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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나현민 일병 친구도, 홍명보 감독도 '희생자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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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나현민 일병 친구도, 홍명보 감독도 '희생자 애도'

[현장] 봄비 속에서 이어진 서울광장 분향소 열기

"조국은 영원히 그대들을 기억하겠습니다. 용사들이여 편히 쉬소서"

'고(故)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무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굵은 빗방울을 쏟아 붓는 하늘도, 분향을 앞두고 긴 줄을 선 시민들의 표정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고가 일어난 지 1달이 지나서야 긴 잠을 잘 수 있게 된 46명의 장병들은 커다란 영정 사진으로 남아 긴 조문 행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합동분향소에는 26일 오후에도 평일 근무시간, 궂은 날씨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분향을 위해 긴 줄을 섰다.

▲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희생자 합동분향소의 모습 ⓒ뉴시스

조문객들은 약 30~4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입구에서 흰 국화꽃을 건네받아 영정 앞에 바치고 묵념을 했다. 이들은 유족을 대신해 상주로 나온 해군 장성과 사병 등 30명의 상주에게 인사를 한 뒤 조의록에 영면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적어 다시 한 번 장병들의 넔을 위로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조문객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딸만 둘 있지만 자식 둔 사람으로서 다 내 새끼 같다." 딸과 함께 분향을 하고 나온 김영숙 씨도 연신 훌쩍거렸다. 딸과의 약속 때문에 성남에서 이곳 서울시청 앞까지 오게 됐다는 김 씨는 분향소를 보고 그냥 갈 수 없어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은비 씨도 "시청역을 지나다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는 화살표를 보고 오게 됐다"며 "곧 남동생이 군대에 가는데, 이번에 희생된 장병들 사진을 보니 딱 동생 나이거나 그보다 더 어린 분들도 있더라"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 합동분향소를 찾은 많은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갈 길을 서두르던 중에 우연히 분향소를 보고 자신의 아들, 동생, 친구를 떠올리며 찾아왔다. 특히 출근, 등교로 한창 바쁠 아침 시간대에 발걸음을 멈춘 이들이 많았다. 외근을 다녀오던 길에 잠시 들렀다는 직장인 주현호 씨도 "지금은 일이 있어서 분향은 못했지만 이따 퇴근하고 난 다음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분향을 마치고 나서도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들은 분향소 옆 천막에 마련된 대형 합판 위에 갖가지 색깔의 종이에 메시지를 적어 붙였다. 한 언론사가 주최한 사진전의 작품 위에도 애도 글이 붙여졌다. 빗물 방지를 위해 두른 투명 비닐 위로 빗방울이 어려 "마치 글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지나가는 한 시민은 말했다.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편히 잠드소서", "춥고 무서웠을 그 기억 다 잊으시고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랍니다.", "해군 아저씨 좋은 데로 가셔서 편이(편히) 수세요. 오가람 2-5" "아저씨 편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 ⓒ프레시안(안은별)

서울시는 합동분향소에 장례 첫날인 25일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3300여 명의 시민이 다녀간데 이어 이날도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6000여 명이 다녀가 이틀간 조문객이 1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특히 26일에는 정·재계 인사들이 단체로 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선임행정관급 참모 100여명과 함께 조문했으며 한나라당, 민주당 당직자들도 평택 제2함대 사령부 조문에 이어 서울광장도 찾아왔다.

▲ 민주당 당직자들과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명숙 전 총리가 희생 장병들의 영정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과 서울·경인지역 사장단, GS그룹 서경석 부회장 및 계열사 사장단, STX 강덕수 회장과 임원진들,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과 회장단 등 재계 인사들의 방문도 줄을 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조중연 회장,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등 축구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축구협회는 천안함 희생 장병에 대한 애도 기간을 피해 오는 29일 예정했던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예비명단 발표 행사를 하루 늦추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은 "다신 일어나선 안 되는 슬픈 일"이라면서 "나라를 대표해 뛰는 입장에서 그 분들의 희생이 너무 안타깝고,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국민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조문하기 위해 찾아 온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뉴시스

이날 조문이 우연히 이뤄졌거나 조문단 차원의 '스케줄'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조문 인파들 사이를 누구보다 침통한 표정으로 빠져나온 시민 김수민 씨와 유혜수 씨는 마치 준비하고 온듯 검정색 상하의 차림이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이들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나현민 일병의 중학교 때 친구라고 했다.

유 씨는 "아무 말도 못 하겠다. 어제 평택에 가서도 현민이 이름만 열 번 부른 것 같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김 씨도 함께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처음에 함미를 발견한 게 어선이었는데…최첨단 장비를 가졌다는 군함이 어떻게 어선보다 느릴 수가 있냐. 믿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이들의 '의심'은 너무도 차분했다. 김 씨는 "이번 일로 국가가 쉬쉬하는 부분도 많다"며 "모든 것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29일까지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된다. 이 외에도 전국 16개 광역시도와 희생 장병들의 고향과 거주지 시군구 34곳 등에도 시민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평택 해군 2함대의 대표분향소와 현충원 등 육해공 군부대 220곳에서도 장병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온라인 공간에 마련된 사이버 분향소에도 누리꾼 3만 8000여 명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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