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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정당' 프레임 깨고 '진짜 행성'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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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정당' 프레임 깨고 '진짜 행성' 만들려면

[기고] 비례전용당이 모두 위성정당은 아니다

민주당이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이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전 당원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의당은 8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특별결의문 형태로 비례연합정당 참여거부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민생당, 녹색당 등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만을 빼고 모든 당, 그리고 그 지지자들 사이에 비례연합정당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날선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 당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며 동시다발 혼돈의 시간을 경과하고 있다. 모두들 통합당이 만들어 놓은 ‘비례정당=위성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주지하다시피 이 혼란스러워보이는 논쟁의 시발점은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통합당이다. 미래한국당은 목적과 성격이 단순하다. 연동형비례제의 애초 취지인 군소정당 몫 비례의석을 강탈하겠다고 창당된 가짜 군소정당이다. 미래한국당이 얼마나 큰 반칙인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미래한국당으로 인해 ‘비례정당=위성정당’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이 형성되어 우리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직접 피해자인 정의당조차 선거법이 개정되자마자 시작된 통합당의 위성정당 움직임에 비판성명을 내기는 했으나 이상하리만치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정의당은 선거를 한 달 반 앞둔 2월 말에 가서야 위성정당 헌법소원을 냈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 피해자치고는 늦어도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

두 당 특히 정의당의 이러한 태도가 ‘비례정당=위성정당’이라는 프레임이 굳혀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게다가 정의당과 민주당은 ‘가짜’라는 데 초점을 맞춘 논리로 통합당을 집중공격했다. 그들이 가짜를 만들었든 진짜 분신을 만들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적질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위성’이라고 하는 순간 정당성은 '진성(진짜 행성)'임을 설명해야만 획득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 선거제에서 이를 설명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 이미 굳어진 프레임을 바꾸기가 어렵다.

미래한국당의 법적 요건이나 위성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도적질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통합당이 ‘너희가 욕해 놓고 너희도 똑같은 위성당을 만드냐’라고 감히 비판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설사 그리했더라도 민주진보진영에서조차 ‘우리도 그들같이 반칙을 할 수는 없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레임을 굳힐 뿐 아니라 스스로 그 프레임에 말려든 셈이 되었다.

비례전용당을 만들면 위성정당이 되고 연동형비례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관점에 서면 단 한 명의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국민의당도 같은 수준으로 비판하고 공격해야 하는 게 아닐까. 국민의당 선거전술이 타당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정의당이 국민의당에는 단지 ‘창당놀음’이라는 정도의 가벼운 비판으로 그친 걸 보면 정의당 역시 문제가 비례전용정당에 있지 않고 군소정당 몫을 도적질하는 것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 연동형비례제 원칙의 중대훼손이 비례정당 창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적당 창당에 있다는 점에 서야 한다.

서로 다른 세력 간에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시적 협력을 하는 일은 세상에 흔하디 흔한 일이다. 서로 다른 업체 간에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합병을 하지 않고도 하나의 새 아이템으로 협력할 수 있다. 드물지만 경쟁사 간에도 가능한 일이다. 서로의 가슴에 총탄을 날리며 내전을 치렀던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항일투쟁을 위해 국공합작까지 한 역사도 있지 않은가. 어느 경우든 그것이 제3의 약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용인되거나 지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 발표된 것처럼 민주당이 비례후순위에 자당후보를 배치해 비례정당 없을 때와 거의 똑같은 예상비례의석만을 갖기로 한다면 비례연합정당은 그 자체로 연동형비례제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비례정당이 없을 때 군소정당이 차지할 수 있는 몫을 도적질해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이나 그들의 대표격인 정의당에 비해 민주당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당이기 때문에 이들 간 협력에 과연 평등성이 유지될 것인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는 있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나서 협력을 제안하고 협력하는 세력 간에 치열한 토론과 협상으로 평등성이 유지되는 원칙을 마련할 일이지 협력 자체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처한 당만 빼고 현존하는 모든 정당과 빅텐트를 쳐야 한다. 그런데 빅텐트가 연합정당 형태가 될 때는 아무리 민주당이 후순위를 자처해도 각 당간에 순번조정에서 잡음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위 민주진보세력 간 이전투구로 비쳐질 것이며 또 다른 혐오와 실망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빅텐트가 찢어진 텐트가 될 수도 있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을 통해 의석수 장물도 챙기고 광범위한 정치혐오를 유포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따라서 민주진보세력은 장물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정치혐오를 걷어내는 일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혐오는 투표율 저하로 직결된다.

우리나라 역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2004년 60.6%, 2008년 46.1%, 2012년 54.2%, 2016년 58.0%였다. 유권자의 겨우 절반 남짓만이 투표장에 나왔다. 만일 이 수치가 이번 4.15 총선에서도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이보다 더 비관적 수치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가 생물이라 하고 선거가 워낙 드라마틱한 일이라 어느 정당이 막판에 더 큰 확장성을 보일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와 관계없이 어떤 당이 어떤 경우에도 투표장에 나올 이들이 다수인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당이라고 하자.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는 연동형비례제에서는 투표율이 낮을수록 고정 지지층이 확고한 당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지율을 얻게 된다. 그에 비례해 의석수가 늘어남은 말할 것도 없다. 100명 투표했을 때 30명 지지는 30% 지지율이지만 50명 투표했을 때 30명 지지는 60% 지지율이 된다. 당연히 그에 비례해서 비례의석을 가져간다. 예전에는 기권표가 아닌 표 중에 사표가 나왔다면 연동형비례제에서는 일단 던져진 표는 50% 연동률, 30석 캡으로 그 표값이 축소될지언정 사표가 되지 않지만 기권표는 완벽한 사표가 된다. 정당지지율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거대당의 단일 위성정당=도적당’ 프레임이 아니라 ‘비례정당=위성정당’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민주진보세력이 사분오열되어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게 진짜 엉뚱한 프레임을 만든 통합당 의도대로 가는 것이다. 감동도 비전도 없는 선거판에서 유권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해 안 그래도 원래 자기 몫이 아닌 것을 챙기는데 거기에 더 크게 얹어주게 된다. 이런 인심을 쓰는 게 민주당, 정의당 등의 의도는 아니리라.

이제 혼란은 멈춰야 한다. 늦었지만 옳은 프레임, 새로운 프레임으로 다시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민주당은 함께 할 군소정당들에게 연합의 대의를 확실히 해 의석수 확대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식화해야 한다. 그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거제 취지에 따른 예상비례의석보다 적은 의석을 갖겠다고 하는 것이다. 연대와 협력의 가장 강력한 접착제는 신뢰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비례연합정당에 함께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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