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교체하기 위해 전화도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정부가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연임 반대를 공개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각국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런 의도는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美,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연임 반대 공개 천명**
스콧 멕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유엔기구 수장은 임기를 한번만 연임할 수 있다는 제네바 규정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연임에 대한 미국의 견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으로 지금까지 한 번 연임했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내년 여름 2차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날 멕클렐런 대변인의 발언은 공개적인 연임 반대 의사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멕클렐런 대변인은 ‘미국은 그를 교체하려고 적극적이지 않은가’, ‘그와 불협화음을 겪은 것이 그를 교체하려 한 배경인가’, ‘도청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연임반대 규정만을 거론하며 일체 다른 답변은 거부했다.
이날 국무부 정례 브리핑을 가진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질문에 “유엔에 가장많은 공여를 하는 14개 국가로 이뤄진 비공식 모임에서 이들 국가들은 유엔 기구 장들은 단 한번만 연임한다는 제네바 합의에 동의했다”는 말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연임 반대를 천명했다. 그는 “후임자를 찾아야 할 것이고 이후 우리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미국의 안보리 회부 추진에 반대함에 따라 미국 정부는 그를 교체하기 위한 구실을 잡기 위해 그와 이란 외교간관 통화를 극비리에 도청해왔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었다.
***IAEA, “엘바라데이 숨길 것 전혀 없어”. 이란도 미국 강력 비난**
한편 도청 파문과 관련 마크 그보즈데키 IAEA 대변인은 이날 “엘바라데이 총장은 숨길 것이 전혀 없다”며 “우리는 한두개 조직이 우리 대화를 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해 오고 있다”며 엘바라데이 총장 직무에는 아무 거리낄 것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란도 “미국이 엘바라데이와 자국간 전화 통화를 도청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압둘라 라마잔자데 이란 정부 대변인은 “총장과의 통화에서는 비밀스러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통화 내용은 도청할 가치도 없다”면서 “미국의 국제법 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 “미 의도 부메랑 효과 낳을 가능성”**
이같이 도청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미국의 엘바라데이 ‘축출’ 의도는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 회원국들이 미국의 ‘오만한’ 행동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동조하는 국가들도 도청 파문으로 미국에 지지의사를 표명하기가 껄끄러워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을 인용, “미국의 도청 의혹으로 미국이 엘바라데이 연임을 막으려는 의도는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외교관은 “만일 미국이 그를 교체하고 싶었다면 다르게 했어야 했다”며 “그러한 행동은 오히려 엘바라데이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아래서 확산문제 담당 참모를 역임했던 게리 사모어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비확산담당 선임연구위원도 “부시 정부의 그러한 행동은 각국들이 미국의 의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부메랑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미 최근 2번째 연임에 도전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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