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최전방 3중 철책선이 모두 뚫린 사건과 관련, 군사정전위 미국측 대표가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이며 월북자가 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국방부를 크게 당혹케 하고 있다.
당초 군 당국은 “민간인 1명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며 초보자의 서툰 방법”이라고 수사결과를 밝히고 종결지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군이 '책임 회피'를 위해 사건을 축소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군사정전위 美대표, “철책선 절단, 전문가 소행. 월북자 다수일 수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미국측 대표인 토머스 P 케인 부참모장(미 공군소장)은 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책선 절단 부위가 매우 정교해 전문가적 수준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케인 부참모장은 ‘한국군의 철통같은 경비에도 이를 뚫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추측은 그렇다"며 "철책선 절단은 주변 상황을 잘 아는 사람에 의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되고 계획된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철책선을 절단하고 월북한 사건은 정전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군정위 차원의 조사단을 현장에 파견, 조사를 벌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사 정전위는 당시 국정원과 경찰청, 기무사 등으로 구성된 우리 정부의 합동신문조사단과는 별도로 자체적인 조사를 벌였다.
그는 또 월북 인원수와 관련, "철책선 절단 현장은 이미 한국군 합조단 등의 발자국과 섞여 있었다"며 "개인 또는 개인들이 넘어갔는지에 대한 확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이 넘어갔다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개인들'이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여, 월북자가 다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방부 설명과 완전 배치, “민간인 초보자 소행, 개인 1명”**
이같은“전문가의 소행이며 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유엔사의 입장은 당초 우리 군 당국의 수사결과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군의 발표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우리 군 당국은 "철책선을 절단한 형태가 'ㄴ'자나 'ㄷ'자가 아닌 'ㅁ'자 형태이고 절단 부분을 위장한 모양새 등을 볼 때 그 수법이 정교하지 않아 초보자가 서툰 방법으로 뚫은 것 같다"며 “북한군의 침투 목적이 아닌 민간인이 월북하기 위해 절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했었다.
국방부 합동신문조는 또 “현장 족적 분석결과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개인 1명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다수의 월북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수사결과발표에도 불구하고 ▲북측 군부대에서 아무 특이 동향도 포착되지 않은 점 ▲민간인이 ‘손쉬운’ 월북 루트인 금강산이나 중국을 통한 압록강 루트 대신 험난한 DMZ(비무장지대) 통과를 강행한 점 ▲민간인이 한밤중에 철통같은 경비와 3중 철책선을 지나 지뢰밭까지 통과한 점 ▲북측의 가시철책선과 고압전기선, 각종 폭발물도 통과한 점 등은 군 당국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갔었다.
따라서 케인 부참모장의 발언을 계기로 흐지부지 끝나가는듯 싶던 철조망 사건은 또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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