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했다. 김 의원으로서는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친이계 중심으로 제기됐던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무산된 이후 1년 여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김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과거는 그만 잊자. 저부터 먼저 모든 것을 잊고 미래만 이야기하겠다"며 "용서와 화해, 통합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친이, 친박, 주류, 비주류, 언제까지 이런 것들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느냐"며 "주류건 비주류건 열린 가슴으로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래야 중요한 정책 결정도 계파의 입장을 떠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다면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 또 적당히 성공한다고 해서 다음 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느냐"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 재창출이며, 우리 모두 사심을 버리고 공적인 사명감 앞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 의원은 최근 '세종시 수정안' 지지 입장을 밝힌 후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친이계가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아니다. 이같은 처지를 두고 그는 "'지금 원내대표를 맡는 것은 독배를 받는 것'이라고 조언을 주시더라"며 "위기에 처한 당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설령 독배라 해도 받는 용기가 저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개개인의 입장을 떠나 공적인 입장에서 양쪽의 입장을 수용하는 절충안을 만들 것"이라고 거듭 '소신'을 강조했다.
4선의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친이계인 3선의 고흥길 의원을 선택했다. 고 의원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고, 수도권 지역(경기도 성남 분당 갑) 출신이다.
5월 3일 전후에 있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이계지만 중립을 지향하느 4선의 정의화 최고위원, 친이계 "정통"을 자처하는 3선의 이병석 의원, 그리고 김무성 의원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박 좌장' 떼고 두번째 도전…'김무성 카드' 이번엔 성공할까?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을 높게 친다. 친박의 색깔을 많이 희석시킨 김 의원을 이른바 '화합형 인물'로 추대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측은 "추대라는 말을 김 의원이 좋아하지 않고 있다. 단독 출마의 모양새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 내에서는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이 김무성 의원의 출마에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110여 명의 친이계 의원들이 김 의원을 조직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 친박계 중에서도 옛 민주계 인사 일부가 김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원내대표에 출마할 계획을 가진 한 의원 측은 "김 의원이 나가게 되면 우리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다. 지난해 5월 여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가 부상했을 당시 박 전 대표가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혀 무산됐던 전력이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상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다만 "친박 의원 중 많은 분들이 (원내대표 출마를) 찬성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도) 그렇게 (반대)하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찬반 여부와 관련해 "지금은 지난해 5월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의원이 '친박 원내대표'를 자처하지만 않으면 박근혜 전 대표가 묵인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 전 대표는 김 의원의 출마를 흔쾌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