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5세 학생(고1)의 학업 성취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비회원 40개국 중 문제 해결력 1위를 비롯해 읽기 2위, 수학 소양 3위, 과학 소양 4위 등 최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같은 학생들의 세계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에 지난번 조사때보다 순위가 크게 떨어지면서 '세계 톱'에서 탈락한 일본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쇼크'로 받아들이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문제 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
파리에 본부를 둔 OECD는 2003년 30개 회원국과 10개 비회원국의 만15세 이상 학생 2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개 부문의 학업 성취도 결과를 담은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 결과 보고서(PISA 2003)>를 우리시간으로 7일 오전 8시 전세계에서 동시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2000년 3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첫 조사에 이어 2번째 실시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PISA 본부가 선정한 1백51개 고교에서 5천6백12명이 참여했다.
PISA 2003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은 문제 해결력 세계 1위, 읽기 2위, 수학 소양 3위, 과학 소양 4위 등 높은 성취도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에 새로 추가된 '문제 해결력'의 경우 우리나라는 550점으로 홍콩-중국(548), 핀란드(548), 일본(547) 등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 1위를 차지했다.
읽기 소양의 경우에는 534점으로 핀란드(543)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수학 소양의 경우는 542점으로 홍콩-중국(550), 핀란드(544)에 이어 3위, 과학 소양의 경우는 538점으로 핀란드(548), 일본(548), 홍콩-중국(539)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의 잠재력은 세계최고, 기성사회 뒷받침은 최저**
이번 조사결과는 공교육 붕괴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지적 능력이 탁월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이같은 능력을 제대로 키워줄 경우 한국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문제 해결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우리 학생들의 문제 해결 및 위기 돌파능력이 탁월함을 보여주는 더없이 반가운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 소양의 경우 2000년에 비해 1위에서 4위로 하락했고, 수학 소양의 조사항목중 '흥미'(31위)와 '동기'(38위) 등이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나, 우리 학생들이 나날이 수학, 과학에 흥미를 잃고 있으며 이같은 높은 순위도 주입식-암기식 교육의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결과가 최근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학생들의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기성사회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해 시간이 흐를수록 퇴화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수학-과학, 남녀간 성취도 격차 매우 심해"**
이같은 전체 학생의 평균성적보다 상위 5%에 속하는 최상위권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또한 2000년 조사때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순위가 상승했다.
읽기는 2000년 20위에서 7위로, 수학은 5위에서 3위로, 과학은 5위에서 2위로 올랐고, 이번에 처음 조사한 문제 해결력은 3위를 차지했다.
국내 상-하위 학생간 성취 격차도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위 5%의 최상위권과 하위 5%의 최하위권 학생간의 성취도 점수 차이도 낮게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읽기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남학생의 성취도가 여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남녀 학생간 성취도 차이는 문제 해결력의 경우 3위, 수학과 과학 영역에서는 2위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읽기는 우리나라 남녀 학생의 성취도 차위가 36위로 작게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와 관련, "수학과 과학이 지적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학과 수학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학, 과학 영역에서 여학생의 흥미도 및 성취도를 제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시사점을 밝혔다.
***일본, '톱 탈락'에 국가적 쇼크 상태**
한편 이번 조사결과에 우리나라 교육계가 반색하고 있는 반면, 옆나라 일본의 경우 지난번 조사때보다 순위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일본 사회 전체가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본은 과학 소양만 지난번 조사때와 마찬가지로 2위를 차지했을뿐, 지난번 조사때 1위를 차지했던 수학 소양은 6위로 급락했고 읽기(독해력)도 지난번 8위에서 14위로 곤두박질쳤다. 이번에 처음 조사한 문제 해결력은 4위에 머물렀다.
요컨대 과학 소양 1부문에서만 한국을 앞섰을 뿐,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두 한국에 뒤지고 순위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조사결과 발표직후 일본 문부성은 "일본의 학력이 국제적으로 상위에 있기는 하나 '최상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세계 톱에서의 탈락을 인정했다.
문부성은 특히 읽기(독해력) 급락 원인과 관련, "독서량과 TV시청시간, 컴퓨터의 침투 등 언어환경의 영향도 받았다"며 "이번 사태를 중시해 앞으로 수업시작전 독서 추진을 포함하는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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