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갖는 의미는 우리에게는 남다르다. 한반도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핵문제와 주한미군 성격 변화 등 여러 현안은 미국 정부의 성격과 대한반도 정책과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여러 현안을 두고 2기 부시 정부가 펼칠 정책들과 앞으로의 파장, 그리고 우리 입장과 관련해 프레시안 기획위원인 김민웅 성공회대 겸임교수와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대담을 통해 살펴봤다. 대담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진행으로 5일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열렸다.
***“부시, 일방주의 유지 가운데 스타일은 변화” **
대담에서 김민웅 교수와 이철기 교수는 모두 부시 정권의 2기 정책이 “일방주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일정정도 그 겉포장과 스타일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긴 했으나 일방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내외 목소리가 폭넓게 터져 나왔고 양극화된 국내 여론을 치유해야 하며 반미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국제사회 분위기를 내몰라 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부시 재선을 가능케 했던 미국 사회의 보수화 경향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핵문제와 관해서 이철기 교수는 “북핵문제는 구조적으로 미국 세계전략의 종속변수 성격이 강해서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이 없을 경우에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상황 악화 방지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민웅 교수는 이와 관련 “북핵 문제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구조적인 문제이면서도 핵문제라는 점에서 독립변수적인 성격도 있다”면서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이 내용은 아니더라도 포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대미 협상 공간에서 발언권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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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성공단사업에 군사 경제적 양보. 더욱 활성화해야”**
북-미간 갈등 국면을 전환시키고 남-북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양 교수는 모두 개성공단에 주목했다.
이철기 교수는 “개성공단 사업은 경제적 뿐만 아니라 안보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북한은 개성공단을 위해 주요 군부대를 후방으로 철수시키는 양보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에서도 장전항과 육로를 개방한 것은 북한으로서는 군사 기밀 사항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양보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민웅 교수도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이 성격상 남한 경제에 종속될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수용, 추진했다”며 “이를 통해 볼 때 북한의 체제 목표는 단순히 전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 교수는 모두 개성공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이를 통해 개성공단사업에 제동을 거는 것이 쉽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웅 교수는 이와 관련 “개성공단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게 함으로써 미국이 일방적으로 좌우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세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간 갈등요인 존재”“한국정부 큰 그림 못 그려”**
한미 관계에서도 김 교수와 이 교수는 모두 “갈등요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북핵문제 이외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 MD 체제 편입 요구와 관련 미국의 압력과 우리의 거부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는 큰 그림을 못보고 있다”며 “현재 한국군의 군비증강 방향은 우리 미래가 원하고 있는 방향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도 “MD 체제 및 대중국 봉쇄전략 편입, 한미일 동북아 3각 동맹 속에서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지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속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미국의 목표를 전략적으로 한정시켜 나가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이러한 노력은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북한이 원하는 것이 개성공단 개발 등을 통해 볼 때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경제적 번영임이 드러났다면 우리는 이를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알리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체적 돌파구 필요”**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는 김 교수는 “당초 제기됐던 파병 논리가 지금 시점에서 얼마나 타당한 모습인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제적 위기감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민이 많은데 IMF 이후로 미국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당초 한국 정부는 이라크 파병 문제를 다룰 때 북핵문제와의 거래를 통해 파병 논리를 세웠지만 이는 부시 정부를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체적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 4년간 부시 정부의 한반도 관계를 고찰해서 우리가 하지 못했던 것과 할 수 있었던 것을 구분해서 돌이켜 보고 이러한 과거 경험을 통해 주체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반도에 평화를 확보할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부시, 양극화 미국 통합 과제. 일방주의 지속 어려울 수도”**
프레시안 : 이번 선거의 의의를 간단히 살펴보고 앞으로 미국 외교정책 추이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아울러 북핵문제와 미군 재배치 문제, 한국군 이라크 파병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얘기해보자. 부시는 이번 대선에서 51%의 지지를 받았고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다시 과반수를 넘겼다. 독일의 한 관리는 “또 하나의 근본주의 국가가 태어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민웅 :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으나, 9.11의 현장인 뉴욕이 그를 거부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종교적 가치관의 문제로 움직인 중서부 및 남부와는 달리, 지난 4년간 그가 외쳐온 대 테러 전쟁의 논리와 근거의 허구에 대한 동부지역의 인식변화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 종교적 근본주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은 미국 네오콘의 기본적인 방침은 군사력과 함께 이를 정당화할 도덕적, 종교적이라는 부분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이번 대선이 특별히 초박빙이라고 하는데 그 이면의 의미를 봐야 한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고립됐었고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양극화 현상의 본질은 9.11 이후 부시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줄어들고 케리는 지지하지 않아도 부시에 반대하는 반부시 세력이 응집력있게 뭉친 것이다. 선거 결과를 변화시키는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했으나 미국 내부에서 부시를 승인하지 않는 세력이 절반에 가까이 달했다. 이것이 현상적으로는 초박빙의 대결양상을 낳았고 부시 체제 제2기의 내면적 도전과 모순이 될 것이다.
