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험난했던 선거운동이 끝나고 2일(현지시간) 드디어 투표가 시작됐다. 대선일 하루전까지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초박빙으로 "신마저 예측을 포기했다"던 2004 대선이 막을 올림으로써 세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개표시작, "결과는 신도 몰라"**
미 대선은 2일(현지시간) 전통대로 북동부 뉴햄프셔주 산골마을인 하트와 딕스빌 노치 투개표로 시작됐다. 하트 지역 유권자들은 이날 새벽 0시가 되자마자 투표를 시작,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6표,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14표를 얻었으며 랠프 네이더 무소속 후보는 1표를 얻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곧이어 투개표가 마무리된 딕스빌 노치에서는 부시가 19표로, 7표를 얻은 케리를 이겼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지역인 이 지역은 대선에서 가장 먼저 투개표하는 곳으로 유명하며 이러한 전통은 하트 지역에서는 1948년부터, 딕스빌 노치는 1960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는 하트와 딕스빌에서 각각 17표와 21표를 얻어 13표와 5표를 얻은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앞섰었으나, 이번에는 하트에선 '무승부',딕스빌에서는 '표차'가 줄어들어 부시진영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러한 투표 행렬은 시차에 맞춰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미국 전역에서의 투표는 오전 6시경(한국시간 오후 8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오후 6~9시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아울러 투표가 완료되는 대로 주별 출구조사가 발표될 것으로 보여 접전주가 몰려 있는 중부 지역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9시(한국시간 3일 오전 11시)경에는 전반적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늦게 투표가 끝나는 지역은 미 서부의 알라스카와 하와이로 투표마감시간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2시경이다.
***투표율, 당원결집도 등 4대변수가 선거결과 좌우**
역대선거사상 가장 엄격한 감시와 모니터링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공화 양당 선거 참모들은 '투표 당일의 4가지 변수'가 선거결과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2일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양 진영이 모두 중시하고 있는 첫 번째 변수는 바로 '전국 투표율'. 지난 2000년 대선에서는 1억6백만명이 투표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그 수준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992년의 투표율을 넘어설지가 관심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근래 보기 드문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며 "1억2천1백만명 이상이 투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높은 투표율은 케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 번째 변수는 어느 당이 지지유권자를 더 많이 투표장으로 이끌어낼지, 요컨대 '결집도'다. 대선 전례를 보면 투표참여자 가운데 민주당원은 39%였고 공화당은 35%였으나 이번에 공화당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 당원에 대한 투표 독려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대한 민주당 결집도도 사상 최고조로 알려져 결과를 장담하기란 이르다. WP는 "양당간 투표 참여도가 같아진다면 공화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 번째 변수는 얼마나 많은 신규 유권자와 젊은층 유권자가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낼지다. 2000년 대선에서는 전체 투표자 가운데 신규투표자들이 차지한 비율이 9%였으나 이번에는 접전주를 중심으로 신규유권자가 상당폭으로 증가, 전체 투표율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2000년 대선과 달리 30세이하의 젊은층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월등히 높아져, 이들의 참여도도 높아진다면 케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WP 조사에서는 30세 이하 유권자 가운데 60%는 케리 지지, 37%만이 부시 지지라고 답했다.
마지막 네 번째 변수는 접전주에서의 투표 결과다. 초박빙으로 드러나고 있는 6개 지역의 접전주 결과가 결국 미 대선 결과를 좌우할 상황이다. 부시 진영은 "접전주 결과는 전국지지도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통계학적으로는 무의미한 수치지만 전국 지지율에서 앞서는 상황을 접전주 상황과 연결짓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케리 진영은 "접전주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우위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시는 목장으로, 케리는 자택으로**
대선 당일 가장 초조할 당사자는 역시 대선후보 당사자. 부시 대통령은 1일 밤 늦게까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아이오와, 뉴멕시코, 텍사스 델러스를 거쳐 '안식처'인 크로포드 목장에 도착했다. 케리 후보도 플로리다, 오하이오, 위스콘신, 미시간을 거쳐 이날 밤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자택에 돌아왔다.
이날 두 후보가 돌아다닌 지역을 보면 현재 판세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이 두 후보가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인 곳이 바로 지금까지도 초박빙을 유지하고 있는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NYT는 격전지로 플로리다, 오하이오, 위스콘신, 아이오와, 뉴멕시코 등 5곳을 꼽아 이 지역의 69명 선거인단이 향방을 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이들 지역 이외에 미네소타를 격전지로 추가해 이들 지역의 79명의 선거인단이 대선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대선 전날 마지막으로 집계된 선거인단에서는 케리 후보에 좀더 유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NYT는 케리가 2백42명을 확보, 2백27명을 확보한 부시를 처음으로 앞섰다고 분석했으며 WP도 2백32명 대 2백27명으로 케리 우세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양 후보 모두 격전지 가운데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의 선거인단 47명을 모두 차지하게 되면 백악관 주인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라 어느 후보도 개표가 끝나기 전까지는 전혀 안심하지 못할 상황이다.
전세계에서 1만명의 참관인단을 파견할 정도로 '세계의 선거'가 된 미대선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금 전세계의 이목이 미대륙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부시 대 반(反)부시' 진영을 쪼개진 현 상황에서, 이번 대선결과가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세를 뒤흔들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의 운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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