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테러단체인 알카에다로 추정되는 무장조직이 6일(현지시간) 삼엄한 경비를 뚫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미국 영사관에 진입, 인질극을 벌이다 8명이 숨진 채 4시간 만에 진압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미 테러가 다시 시작되는 양상을 보이자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무장세력, 사우디내 미 영사관 공격 8명 숨져**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5분경 사우디 홍해연안 항구도시 제다의 미국 영사관 정문 차량 뒤쪽으로 무장세력이 잠입해 들어가 경비를 서고 있던 보안군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하면서 이날 인질극이 시작됐다.
이들 무장세력은 연막탄과 소이탄을 쏘며 건물안으로 진입, 영사관 직원 18명의 인질을 붙잡고 사우디 보안군과 교전을 벌이며 대치했으나 괴한 3명이 사살되고 2명이 체포되면서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5명의 영사관 직원이 사망했으며 미국인은 한명만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고 사우디 내무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미국 대사관은 공격 직후 리야드 대사관과 달란 주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조치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해 5월 이후 외국인 시설물과 치안당국 건물을 겨냥한 폭탄공격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테러활동 단속 강화와 미국 영사관 등 외국공관 주변 경비 강화를 대폭 강화했음에도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5월에도 무장괴한의 총기 난사로 22명이 숨졌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리야드 외국인 숙소에서 차량폭탄공격으로 17명이 숨지고 1백22명이 부상당했다.
***알카에다, 자신들의 소행 주장**
이번 공격이 어느 단체 소행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사우디아라비아내 알카에다 지부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아라비아 반도내 알카에다 조직은 이날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는데 이용하는 한 웹사이트에 성명을 발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성명의 진위여부는 즉각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이날 공격이 발생하기 1주일 전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언론에 공개한 새 비디오 테이프에서 “미국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추가 공격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알카에다 소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우디 당국과 대테러 전문가들도 이번 공격을 알카에다 소행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사우디 당국은 적극적인 공세 작전을 펼쳐 6백여명 이상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고 주요 수배자들을 검거 또는 사살했지만 사우디 내에는 여전히 강력한 알카에다 등의 테러 조직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이번 공격은 그대로 보여줬다. 오히려 통신 등에 따르면 전술이 더욱 고도로 정교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격은 테러범들이 아직 활동중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그들은 자유국가의 의지에 영향을 미치려 하며, 우리가 사우디와 이라크를 떠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우디 원유 수출 불안 요인 부각, 국제유가 상승세 **
한편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에 대한 이번 공격으로 또다시 석유수급 불안요인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6월 테러 공격 이후에도 유가는 급등한 바 있다.
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44센트(1%) 오른 42.98 달러로 마감됐고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에 비해 배럴당 29센트(0.7%) 상승한 39.6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WTI 선물가가 2003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인 14% 하락하면서 석유시장에는 ‘하락론’이 지배적인 분위기였으나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내 석유 생산과 수출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순식간에 수급 불안 우려가 전면에 부각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