일단 선거에서는 부시가 승리했지만 양극화로 치달은 미국인들을 통합하는데 있어 부시 정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따라서 기존 관성대로 밀고나가는 것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반부시 세력은 정치적으로 패퇴했으나, 사회적으로는 반격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부시도 다른 목소리들을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바로 이러한 공간을 포착하여 향후 나름대로 우리 대외정책에서 협상의 여지를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철기 :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부시 낙선을 바랬으나 결국 미국 국민들은 부시를 선택했다. 앞으로 4년도 미국 일방주의 정책으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선거가 당초 초박빙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표차가 많이 났다. CNN 출구조사를 보면 당초에는 이라크전 등 대외적인 문제, 경제문제가 표심의 중요 동기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낙태나 동성결혼 등 도덕적 가치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지난 4년간 부시 실정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판단이 부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기독교 복음주의자도 그렇고 히스패닉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가톨릭계여서 동성문제나 낙태 등으로 부시를 많이 지지했다. 케리 선거전략이 잘못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유럽에서도 상당히 큰 실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그동안 미국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반부시 경향이 심했지만 미국민들이 잘못된 부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반부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체 미국에 대한 반감, 반미적인 경향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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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거결과, 우리 사회 보수화 영향 미칠 우려”**
김민웅 : 미국 내에서는 세계와 점점 많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포장을 바꾸는 방식으로, 전술적으로 진로를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것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막무가내식의 대외정책 추진은 일정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대외정책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관심과 목표에 달려 있으나, 상대와 정세에 따라 조정이 되기도 하는 문제라는 점을 봐야 할 것이다.
한편, 9.11 이후 가장 중요한 테마가 ‘미국이 과연 안전한가, 이를 확보할 수 있는가’였다면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미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라는 비판적 성찰이 내부에서 싹트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의 전략과 관련해 최근 2,3년 내 진보적인 학자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학자 사이에서도 ‘제국’이라는 주제로 논쟁이 크게 일었다. 이러한 논쟁이 대중적으로도 크게 늘고 있어서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났다. 선거제도, 방식에 대한 논란도 있었기에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라는 성찰은 어떤 의미에서건 전개될 것으로 본다.
