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년에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지하저장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선제공격무기이자 소형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새로운 미사일(벙커버스터)'을 내년에 한국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미국의 권위있는 연구소가 폭로, 파문이 일고 있다. 벙커버스터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북한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면서, 북핵협상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진보센터, "美, 2005년도 한국에 벙커버스터 배치"**
진보성향의 연구소인 미국진보센터(CAP)는 16일(현지시간) <핵 안보로 가는 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부시 행정부는 내년에 한국에 북한의 WMD 지하저장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미사일(벙커버스터)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5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종식될 때까지 북한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러한 언사는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한국으로부터의 압력으로 인해 줄어들었다”면서도 “그러나 새로운 미사일 배치는 이러한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어 “벙커버스터와 소형핵무기는 테러 단체와 ‘깡패 국가’에 부시 정부가 가하려는 선제공격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선제사용무기”라면서 “미국은 현재 ‘소형 핵무기’와 벙커버스터를 기존 핵무기에 더하려 하고 있으며 이런 행동은 전세계 국가들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을 증대시키고 핵비확산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 연구소의 로런스 코브와 프터 오그덴 연구원이 작성했으며 로버트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과 데이비드 코트라이트 박사 등이 조언을 제공했다.
이 보고서의 폭로는 사실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군사전문 주간지인 <디펜스뉴스>도 "미국은 새로운 벙커버스터(ATACM-P)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완료될 경우 주한미군에 우선 이 미사일 6기를 배치할 예정"이며 "배치 목적은 북한이라고 국방 분석가들은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벙커버스터 한국서 사용되면, 한반도에 재앙**
이 보고서가 내년에 한국에 배치될 것으로 밝힌 "WMD 지하저장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미사일"이란 벙커버스터를 설명하는 것으로, 벙커버스터는 지하동굴을 뚫고 내려가 목표물을 파괴하는 폭탄으로 레이저 유도폭탄(GBU-28)의 일종이다.
미국은 당초 지난 1991년 걸프전쟁 때 지하 30.5 m 깊이의 벙커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이라크군 사령부를 공격하기 위해 특별히 이 무기를 설계했으며 그 해 첫 투하실험에서는 두께 7 m의 콘크리트 벽을 꿰뜷기도 했다. 걸프전 당시 2기가 투하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개조되어온 최첨단 무기인 벙커버스터는 지난해 이라크침공때도 그 위력을 재차 드러냈다. 미군은 이라크 침공직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 고위 이라크 관리들의 은신처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해 초토화시켰다.
특히 미국의 벙커버스터 한국 배치와 관련, 주목해야 할 대목은 벙커버스터애는 소형핵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 정부는 이와 관련, 이미 지난해 11월 소형핵무기 연구-개발을 금지해온 '스프랫 페이스 조항'을 폐지하면서 10년만에 소형 핵무기 연구를 재개할 바탕을 마련했었다. 소형 핵무기는 벙커버스터에 탑재가 가능한 무기다.
지난해 미 의회 조사국은 핵을 탑재한 벙커버스터의 위험성과 관련, "댜량의 죽음의 재를 뿌려 민간인에게 치명적인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벙커버스터나 기존 핵무기나 피해 규모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연구를 통해 증명했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5 킬로톤의 핵 벙커버스터 한 방이면 방사성 낙하물의 피해가 커 23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왔다.
CAP 보고서도 “벙커버스터 옹호론자들은 이 무기의 폐해는 전통적인 핵무기보다 덜하다고 하지만 방사능과 낙진 등 벙커버스터 피해는 훨씬 심각하다”며 “전문가들은 생화학무기를 파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오히려 그 해로운 물질을 퍼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재차 벙커버스터 한국배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부시 정책, 핵무기공격위협 오히려 증대. 北과 ‘일괄협상’ 해야”**
보고서는 이밖에 ‘부시 정부의 핵무기 정책이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 5가지 이유’를 거론하며 “부시 행정부의 현재 정책은 도리어 핵무기 공격 위협을 증대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현재 핵정책과 국가안보전략(NSS)은 핵확산을 오히려 증대시키고 은밀한 개발을 부추긴다”면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위협을 받는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의 유일한 억제수단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뿐이라고 여기게 된다”며 그 이유를 적시했다.
보고서는 그러한 전형적인 예로 북한을 거론하며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에 직면했을 때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증대시켰다”면서, 북핵 해결책으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는 대신 경제, 무역 이득을 주는 ‘일괄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전략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리 버틀러는 “냉전시기의 선제사용정책의 유용성이 어떠했든 새로운 국제안보환경에서는 그러한 정책은 전혀 유용하지 않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이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핵무기 대안으로 비핵무기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점 ▲국제사회 신뢰의 위기 ▲벙커버스터의 심각한 폐해 ▲선제공격정책이 핵보유국가들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가능성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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