궁리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혈액수가 문제를 널리 알려 합리적인 수가가 책정되도록 시민들이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신경 쓸 것이 유난히 많은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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