뉴욕타임스(NYT)가 케리지지를 선언했던 지난번 사설을 보면 수십년 동안 그렇게 감정을 깊이 실은 사설을 본적이 없다. 단순한 부시-케리 차이의 정책적 견해 차이가 아니라 적대감과 증오까지 느낄 정도의 분위기였다. 선거 이후 사설을 봐도 분열을 통합하지 못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선거결과에 깊은 불만이 깔려 있다. 부시 체제에 대한 승복에 상당한 유보와 경계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시 정부가 미국의 안전 및 통합의 문제, 전세계의 반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부시 정권 제2기는 이러한 내외적 도전과 모순이 점점 심화되는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본다. 부시체제의 지도력이 가진 통합력에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철기 : 이번 대선에서는 미국의 안보 불안감이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아울러 보수화 경향, 보수 결집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리도 4대개혁입법 등 개혁적 과제가 있는데 부시가 재선함으로써 우리의 개혁 프로세스가 지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사회도 보수화되고 보수적, 친미적 성향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일반 국민들은 또 겁을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북핵문제, 안보문제, 이라크 파병 문제 등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미국 일방주의, 앞으로 강화될 대북압박정책, 한반도 위기 등을 뚫기 위해서는 우리 입장을 가지고 우리 정책을 확고히 펼쳐나가도록 해야 한다.
***“美 일방주의 유지하나 포장, 스타일은 바뀔 것”**
프레시안 : 부시 정권 2기가 시작되면 미국의 정책 기조가 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국무, 국방 장관이 바뀐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전반적인 부시 정권 2기의 대외정책 줄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분석되는가.
김민웅 :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큰 줄기는 바뀌지 않겠지만 포장은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케리가 대선 기간에 제기한 문제들을 공화당도 일정정도 받아 안을 수밖에 없다. 이라크문제가 부시 정권 기대대로 풀리지 않고 있고 미국 단독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엔과 유럽연합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라크 총선이 혹 성공하면 달라질 수도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아라파트 체제 이후 상황도 간단치가 않다. 이 역시 단독해결이 어렵고 일방주의방식 해결도 어렵다. 그나마 미국 일방주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미국 사회 내 합의가 필요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대대적 공세가 있겠지만 그 결과가 어떤 역작용을 가져올지 누구도 가늠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간에 부시 2기 정책은 관성은 그대로 가져가겠지만 방식은 일정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공간을 확보하는 계기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힘에 대한 공포, 군사주의적인 압박 때문에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그러한 문제에 대하여 너무 위축될 이유가 없다. 내용적 측면은 쉽지 않겠지만, 접근과 관련한 포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대미 협상 공간에서 우리의 외교적 발언권을 강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철기 : 미국 부시 정권 2기에서는 일방주의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스타일은 바뀔 것이다. 물론 선거 국면에서는 부시도 자기 과거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 4년과 대선을 보내면서 자신의 일방주의 정책에 대해 국내외에 강한 반감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그같은 일방주의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라크를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는 힘든 상황이므로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시 2기의 외교안보팀에 누가 들어오느냐이다. 파월 국무장관이 물러나는 자리에 네오콘을 견제할 세력이 들어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만일 체니 인맥이 외교안보라인을 잡으면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미, 북핵문제 해결위한 6자회담틀 유지, 양자대화 나설 가능성”**
프레시안: 현재 핵확산금지 대상국가로 부각되고 있는 국가가 이란과 북한이다. 앞으로 북핵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김민웅 : 6자회담 틀 속에서 중국의 압박으로 북핵을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 미국의 발언권과 지렛대가 약해지는 모순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발언권을 대북압박형태로는 인정할 수 있지만 동북아 전체 패권추구라는 형태로는 인정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해서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만일 북한이 핵 억지력을 공개적으로 선언, 보유하게 되면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미국이 원하는 바인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핵확산 기조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다른 사안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핵 확산 방지가 일단 단기적인 목표에 속해 있다면 북한과의 대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북한 문제는 이번 대선 유세과정에서 상당히 부각됐으므로 부시 정부는 이 문제를 외교적 현안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6자회담 틀을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점진적이고 전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핵 문제와 관련해 지금 같은 방식으로 대화 배제의 방식을 고수하기는 점차 어려울 것이다. 물론 대화 이후 해결을 어떻게 할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북핵문제, 미 세계전략의 종속변수. 구조적 문제로 해결 어려워”**
이철기 :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6자회담 틀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 북-미 양국은 모두 시간을 두고 보면서 어느 시점에 다시 틀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북핵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 대중국 전략에 종속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물론 전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의 독점적 핵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확산을 방지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북핵이 두려워서 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는 북핵위협론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 전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말로 핵확산 방지가 목적이라면, 북한에 보상을 해주고 북한핵을 '사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목적이 단순히 핵확산 방지가 아니라 다른데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 대중국 봉쇄정책, MD정책, 핵선제공격 명분을 위해서는 북한은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인 북한’, ‘핵을 가지려는 북한’, ‘악의 축 북한’, ‘깡패국가 북한’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지난 4년간을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없다고 할 정도로 그냥 놔두는 형태였다. 물론 북한이 리비아식으로 백기를 들면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의 일방주의 정책의 전리물로 자랑하면서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지는 안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북한이 정말 핵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으면 미국은 국지 공격(surgical strike)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이나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다.
