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지난해말 인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했던 '테러 방지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당, 청와대와 협의거쳐 테러방지법 제정키로**
열린우리당은 5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는 '국가 대테러활동 및 테러행위에 의한 피해자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키로 했다. 이 법안은 안영근 제2정조위원장 주도로 마련됐으며, 내주초 당 법안심사위의 심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할 방침이다.
국가대테러위원회에는 국방부,외교부,통일부,행자부,재경부 등 12개 부처장관과 국가정보원장, 국무조정실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대테러센터장은 국무총리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 법은 테러 혐의자에 대해 국내 거주 및 체류 사실 확인, 금융거래 명세 및 통신내용 확인 등에 필요한 자료를 금융기관 등 해당기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외교부장관이 '테러 위험지역'을 지정하면 이 지역에 대한 여행이 규제되고 체류자는 강제대피해야 한다.
이와 함께 테러 피해자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근거조항을 신설하고, 테러 허위신고자에게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같은 테러방지법은 이미 천정배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수뇌부는 물론, 청와대와도 사전조율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는 권진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국방위의 NSC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테러가 하나의 전쟁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하므로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테러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이같은 답변은 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16대 국회에서 제정이 무산된 테러방지법 제정 재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데 대한 것이었다.
***인권침해 요소 곳곳에 산재**
열린우리당이 이번에 마련한 테러방지법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다가 인권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좌초됐던 법안과는 일정 부분 다르다.
우선 정부안은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 아래 두기로 했었다. 그러나 국정원 권력이 너무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이번에는 총리실 산하로 자리를 바꾸었다.
또한 정부안은 군 병력에 의한 불심검문, 보호조치, 테러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및 미수범 처벌조항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안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됐다.
이밖에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규제와 특수부대 등 군병력 동원 규정도 삭제했다.
외형상 독소조항이 상당 부분 제거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가 됐던 '군 병력에 의한 불심검문-보호조치' 등에 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사실상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내용을 법 대신 시행령이라는 형식을 빌어 존속시키려 게 아니냐는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어 법안 심의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은 또 최근 정부가 악의적 체불임금 등에 대해 항의하던 외국인노동자들을 테러분자로 분류해 강제출국시켰던 대목을 상기시키며, 테러방지법이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당은 테러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자이툰 부대 이라크파병에 따른 테러 위협"을 꼽고 있다. 요컨대 테러방지법은 이라크파병의 부메랑인 셈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