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오존층 파괴 물질을 감축하기 위해 마련된 '몬토리올 의정서' 일부를 개정해 감축 기간을 연장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부자 나라, "오존층 파괴 물질, 2년 더 쓰게 해달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22~26일 열리고 있는 '몬트리올 의정서 2005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 17개 선진국들이 '메틸브로마이드' 감축기간을 2년 이상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틸브로마이드는 살충제나 토양 소독제 등 농약에 많이 들어가는 성분으로, 딸기 재배나 골프장 잔디 관리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프레온가스(CFC)의 오존층 파괴 지수를 1이라고 할 때, 메틸브로마이드의 지수는 0.7에 이를 정도로 오존층을 훼손하는 물질이다.
당초 이 물질은 1997년의 합의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오는 2005년까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돼 있었으나 이번에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이 2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미국은 농민들이 "메틸브로마이드 대체물질은 효과도 적고 너무 비싸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메틸브로마이드 사용금지 조항에서 예외를 요청해왔었다. 특히 미국은 메틸브로마이드를 목재 가공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해왔는데, 미국의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그 사용량은 현재보다 3배나 늘어나게 된다.
***몬트리올 의정서 1987년 발효, 오존층 회복 중**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 보호를 위한 환경단체들의 활동과 속속 밝혀진 과학 증거들에 힘입어 1987년 발효됐다.
성층권에 위치한 오존층(지상 10~20km)에는 오존의 90% 이상이 밀집되어 있다. 오존층은 태양광선 중 생명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95~99% 흡수해 지구상의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을 보호한다.
특히 오존층이 제 역할을 못할 경우, 강한 자외선으로 피부암이나 백내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인간의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오존협약이 제대로 지켜질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만 연간 2백만명의 암 환자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오존층은 1970년대 이후 계속 엷어져 1980년대에는 핵심적인 환경 의제로 떠올랐다.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 헤어스프레이용 분무제로 쓰이는 프레온가스(CFCs)와 할론, 질소산화물 등이 오존층 파괴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결과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것이다.
몬트리올 의정서를 계기로 각국이 오존층 파괴물질을 줄여나가 2002년에는 남극의 오존홀의 규모가 상당히 축소된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오존층에 난 구멍은 이번 세기 중반까지는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국제연합(UN)은 예상하고 있다. 뉴질랜드 과학자들은 지난해 구멍 크기가 20% 줄었다고 지난 10월 보고한 바 있다.
***미국 비판하던 독일, 영국도 동참, '부자나라 이중성'?**
한편 이번 메틸브로마이드 감축 기간 연장 요구에 독일, 영국 등이 동참한 것을 두고 '부자 나라의 이중성'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높다. 독일, 영국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를 거부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2003년 가을 나이로비에 있었던 관련 회의에서도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오존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의 후퇴를 꾀한다"면 "대체물질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면에 처해 있는 개발도상국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재 환경 파괴의 상당 부분의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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