2002년 10월 북핵문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당시 북핵문제는 북한발로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발이었다. 2002년 10월 당시에는 중단됐던 남북장관급회담이 다시 열리고 경색된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시점이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9월에 평양을 방문해서 북-일 관계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던 시점이었다. 이처럼 한반도 냉전해체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이 문제를 터뜨렸다고 본다. 미국의 이런 구조적, 전략적 측면에 연관돼 있어서 북핵문제는 풀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북핵, 종속변수 외 독립변수성격도 존재. 일정정도 풀릴 계기 있어”**
김민웅 : 2002년 10월 북핵문제가 제기된 배경에는 동북아시아에 독자적인 냉전체제 해체 움직임 있었다는 점은 계속해서 주목하고 재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당시 상황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적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 때문에 이에 제동을 걸기위해 북핵문제가 제기된 측면이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북의 문제는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의 종속적 변수인 동시에, 핵문제는 따로 독립변수적인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미국의 관심이 대 중국 전략의 완성을 위해서 북한을 군사적 긴장 요인으로 계속 지속시켜 놔둘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전체를 대 중국 전략의 근거지로 만들기 위해 북한 해체로 들어갈 것인가는 정세 조정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한 체제를 해체해서 미국의 관리 하에 두는 것이 될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군사적 긴장 요인으로 계속 지속시키면서 여러 가지 군사적 장치를 한반도내에 장치하려 들 것이다. 핵문제를 혹 해결하더라도 미사일 등 문제를 계속적으로 제기하여 군사적 긴장요인을 포기하려 들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일괄타결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핵문제가 풀리면 미국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파장이 클 것이다. 북한이 핵 억지력를 포기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속에서 국제적으로 타결요구가 강해질 것이다, 그리되면 우리 목소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내심으로는 오히려 핵 문제해결에 주저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부시 외교 전략실패로 인정되기 때문에 부시 정권으로서도 가만히 두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 속에서 핵 문제 해결이 미국에게 던지고 있는 딜레마이다.
***“미국의 CVID, 문제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철기 : 북한으로서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북한의 1차적 목적은 핵무장 보다는 핵을 협상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핵을 폐기 할테니 그 상응조치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경정책을 계속한다면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을 통해 실제 핵보유로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 위기가 벌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런데 핵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상당한 딜레마를 느낄 것이다. 미국이 얘기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을 받아들였다고 할 때 이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CVID에 따른 핵사찰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얼마든지 새로운 의혹과 새로운 조건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북한은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사태로 북한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이라크는 7년여동안 전국에 걸쳐 유엔 사찰을 받았고, 또 무장해제를 당했음에도 미국이 여전히 이라크가 WMD를 가지고 있다면서 침략했다. 북한이 이러한 사태를 봤는데 어떻게 사찰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따라서 시차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동시에 해결하자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한계이다.
***“美 의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이 급선무”**
프레시안 :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나.
