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의 핵물질 실험에 관한 보고서를 각 이사국에 보냄에 따라 정부는 그 내용을 확인하고 이사국 및 IAEA 분위기 파악에 나서는 한편,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지 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외신 보도와는 달리 IAEA 보고서에는 '무기급'이란 단어가 직접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부는 존 볼턴 미국 국무부 차관의 '안보리 회부' 주장이 미국 전체 목소리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보고서, "불이행 아닌 보고누락"**
정부는 우선 이번 보고서와 관련 핵안전조치협정 '불이행'이란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단순히 '보고누락'이란 단어가 사용된 것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불이행'이란 용어가 사용된다면 오는 25일 IAEA 이사회에서 유엔안보리로 회부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크게 ▲의장 요약 보고서 ▲결의안 채택 ▲차기 이사회로 이월 등 세 가지로, 우리 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이사회 의장이 요악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하는 시나리오를 최선의 결과로 여기고 있다.
정부는 또 이번 보고서에 ▲핵물질 실험이 실험실규모 수준 ▲ 사용하고 추출된 핵물질이 '의미없는 수준'의 소량 ▲문제가 된 실험들 이후 다른 실험 계속됐다는 징후 없음 ▲조사에 한국정부 적극적 협조 ▲위반사항 이미 시정조치 취해졌음 등이 분명히 기술된 점도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보고누락과 관련된 사항에서는 모두 사용되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우려"라는 표현이 지난 9월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발언에 이어 재차 사용됨에 따라 단순 의장요약보고서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결의안이 채택된다면 결의안에는 내용과 형식에서 ▲가벼운 경고 ▲심각한 우려와 경고 ▲유엔 안보리 회부 결정 등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전체 8쪽 분량으로 12일 새벽 우리 정부에도 전달됐으며 사안에 대한 배경설명, 우라늄 및 플루토늄 실험 내용, 신고위락 등을 기술하고 있으며 말미에 사무국으로서의 평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보도 달리 보고서엔 ‘무기급’ 용어 적시안된 듯**
한편 이번 보고서에는 외신 보도와는 달리 무기급이란 단어가 보고서내에 직접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P,로이터 통신과 CNN 방송 등은 IAEA 보고서를 보도하며 '무기급 핵물질', '무기급 우라늄' 등의 표현을 사용했으나 보고서 본문에는 이러한 유사한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신이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 데에는 보고서에 적시된 우라늄과 플루토늄 양 및 순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0.7g의, 순도 98%인 플루토늄 PU-239가 '생성'됐으며 농축우라늄 0.2g의 평균 농도는 10.2%이나 이 가운데 일부 농도는 77%"로 양과 순도를 평가하고 있다.
외신은 농축우라늄의 일부 농축도가 77%이고 플루토늄 순도가 98%인 점을 들어 '무기급'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우라늄은 평균 농축도가 중요하며 플루토늄 순도와 양은 수학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실제 '추출'된 것이 아니라 '생성'된 양일 뿐이라는 정부측 주장이다.
당초 한국 과학자들의 실험에서는 우라늄이 용해돼 있는 7L의 질산용액 가운데 1L만을 사용, 0.1g만을 '추출'하고 나머지 6L의 질산용액은 사용하지 않고 폐기처분했었으며 이에 따라 6L에 '생성'돼 있을 0.6g의 플루토늄은 '추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외신은 핵무기 기술이 발달된 국가에서는 저순도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이용해서도 상당한 분량이 있을 경우에는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판단'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AEA 보고서에서도 이 부분은 '모호'하게 처리돼 있어 정부는 IAEA가 이사회를 대상으로 보고서 브리핑을 실시할 때 관련 설명을 자세히 할 예정이다.
***정부, 美측 안보리 회부 분위기에 촉각**
그러나 이러한 적극적인 정부 입장과는 달리 IAEA 이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측이 한국의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서 정부로서는 IAEA 및 각 이사회 동향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내에서 핵비확산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존 볼턴 국무부 차관은 최근 "한국의 핵물질 실험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며 "한국인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기를 희마하고 있으나 오히려 안보리에 가서 명확하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측은 이러한 볼턴 차관 발언에 대해 미국 전체 견해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인식은 볼턴 차관이 미국내에서 비확산 체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 관리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한 모습이다.
아울러 이러한 미국측 주장에 따라 한국 핵실험이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정부로서는 북한과 이란 등 '정말' 문제가 있는 국가와 '도매급'으로 취급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며 우리 핵실험을 정치적인 의도로 접근하는 것뿐이라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안보리에 회부되다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서 우리의 목소리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