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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첸코 '독살 음모' 사실로 드러나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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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첸코 '독살 음모' 사실로 드러나 일파만파

정보국장 만난 뒤 복통, 유시첸코 26일 재선거 당선 유력

우크라이나 야당 대선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에 대한 '독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오는 26일 우크라이나 재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병원 "다이옥신 중독 확실, 제3자 소행으로 추정"**

오스트리아 빈의 루돌프피너하우스 병원 미카엘 짐퍼 박사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유시첸코가 다이옥신에 의한 약물 중독으로 얼굴에 심한 변형을 보인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같은 사실은 지난 24시간 동안 그의 피부 변화와 혈액 샘플 및 역학조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짐퍼 박사는 이어 "다이옥신 중독으로 곧바로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만일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비극적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었다"며 "우리는 이것이 제3자에 의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며, 그동안 유시첸코 후보측이 주장해온 '독살 음모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같은 발표에 앞서 전날인 10일 유시첸코는 부인과 함께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병원에 도착했으며 병원측은 유시첸코의 혈액과 각 장기의 생체조직을 채취, 각 신체기관의 기능과 변형 가능성 등에 대한 정밀 검사 및 혈액분석 작업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야당 국회의원 알렉산더 트레차코프는 이와 관련, "오스트리아 의료진이 유시첸코의 혈액 샘플을 다른 국가에도 보내 진단을 의뢰했는데 이들 국가에서도 독성화합물에 의한 중독이라는 결과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혈액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기는 했으나 전체 양이 1㎎도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이옥신 중독의 주요증상은 피부 손괴 및 신체장기의 기능장애"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다이옥신은 음식이나 먼지에서도 소량 발견되는 독성물질로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에 과다하게 노출되거나 섭취할 경우 피부질환과 간 및 신경계통의 손상을 일으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이 월남전 당시 사용해 그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수십년간 커다란 물의를 빚어온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정보국장 만난 뒤 복통-얼굴변형**

영국의 BBC방송은 이와 관련, 12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그동안 유시첸코 후보측이 제기해온 독살 음모설을 상세히 보도했다.

유시첸코는 대선 유세가 막 시작된 지난 9월5일 저녁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보안국(SBU) 국장 이호를 스메시코와 차장 볼로디미르 스타시우크와 함께 식사를 한 뒤, 복통과 함께 얼굴 피부가 상하고 물집이 잡히기 시작해 다음날 루돌프피너하우스 병원을 찾은 결과 아무런 독극물을 찾지 못했다며 식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후 증상은 더욱 심해져 영화배우 못지않게 수려했던 얼굴이 바뀌기 시작해, 피부가 갑자기 얽고 초록색 빛을 띠는 창백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독살 음모설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에 대해 그동안 우크라이나 검사들이나 보건부 관료들은 유시첸코의 얼굴 변형은 바이러스에 의한 열병에서 비롯됐다고 결론짓는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러시아 당황**

오스트리아 병원의 독극물 유출 발표 직후, 검찰총장실 대변인은 "10일 현재 사건수사가 재개됐다"며 전면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보건부 차관 알렉산더 오다는 "혈액분석이 다이옥신의 함유 여부를 밝히는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며 "좀더 전문적인 기관에 혈액샘플과 지방세포 조직을 보내 분석을 의뢰할 필요가 있다"고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야누코비치 총리를 지지해온 러시아의 보건부 독성물질과장 유리 오스타펜코도 "오늘 다이옥신을 한모금 흡입한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 죽는 것은 아니고 다이옥신 중독은 수년간에 걸쳐 일어난다"고 오스트리아 병원 발표에 반발했다.

반면에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진단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유시첸코 '여유', 여론조사서 지지율 10%p 이상 앞서**

한편 당사자인 유시첸코 후보는 병원을 떠나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어떤 식으로도 이 일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 의문은 많은 시간과 엄중한 조사를 필요로 하니 선거 이후에 벌이도록 하자"고 말하며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검찰의 전면 재수사 착수 소식에 환영을 표시한 뒤 "우리는 곧 누가 이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첸코가 이처럼 여유로운 반응을 보인 것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여당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보다 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치경제연구센터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유시첸코와 야누코비치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50%, 40%를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정치전문가들은 독살 음모설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이같은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 오는 26일 치러질 재선거에서 유시첸코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유시첸코가 당선될 경우 '탈(脫)러시아-친(親)서방화'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세계질서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돼, 선거결과에 세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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