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는 29일 일제가 저지른 침략전쟁에 군인과 군속, 위안부 등으로 강제 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와 유가족 35명이 일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 소송을 13년만에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외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전후보상문제를 주요 문제로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최종적으로 기각됨으로써 사법적으로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부여하게 됐다.
***日최고재판소, 한국인 전후보상 소송 기각**
일본 교도(共同)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제2법정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한국인 희생자 보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고재판소는 "전쟁 피해와 희생에 대한 보상은 헌법이 전혀 예상할 수 없던 것"이라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안과 관련 AP, AFP 통신 등 주요 외신도 상세히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기각, 소송비용은 원고부담'이라는 선고문을 읽은 최고재판소측은 "이번 사안은 단순히 정책적 견지에서 배려 여부를 고려할 수 있을 뿐인 사안"이라며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일본 국가를 상대로 1명당 2천만엔(약 2억원) 보상하라는 소송 내용을 기각했다.
한편 판결 직후 방청석에 있던 태평양 전쟁 희생자유족회 등의 원고들은 재판정으로 뛰어들어가 '판결은 무효, 비인도적 판결에 불복한다"며 강한 울분을 토해냈다.
원고단은 또 판결 후 재판소 앞에서 회견을 갖고 "일제는 조선인 강제연행 희생자들에 대한 관련 문서를 모두 즉각 공개하고 사망자 유가족들에게 유해 현황을 통보하며, 유해를 찾지 못한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배상을 국제관행대로 시행하라"며 '미반환 유해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면죄부, 국제적으로 큰 관심 받아**
당초 1991년 12월 도쿄 지방법원에 처음 제기됐던 이번 소송은 한국인 원고들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양국 국교정상화의 일환으로 정부가 청구권 문제를 타결했던 것일 뿐,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일본 국가의 개인 보상 책임은 해결되지 않았다"며 시작됐다. 소송 과정에서 원고들은 전쟁에 의한 재산권 침해의 배상, 일본 국적을 잃었던 한국인에의 보상조치 거부는 평등권 위반이라며 주장했었다.
지난 2001년 도쿄지법을 통해 1심 판결이 처음 나왔으며 도쿄 지법은 "국제법상 가해국에 대한 피해자 개인의 손해 배상 청구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기각했다. 지난해 7월 나온 2심 판결에서도 도쿄 고등법원은 한일 협정을 거론하며 청구권은 소멸됐다고 판시했으며 이날 나온 마지막 3심에서도 최고재판소는 일본 정부의 보상책임은 없다고 기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최고재판소는 원고들이 1940년대초 일본군에 강제 입대, 전몰하거나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을 상대하도록 강요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지난 2심에서는 고등법원은 일본국이 위안부 등에 대해 취했어야 할 '안전배려 의무' 위반은 최초로 인정했었다.
42차례의 심리가 계속되며 나온 이번 결과로 결국 일본 정부는 개인보상책임은 없다는 면죄부를 부여받게 됐으나 이번 소송은 위안부 피해 여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한국과 일본 정부의 외면 속에 일본 정부를 단죄하고자 일어섰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송을 계기로 60여건에 달하는 아시아 각국의 전후 보상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유엔 인권위의 위안부 관련 보고서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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