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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루' 개성공단 취재신청-퇴짜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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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루' 개성공단 취재신청-퇴짜 물의

출입처별 '부처 이기주의' 갈등 재연, '기자 모시기' 관행 재연도

오는 7일 개성공단에서 문을 여는 우리은행 지점 개소식에 금융단-재경부-금감원 출입 기자들이 무려 46명이나 앞다퉈 각사별로 중복 참가신청을 했다가 북한당국으로부터 신청자의 3분의 1만 허가를 받아, 언론계 안팎의 눈총을 사고 있다.

***조선-동아-KBS 등 취재 불허**

6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7일 개성공단에서 남북한 인사 1백여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열릴 예정인 우리은행 지점 개소식에는 국내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가 취재를 신청했으나 13개 언론사의 16명만 참석이 허가됐다.

11개 종합 일간지 중에서는 조선, 동아, 서울, 내일 등 4개사가 배제되고 중앙, 한겨레, 경향, 한국, 국민, 세계, 문화 등 7개사만 취재가 허가됐다.

경제매체 중에서는 매일경제 등이 배제되고 한국경제, 한경TV, 그리고 제일경제의 취재가 허가됐다.

TV방송 중에서는 KBS가 배제되고 MBC와 SBS 두 곳만 허가됐고, 이밖에 연합뉴스의 취재가 허용됐다.

이들 가운데 2명의 복수취재가 허용된 곳은 방송사인 MBC와 SBS, 그리고 이례적으로 제일경제 3곳뿐이다.

이같은 결과와 관련, 배제된 언론사들의 불만은 당연히 크다. 조선-동아일보의 경우 최근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등과 관련해 북한당국과 긴장관계를 보여왔던 만큼 북측이 배제했다고 해석가능하나, KBS나 서울신문에 대한 취재 불허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반응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우리정부에 대한 북한당국의 싸늘한 시선이 우회적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기도 하다.

또한 TV 방송의 경우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각각에게 취재허가를 해준 점은 이해가나, 제일경제에 대해서도 두 명의 취재를 허가한 대목도 미스테리라는 게 일반적 반응이다.

***출입처별 신경전**

문제는 그러나 북측의 선별 기준을 문제 삼기에 앞서, 북한이 이런 선별을 하기까지에는 우리 언론계와 정부의 책임 또한 적지않다는 데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은행이 신청한 북한 개성공단지점 신설을 허용하기로 의결했다. 남북당국간 개소하기로 합의한 개성공단 공식 지점에 여러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선정,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오는 7일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에는 지점장 1명과 차.과장급 간부직원 2명을 배치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을 위한 여.수신 및 외국환업무 등 금융 편의를 제공하기로 하고, 우리은행에 출입하는 금융단 기자들에게 개소식 취재 요청을 부탁했다.

문제는 그러나 재경부와 금감원이 예기치 못하게 자기부처 출입기자들의 개성공단 취재 권리를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재경부는 북한과의 개성공단 협상주체가 김광림 재경부차관이었다는 점을 들어, 금감위는 우리은행 신설허가를 해준 부처가 자신이라는 점을 들어 자기부처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개소식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금융단-재경부-금감위 세곳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결국 세곳은 각각 출입기자들 가운데 취재 희망자들을 받아 통일부에 개성공단의 우리은행 개소식 취재를 신청했고 그 숫자는 같은 언론사별로 출입처에 따라 2~3명에 달하면서 46명으로 늘어났다. 통일부는 관행상 취재진 숫자가 너무 많다고 판단하면서도 교통정리를 할 수 없다고 판단, 이 명단을 모두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점 개소식이라는 자그마한 행사에 무려 46명의 남측 언론인이 무더기 신청을 한 데 대해 긴장감 속에서 '개성공단 개방'을 추진중인 북한의 반응은 당연히 냉랭했고, 그 결과 30명의 신청이 무더기 반려되고 16명만 취재가 허가된 것이다.

***부활하는 부처 이기주의**

이번 논란과 관련, 언론계 안팎에서는 개성공단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같은 언론사에서 동일한 취재현장에 출입처별로 2~3명씩의 취재를 허가한 대목에 대해서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물론 개소식 취재가 그날 오전에 갔다가 그날 오후 돌아오는 '당일치기'라는 점 때문에 "바람이나 쐬고 오라"는 식으로 언론사들이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나, '북한 취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에는 신중치 못한 접근이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또한 각 출입처들이 취재원 선정과정에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통일부가 이를 조정하지 못한 대목도 최근 각종 정책추진과정에 드러낸 '부처간 난맥상'의 재연이 아니냐는 힐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출입처들은 "출입기자들에게 특별히 해주는 게 없어서"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 또한 최근 이들 부처의 미묘한 움직임을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한 예로 금융단의 경우 올 들어 모은행의 전액 부담으로 출입기자단을 해외여행시켜 주었으며, 금감원 또한 출입기자들에게 요즘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어 언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경우 얼마 전 점심시간 전에 두 대의 버스를 동원해 출입기자들을 모두 태우고 서울 외곽으로 나가, 오후 3~4시까지 장시간 회식을 해 언론계와 관가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IMF사태후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했을 때 각 출입처별로 출입기자들의 '공짜관광'을 무더기로 신청해 현대측을 골머리 아프게 한 적이 있다. 그후 대북사업 부실화로 현대가 도산위기에 직면했을 때 많은 언론들은 자신들이 부실화의 한 요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덮고 현대의 방만한 경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개성공단 취재 소동을 당시 금강산 관광과 비교하기란 여러모로 무리이나, 언론사나 출입처나 안이하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게 세간의 따가운 눈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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