김민웅 : 동북아시아의 패권구조 자체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있고, 실질적 해법에 들어가도 실제 사찰 과정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의 경우가 그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의 속마음이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일정한 선에서 해결하고 북한이 나름대로 미국이 원하는 형태의 자본시장이 되는 것이라면 북한을 공격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풀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이 북한을 철저하게 장악하겠다는 것이면 다른 문제가 해결돼도 소용없다. 미국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가 정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라크 문제도 미국이 핵 확산, WMD 해결이 정말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쉽게 풀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라크에 대한 속마음 자체가 다른 데 있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문제가 해결됐더라도 그 결과는 전쟁으로 나갔던 것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파악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고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본심이 체제 해체라는 것이 명확해 진다면 그것은 안 된다는 식으로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전략적으로 목표를 한정시키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가령 핵 확산금지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한반도 및 대북정책에서 미국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내고, 그 목표를 지속적으로 제한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로서는 전쟁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파악해야 할 것이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체제적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핵을 가져서라도 미국과 전쟁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평화적 체제 수립과 경제적 번영을 위한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려 하는 것인지 정리되어야 한다. 북한의 체제적 관심은 개성공단의 경우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경제적 활력과 평화적 번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를 국제사회와 미국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환기시키는 작업이 우리에게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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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美정책 전환 없으면 풀기 어려워. 한국, 상황악화방지정도만 가능”**
이철기 : 부시 행정부의 공식적인 대북정책 목표가 북한 붕괴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네오콘은 북한 붕괴를 목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생각은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고 동북아 정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북한 붕괴를 추구할 경우 과연 그 대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때 북한 붕괴는 미국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북한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 정권을 세울 수 있다면 이익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을 때 그러한 정책이 미국에 유리한가를 스스로 생각해 봐야한다. 북한이 붕괴하려 하면 중국이 개입을 확대할 수도 있고 남북한 통일도 가능하게 될 텐데 이것이 미국에 이익인가 생각했을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법 등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은 북한 붕괴에 목표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해서 나름대로 어려운 여건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가 더 크게 악화되지 않은 것은 우리 정부가 중재자까지는 아니지만 방안을 내는 등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1993년 김영삼 정부와의 차이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나 중국의 역할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이 풀리지 않으면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힘은 있다. 미국의 강경 정책을 견제할 수 있고 중재자 역할을 하고 남북관계를 동시에 진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민웅 : 미국이 품은 마음이 북한 붕괴가 근본적인 목표가 아니라 해도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북한체제를 위협하고 해체에 영향을 주는 조처 등을 취하는 것 등은 미국의 요구 앞에 북한을 굴복하게 하는 과정일 수 있다.
만일 북-미관계가 군사적 적대적 관계로 들어가서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중국이 북한 내부에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지만 그러나 중국이 절박해질 상황이 되면 북한 내 정권 교체를 중국이 담당할 지도 모른다.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을 전격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민족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고비가 생기는 것이다. 외세 개입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에게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
***“북, 개성공단 등에서 군사적 중요 양보 조치”**
프레시안: 노무현 정부는 남북경제협력을 북핵문제 해결 이후에 하겠다는 기본 입장이다. 그런 부분의 변화를 추구할 필요는 없나.
이철기 : 공식적으로는 미국의 견제로 인해서 그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북핵문제가 계속 교착상태면 미국이 개성공단에 대해 전략물자통제로 제한을 가할 수 있지만 이것은 우리가 밀고 나가야 하는 문제다.
개성공단 사업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안보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 사업을 하면서 북한은 상당한 양보를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을 하면서 6사단 ,64 사단을 후방으로 철수시키고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는 62포병여단도 개성공단이 2단계로 접어들면 후방으로 물릴 계획이다. 이것은 포천이북에 한국 육군이 한명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으로 완전히 뚫린 것이다. 개성, 문산 이쪽은 북한이나 우리에게 서로 주공격루트이다.
