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광풍', 천연기념물까지 망치려 들어"

천연기념물 인근 24홀 23만평 골프장 추진 물의

정부가 경기 부양을 겨냥해 각종 골프장 건설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결과, 골프장이 천연기념물 주변 등 생태ㆍ문화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곳까지 파괴하고 있다.

***환경단체, "천연기념물 바로 옆에 23만평 규모 골프장 건설"**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일 "T기업이 8백억원을 투입해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 인근에 2009년까지 24홀 23만평 규모의 '태안 West Beach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한 인허가 절차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닷가 모래가 육지에 퇴적된 길이 3.4㎞, 폭 0.5∼1.3㎞의 국내 최대 모래언덕이다. 이 사구에는 또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인접 바닷가는 해양생태계와 육지생태계의 완충지점이어서 해양수산부가 해양생태보전지역으로도 지정한 곳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이미 지난 10월 해당 기업으로부터 '국토이용 변경계획'을 제출받아 심의 중이다. 문화재청도 지난 11월 천연기념물 보호지역 주변에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접수해 오는 22일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허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골프장 건설 열풍이 천연기념물까지 망치려 들어"**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정부가 단기 경기부양 명목으로 골프장 건설 열풍을 부추기더니 천연기념물까지 망치려 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이 골프장이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불과 80m 떨어진 곳에 건설돼 운영되면 골프장에 살포되는 농약이 표범장지뱀, 금개구리 등 해안사구 주변에 사는 보호종 양서ㆍ파충류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또 "농약과 함께 골프장에서 나오는 오ㆍ폐수가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해안사구 앞 바닷가의 수질과 생태계를 훼손하게 될 우려도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천연기념물 지역 전방 5백m 구역은 행위제한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한편 골프장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도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주변 어장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골프장 건설 저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