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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헌법에 '환경권'은 없다"

[중국환경 심층르포] <9> 중국 환경지킴이를 찾아서(上)

"중국의 개정된 헌법에도'환경권'이라는 낱말은 없다."

'환경피해자 법률자문센터'를 이끌고 있는 중국 정법(正法)대학 환경자원센터 왕찬파(42) 교수의 말이다. 98년 10월 설립된 이 단체는 핫라인을 개설해 전국 각지로부터 환경오염과 그 피해를 접수받아, 법률 소송을 도와주고 있는 유일한 민간단체이다. 정법대학에서 환경자원 연구에 종사하거나 교편을 잡고 있는 교수ㆍ조교수ㆍ강사들을 중심으로 북경대학, 청화대학, 인민대학, 중앙민족대학, 중국사회과학연구소 등의 고등학술기관 및 연구기관의 환경보호사업에 적극적인 법률전문가나 학자 등 1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환경피해자 법률자문센터, 소음피해가 전체 신고의 50%"**

정법대학 내에 있는 환경피해자 법률자문센터에 설치된 한 대의 상담전화는 지칠 줄 모르고 쉴새없이 울렸다. 전화 무료 법률 상담은 각 대학의 환경법 연구생이나 일부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이날은 정법대 환경법 연구생으로 있는 자원봉사자가 상담일지를 꺼내어 관련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었다. 베이징 시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건설공사로 인하여 소음문제가 심각하다는 인근 주민의 상담 전화였다.

법률자문센터는 환경보호 공익사업에 적극적인 법률전문가ㆍ학자ㆍ변호사ㆍ환경관리 및 기술의 전문가를 조직화하여 중국의 환경 피해자들에게 무상으로 법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왕 교수는 환경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상담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그동안의 상담일지를 보여준다. 직접방문ㆍ전화ㆍ편지 등을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만 해도 6천여건이며, 그 중 전자우편ㆍ편지 등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3백여통 정도라고 한다. 상담일지에는 대기오염ㆍ수질오염ㆍ소음ㆍ폐기물 오염ㆍ방사능 오염ㆍ전자파 오염ㆍ광선피해ㆍ일조권 침해ㆍ진동피해ㆍ악취 등의 내용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법률자문센터에 들어오는 피해 사례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소음피해로, 전체 신고건수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법률자문센터는 환경오염 피해자의 재판 지원 등 경제적 문제를 포함한 소송 비용이나 변호사 비용을 부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 센터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원고의 대리인이 되고, 또한 형사사건으로 제기된 피고의 변호인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년 동안 센터는 67건의 환경소송을 지원하였다.

***"중앙정부 환경인식, 지방정부 못 따라가"**

법률자문센터는'전국변호사협회 환경자원전문가위원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변호사 환경법률실무 세미나를 열어서 환경변호사를 육성하고 있다. 이미 환경전문 변호사 1백80명과 법관 1백명을 양성해 냈다고 한다. 또한 지난 3년 동안 법관들에게 환경지식을 전수해 주고 있다고 한다.

왕 교수는 "우리는 중국 정부로부터 단 1원도 받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법률자문센터는 정부로부터 손을 내밀지 않고, 운영자금 뿐만 아니라 정법대 내에 있는 센터사무실 역시 회원들이 직접 구했다고 했다.

왕 교수는 두툼한 신문 스크랩북을 보여주었다. 법률자문센터의 활동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특이한 것은 '중국환경보(中國環境報)',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등의'변호사 상담코너'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들 신문의 상담코너는 환경피해자의 질문이나 환경법 집행기관의 법규 집행 과정에서 맞부딪친 문제에 대하여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코너는 일반시민들의 환경의식을 높이고,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듯했다.

왕 교수는"중앙정부는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여전히 경제발전밖에 모른다. 지방정부의 관료들에게 중요한 것은 GDP(국내총생산량)이지, 환경보전은 아니다. 특히 환경오염이 일어나도 GDP만 높아진다면 별로 문제삼지 않는라"라며 지방정부의 개발 중심 행정을 비판했다.

***"지역 정부는 오염 기업 편, 법률자문센터가 지킨다"**

왕 교수는 법률자문센터가 지원한 '하북성(河北省) 낙정현(樂亭縣) 낙풍(樂豊)강철유한공사 제철소 오염 피해사건'을 사례로 소개했다. 낙정현의 한 마을 인근에 낙풍강철유한공사의 제철소가 있는데, 이 공장은 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이산화황 등의 분진과 매연이 다향으로 발생했다. 이런 오염으로 인해 마을 주민 가운데 호흡기계통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다.

현(縣)정부는 공사가 고액의 세금을 내기 때문에, 공장을 폐쇄하라는 중앙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심지어 '중점 보호' 지정의 혜택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의 공장 조업 정지 요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던 현 정부는 오히려 항의하는 마을 주민들을 경찰을 동원해 구속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법률지원센터는 변호사를 현지에 파견해, 사건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현정부를 상대로 중급인민법원(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공장의 조업중지와 오염기업의 법적 책임을 추구하도록 하였다. 결국 현정부는 마을 주민들을 석방시켰고, 가동 기간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였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대중적 환경운동 싹 트고 있어"**

한편 법률지원센터의 역할은 단순히 환경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서 국한되지 않고 있다.

왕 교수는 환경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주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송전선로를 건설하려는 베이징시의 계획에 대해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맞서 막아낸 사례도 그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처럼 중국이 집단행동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지역 주민들은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고, 베이징 환경보호국은 이례적으로 '주민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왕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환경의식도 높아질 것이고, 결국엔 환경정책에 대한 '공중참여(公衆參與)'가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중국 헌법에서도 '환경권' 인정하게 될 것"**

주민들의 환경피해 사례를 접할 때 특히 어려운 일은 '정보공개'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게 관련 부분에 대한 자료열람 등을 요구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하는데, '환경정보공개법'이 없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다. 또한 중국에서는 환경피해 배상과 관련된 독자적인 법률이 없어 많은 환경피해 안건이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사람들의 환경의식 정도에 대한 질문에 왕 교수는 "도시민들의 환경의식은 높은 편이지만, 빈곤한 농촌지역은 결코 높지 않다"며 "정부는 환경문제에 고심하고 있지만, 경제발전이 환경보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현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중국의 개정된 헌법에도 '환경권'이라는 낱말이 없다"며 "환경권을 헌법에서 규정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까운 장래에 중국에도 환경권이 인정되는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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