금강산 사업에서도 북한은 상당한 군사적 양보를 했다. 금강산 지역의 장전항은 군항인데 현대는 이곳에 부두 등 정박사설을 건설하기 위해 수심을 측정하고 해저지형을 탐지했다. 수심과 해저지형을 알면 어떤 군함이 드나들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군사기밀이다. 장전항을 내준 것은 원산까지 해상으로 뚫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금강산 육로개방도 상당한 양보이다. 육로가 통과하는 3.1고지는 군사 지형상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다. 북한이 6.25전쟁때 금강산 지역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3.1고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곳이 뚫리면 육로로 원산까지 갈 수 있게 된다. 그런 양보를 북한이 한 것이다. 반대로 우리 사회가 이런 양보를 허용하겠는가.
남북간에 경제교류를 활발히 추진해야 한다. 군사안보 불안감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고 실질 경제 교류면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17년 이후 개성공단의 비중은 북한 GDP의 12%를 차지한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이처럼 북한경제가 남한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면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北목표, 평화임을 알려야. 각국 개성공단에 이해관계 맞물려야”**
김민웅 : 미국은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가 전쟁과 테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면에서도 앞서 언급했듯이 개성공단은 매우 중요하다. 개성공단 추진현황을 제기하면서 북한 체제 목표는 전쟁과 테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끊임없이 부각시켜야 한다.
북한은 경제적 차원에서도 개성공단에서 양보한 면이 있다. 개성공단은 성격상 남한 경제 하청 성격이 큰데 그렇게 되면 북한경제는 남한 경제에 종속될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북한은 이를 수용, 추진했다. 이는 그만큼 경제적 생존이 절박하다는 것과 이를 통해 남북경제 미래를 건설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북한 체제 목표는 전쟁 자체가 아니고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우리는 이를 알려야 한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진전이 안 되는 이유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전략물자통제 문제이고, 이는 그 뿌리가 미국의 대북 봉쇄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비정부단체들은 개성공단진전에 방해가 되는 내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며, 정부 측은 이를 받아 외교협상적 역량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에 개성공단 자체의 가동이 진척되지 않아도 주변 인프라를 개발해서 개성공단의 장래를 도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개성공단사업에 제동을 거는 것이 쉽지 않도록 만들고 투자적 가치를 갖게끔 홍보해서 한반도에 여러 나라의 이해가 맞물리도록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스위스가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이면에는 여러 나라의 자금줄을 쥐고 있어 각국의 이해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유럽과 일본의 투자를 끌어들여 이해관계가 맞물리게 함으로써 미국이 일방적으로 좌우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세를 조성해야 한다.
***“한미관계 갈등요인 존재. MD 체제 편입 원하는 미래인지 공론화돼야”**
프레시안 :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방위비 분담 등과 관련해 한미간에 협상이 진행중이거나 마무리됐다. 그러나 사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부시 집권 2기에 한미관계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는가.
이철기 : 앞으로 몇 가지 점에서 한미관계의 갈등요인이 있다. 우선 북한핵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갈등이 예상된다. 다음으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에 따른 갈등이다. 미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주한미군의 광역기동군화를 추구하려 하는데 우리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이다.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이후 새로 한미간 고위급 군사협의채널로 만들어진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변화를 시도할텐데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세 번째 갈등요인으로 부시 재집권으로 인한 MD체제 편입요구가 있을 것이다. 현재 패트리어트 미사일 증강이 오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이뤄지고 있고 광주에도 배치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대처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러한 갈등요인을 지혜롭게 이겨나가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과제이다.
