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이 아시아 주요국 중 스태그플레이션과 고투를 벌이는 첫번째 사례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는 최근 한국에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열흘 이상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블룸버그, "국제투자자들은 이미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경제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21일(현지시간)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부인하기 힘들다'는 칼럼을 통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월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요인이 일부 있다"고 시인하기는 했지만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지게 할 정도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페섹은 그러나 박 총재 발언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데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용인하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으나 투자자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미국의 메릴린치 증권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만 해도 한국의 투자비중확대 의견이 7%였으나 "앞으로 1년 이내에 한국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비율이 16%로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먼 브라더스 증권도 올해 초 2004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6.5%로 추정한 뒤 다섯차례나 하향 조정해 최근 4.2%까지 낮췄다.
페섹은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8%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달도 3.9%에 달했다"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이런 지표를 쉽게 잊지 못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물가가 올해 평균 3.5% 수준으로, GDP 성장률은 5%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희망사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국제유가가 1년 사이 75%나 폭등하는 등 상품가격 인상에 따라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여기에다가 저성장, 고물가 현상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더욱 촉발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페섹은 "지금이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금리와 환율에 대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최소한 실세금리가 올라가는 위험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채권시장에서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금리정책결정자들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달러에 대해 원화가 평가절상되는 것을 용인해야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박승 총재야말로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물가인상-환율절상은 재정경제부가 강력반대하며 도리어 정반대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주문대로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전무해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