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선생 별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선생 별세

"땅과 함께한 80 평생 마무리하고 땅으로 돌아가"

"은행나무는 세월이 지날수록 노랗게 변해 가고 옻나무는 노란색이 별로 변하진 않지만 자주 매만져 세월과 손때가 묻으면 물리적 무게는 줄어도 존재 자체의 무게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요. 지위나 권세 명예가 오를수록 존재 자체는 가벼워지다 못해 형편없이 되는 것 아닌가요."

"사람도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길 따 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병을 안기듯이, 착함이 자기 방어 수단을 갖지 못하면 못된 놈들의 살만 찌우는 먹이가 될 뿐이지요. 착함을 지키기 위해서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현암사 펴냄) 등의 저작을 통해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 전우익(79) 선생이 19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전우익 선생은 경북 봉화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 강점기 하에서 서울에서 대학을 마쳤다. 해방후 좌익 활동으로 사회안전법에 연루돼 6년간에 걸친 수형 생활을 한 뒤 봉화로 귀향해 홀로 농사짓고 나무를 기르면서 살아 왔다.

1993년 신경림 시인의 주선으로 펴낸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는 입소문으로 알려졌으나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받지 못하다가, 2002년 9월 MBC '느낌표!'를 통해 좋은 책으로 선정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전우익 선생은 이 책에서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생활 철학과 심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혼탁한 세상에 맑고 깨끗한 삶의 지혜를 전해주었다. 특히 전우익 선생은 땅과 함께하는 농부로 살아가는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우익 선생은 이 책 외에도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니까>, <사람이 뭔데>(이상 현암사 펴냄) 등의 산문집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전우익 선생은 2003년 10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필생의 역작으로 중국의 진정한 혁명적 시인인 도연명에 대한 평전을 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전우익 선생은 결국 도연명 평전을 선보이지 못하고 땅으로 돌아갔다.

유족으로는 아들 전용구씨 등 3남3녀가 있다. 빈소는 경북 봉화 혜성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8시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