김민웅 :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우리사회는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동맹과 자주의 문제에서 자주는 한 나라의 국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동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동맹은 상황에 따라서는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탄력성 있는 동맹개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기지 이전과 배치 등의 변화는 미국의 새로운 형태의 전략 강화이며 우리에게는 또 다른 부담 전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고 사회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 MD체제 확립과정에서 우리는 최첨단 무기 구입 등 군사적 부담을 지게 된다. 그런데 MD 체제나 이전 재배치 등은 평화적 장치가 아니라 군사적 장치라는 데서 문제가 있다. 이것이 한반도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면밀한 논의가 성숙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미동맹체제가 한미일 3국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데서도 큰 모순이 있다. 3국차원에서 동맹관계가 진행되면 우리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중국과의 장기적, 잠재적 적대관계를 예상해야 한다. 우리가 그런 미래를 바라는 것인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가 기우뚱거리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우리 정부가 도리어 너무 깊이 협력하고 있고 내주면 안 될 것을 너무 쉽게 내주고 있는데서 생기는 문제가 크다.
***“군비증강, 올바른 방향으로 안가고 있어. 우리 목소리 공간 확보해야”**
이철기 : 한국 정부는 큰 그림을 못보고 있다. 우리는 표면적으로는 MD 편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은 미국 군사전략체제에 견고히 편입되고 있고 미국 의도대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협력적 자주국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국방비 증액과 미국무기 구입 증가로 나타나고 있고 이 또한 미국 의도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MD체제에 속하는 무기들을 구입한다는 것은 그러한 방향의 단적인 징표이다.
또한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면서 군비증강을 요구하는데 이러한 군비증강방향은 한국군이 가야할 길과는 다른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지상전략이 아니라 해공군 및 정보력 강화로 나아가야 하는데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 공백을 채우라는 것이고 이는 바로 북한을 겨냥한 지상전력 강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MD정책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안보체제 강화 및 중국 견제 전략틀을 공고히 하는 것에 다름 아닌데 우리는 지금 이러한 정책에 말려들어가는 우려스런 모습이다.
김민웅 : 한때 한국은 미국이 없으면 우리의 안보가 불안해진다고 여기는 측면이 컸지만 지금은 미국 요구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우리 생존에 바람직한가 하는 깊은 공포감이 더 커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미관계가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 축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 진보적 견해를 표방하는 사람들도 미국과 전략적으로 어긋나는데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제안조차도 미국의 전략기조에 어긋나게 되는 것을 문제 삼고 있을 정도이다.
이해는 하나 그 발상과 사고 태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부시 정권 2기에 대해 너무 공포스럽게 느낄 이유가 없다. 그렇게 쉽게 우리를 대하도록 한 우리 자신의 문제가 있다. 오히려 지금 우리 목소리를 내는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충분한 독자적 발언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라크 파병도 큰 희생이었지만 앞으로 그 희생과 부담의 전가는 나날이 더 커질 것이다.
이철기 : 반세기 이상 가졌던 미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고정관념이 최근에 조금씩 깨지고 있고 이는 상당히 바람직한 변화이다. 오히려 지금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이 누구냐는 질문에 북한보다 미국이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군의 대북억지력에 대한 인식에서도 변화가 있다. 남한 군사력이 지금은 열세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됐고 주한미군 성격을 고려할 때 이제는 더 이상 대북억지력이 아니고 다른 지역의 군사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신속대응군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
미국은 현재 우리 국민의 반미감정을 두려워하고 있고 신경 쓰고 있다. 우리로서는 미국에 가지고 있는 유일한 카드라 할 수 있다. 참 아이러니한 모습인데 우리 정부는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고 미국은 우리 국민을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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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제기됐던 파병논리 타당여부 돌이켜봐야”**
프레시안 : 이라크 파병 문제를 생각해보자. 파병 연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김민웅 : 우리 언론의 이라크 보도는 정부 요구에 따라 침묵해서인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라크 정세의 성격 문제와 현재 이라크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평가하고 계속 논의해야 한다. 그런 논의 없이는 파병은 계속 진행될 텐데 이러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우리 내부 장치가 없다. 언론은 이라크 문제를 좀더 심층적으로 문제제기하면서 보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합리적 논의의 기반 자체가 붕괴된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최초 파병 논리를 재검토해봐야 한다. 노 정권이 당초 제시했던 파병 논리는 이라크 파병을 통해 남북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서는 정상회담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안보 평화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 때문에 파병했는데 현실 상황이 정말 그러한 지 재검토해봐야 한다. 이라크 파병의 고충을 백번 이해하고 양보한다 해도 애초의 전략 목표 자체도 성사되지 못했다.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갈 것인지 정리해야 한다. 정리가 안 되면 한없이 끌려갈 수 있고 그것은 정말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향후 실질적 전투과정에서 희생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실질적 희생이 발생하면 국내에서는 철수 목소리와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사회 움직임을 보면 후자 쪽으로 흐를 우려도 있다. 이밖에 파병은 아랍권과의 장기적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한 정당성 논의는 아예 정치권에서 논의밖에 있었다. 이런 식의 정치적 결정은 이 나라 국가이성을 황폐하게 만드는 길이 된다.
