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3일 국가보안법 폐지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시도가 한나라당의 저지로 무산됐다. 우리당은 이에 주말인 4일 오후 다시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필요할 경우 여당 간사 주도로 재상정을 시도하기로 해, 주말 국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민노 "여당 간사 주도로 4일 반드시 상정"**
한나라당 소속인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이날 두차례 정회끝에 오후 11시35분께 회의를 속개한 뒤 자정을 불과 6분 남겨둔 11시54분께 "법사위는 여야간 협의를 통해 모든 것이 이뤄졌다"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제 무능력을 실감한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법사위는 4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최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달려가 "왜 마음대로 회의를 끝내느냐"며 의사봉을 빼앗아 바닥에 던지는 등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산회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최 위원장은 명백히 적법하게 제출된 동의안 처리를 기피했기 때문에 여당간사가 언제든 위원장 직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됐다"며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적법한 절차에 의해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4일 우리당 간사 주도로 국보법을 상정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도 "강행처리나 단독처리로 비난받을 여지는 만들지 않고 협상과 타협의 정신을 지켜나가겠지만 국회법 절차에 따라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선병렬 의원은 "의원 1백61명(우리당 1백51명과 민주노동당 10명)이 낸 폐지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4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 역시"최 위원장이 내일에도 사회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열린우리당 간사가 책임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4일 강행처리를 지지했다.
***끊임없는 막말, 몸싸움**
이같이 유사시 최 위원장을 배제하고라도 국보법 상정을 관철하겠다는 우리당의 방침은 이날 첫 정회때 최 위원장이 속개할 시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정회를 선포하는 등 최 위원장이 조직적으로 국보법 상정을 사보타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후 2시24분께 민법 개정안 공청회 사회를 보던 최 위원장은 공청회가 끝나자마자 기습적으로 "정회한다"고 선포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그러자 우리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도망가지 말라"고 강력반발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 사이에는 몸싸움과 막말이 오가는 격돌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주성영의원은 정회에 항의하는 우리당 이목희 의원에 대해 "술 먹고 행패부리는 거냐"고 말했고, 이에 이 의원은 "공안검사하던 자가 어디서 까부느냐"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 내내 여야대치는 계속됐고, 여야 법사위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타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법사위 회의장에 들려 신경전에 가세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론자인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북한의 한 매체는 내가 국보법 폐지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매국 5적'으로 선정했다"며 "국보법 폐지안의 상정은 물리적 저지뿐 아니라 화학적, 원자력을 써서 막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보법 완전폐지론자인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김용갑 의원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지만 나는 어정쩡한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며 "우리 당의 당론인 형법보완안도 마음에 안든다"고 맞섰다.
이날 법사위 회의장은 2백여명의 의원들과 취재진이 엉켜 더없이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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