이철기 : 파병문제를 생각하면 우리사회에 회의감이 들 정도이다. 다른 파병국들은 모두 철수하는 움직임인데 우리만이 거의 유일하게 추가파병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망신거리다. 파병 당시 논리를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그들의 거짓말과 억지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라크 문제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 외교안보팀은 내심 ‘거래’를 한다고 여겼다. 글로벌 이슈는 미국 얘기를 따르고 한반도 문제는 대신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심산이었는데 이는 부시 행정부를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앞으로 자이툰 부대에 대한 파병연장 압력도 있을 것이다.
이라크 상황이 변수다. 이라크 문제는 미국이 생각하는 대로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잘해야 지금 현상황을 유지하는 것이고 잘못하면 내전까지 갈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 파이를 나눠주면서 유엔 등 국제기구와 동맹국을 끌어들여서 역할 분담을 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도 있다.
우리가 택한 쿠르드 지역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라 잘못 선택한 곳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형의 국가로 만들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경우 세르비아계를 독립국가에 준하는 스르프스카(Srpska)자치공화국으로 만들었듯이, 친미적 성향의 쿠르드지역을 이처럼 독립국가에 준하는 자치공화국으로 만들어 이를 매개로 분할통치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이라크 임시정부 구성을 보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정부형태와 유사하다. 그러나 중동에서 그런 방식으로 가면 엄청난 내전 가능성이 있고 주변국가들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 지역인 쿠르드지역에 가면서 그런 문제의식이 없다.
***“남북 대화 등 주체적 돌파구 마련 필요”**
김민웅 : 우리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국민에게는 안보문제와 함께 경제문제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 미국 없이 안보가 가능하냐는 문제보다는 미국 없이 경제 생존이 가능하냐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대미 관계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난 199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진행되어온 한미간 경제관계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 인해 우리의 경제적 생존이 나아지고 또한 장래의 가능성도 희망적으로 확보된 것인지, 아니면 미국으로 인해 빼앗기고 장악당한 부분이 더 큰지 사실을 가지고 검토해보고 진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사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장악당하고 헐값으로 넘겨준 것이 많다. 도리어 많은 손해를 보면서 한미경제관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논의될 FTA도 그런 시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이래야만 한미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진전시킬 수 있다. 현실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철기 : 부시 정부가 대북강경정책을 구사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는 1993년 김영삼 정권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비교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2000년 6월에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그해 10월 조명록 북한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 북미간 공동선언이 발표됐었다.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가자 미국도 이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주체적 돌파구가 필요하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돌파구를 열고 한반도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김민웅 : 지난 4년간 부시정권 1기에서 대미관계, 한반도 관계를 고찰해봐야 한다. 우리가 하지 못했던 것과 했던 것을 분류해서 못했던 것은 정말 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의지와 정책, 전략이 부족했던 것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그러한 비판적 자기성찰이 전제가 되어야 올바른 대외정책의 수립이 그나마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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