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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샤댐, '환경 재앙의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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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샤댐, '환경 재앙의 경고등'

[중국환경 심층르포] <6> 싼샤댐 현장을 가다(上)

중국의 작은 도시 이창(宜昌)이라는 곳이 주목받고 있다. 농촌 도시인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세계 최대의 댐인 싼샤(三峽)댐이 이곳에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은 동중국해에서 장강을 1천8백50㎞ 거슬러 올라간 중국의 내륙 항구이다. 상해에서 이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절반이 훨씬 넘게 외국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독일과 러시아, 프랑스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물길의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싼샤댐을 관광하기 위해 이창을 찾는 사람들이다.

<사진 1> 005. 중국의 작은 도시 이창(宜昌)은 세계 최대의 댐인 싼샤(三峽)댐이 건설되고 있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싼샤댐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창 공항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다. 물밀듯 밀려오는 관광객들을 소화하기에는 공항은 좁아 보였다. 이창 지역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택시 기사는 일행에게 싼샤댐에 대한 자랑을 쏟아낸다. 그는 싼샤댐을 짓고 나서 사람들이 늘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이창은 보잘 것 없는 농촌에 불과했지만 싼샤댐 공사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70만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고, 지역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우리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싼샤댐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댐 건설로 생겨난 환경 난민에 대해 묻자 그는 "댐이 들어서면서 난민들이 이곳으로 밀려들고 있다"며, "이 엄청난 이민 문제를 정부가 다 해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5~60만 정도였던 이창은 인구 70만으로 늘어났다. 싼샤댐의 건설로 인하여 거리 곳곳은 대규모 공사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도로 개보수 공사 및 도시 개선 사업이 군데군데 벌어지고 있었다. 아파트 옥상마다 태양광 집열판이 다닥다닥 세워져 있는 것도 인상 깊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자신감과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사진 2> 023. 장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짐을 풀고 곧장 싼샤댐으로 향했다. 개통된 지 얼마 안 된 탓인지 싼샤댐으로 가는 고속도로 곳곳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장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산비탈에는 위태롭게 보이는 집들이 보였다. 이곳 사람들은 산비탈에 집을 짓고 계단식 논밭을 일구며 살아갔다. '산 7, 물 1, 밭 2'로 불릴 정도로 산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싼샤댐 전용도로로 접어들자 "싼샤댐 전용도로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는 문구와 "건설 싼샤 개발 장강(建設三峽 開發長江)"이라는 대형 구호판들이 산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곳곳의 임시 검문소에는 공안이 살벌한 눈동자로 관광객을 지켜본다.

***싼샤댐, '홍수 전쟁' 최후의 보루**

천주산(天柱山)터널을 지나자 장강이 고개를 내밀었다. 기괴한 석회암 절벽과 급류가 협곡을 이룬다.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봉우리이 위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싼샤댐과 가까워지자 곳곳의 산들이 파헤쳐져 있었다. 산샤댐 건설 현장에 가깝다 보니 일부가 채석장으로 변한 것이다. 대규모 토목공사에 소요되는 석재를 구하기 위한 조치이리라.

<사진 3> 029. 싼샤댐여행안내센터앞에 세워진 선전광고판 "인류 싼샤댐 건설은 당과 인민을 안심시킨다" 뒤로는 송전선로가 어지럽게 깔려있다.

"인류 싼샤댐 건설은 당과 인민을 안심시킨다"라는 선전문구가 세워져 있는 여행 안내 센터에서 전용 관광 버스로 갈아타고 단자령(壇子領)으로 향하는 동안 싼샤댐의 건설 배경과 성과 등을 소개하는 15분 분량의 홍보 비디오가 상영됐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하는 싼샤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지난 1998년 장강 홍수 피해를 보여주었다.

절정은 군(軍)을 통한 인해전술(人海戰術)장면. 군인들은 총 대신 삽과 마대자루를 메고 '홍수 전쟁'에 투입됐다. 그들은 제방이 터질 위기에 처하자 물에 뛰어들어 서로 팔짱을 끼고 거친 물살을 막아내던 '인간 둑'의 장면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홍수 피해의 다급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국식 치수'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홍보 비디오는 싼샤댐이 만들어짐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환경 난민의 문제, 문화유적의 수장 문제 등은 전혀 언급이 안 됐다.

<사진 4> 0247.환경운동가들은 "중국의 지도자들은 싼샤댐의 영광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인민들이나 자연환경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한다.

***모택동, "싼샤댐, 준비하되 충분히 고려하라"**

싼샤댐 현장과 가까워지자 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건축 자재를 나르고 있었고, 거대한 크레인 등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단자령(檀子嶺)에 올랐다. '현대판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싼샤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싼샤댐의 건설로 만들어지는 호수의 면적인 1만㎢에 달해 '현대판 만리장성'이라고 불릴 만하다. 정확히 말하면 '만리수성(萬里水城)'이다.

<사진 5> 018. 장강의 홍수를 방지하고, 발전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고, 선박 이동의 편의를 도모하고, 용수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들어진 싼샤댐. "무장수력발전부대가 싼샤댐을 건설함은 인민의 행복을 위함이다(武警水電部隊建設三峽爲民造福)"이라는 푯말.

장강의 세 협곡인 구당협, 무협, 서능협을 이어 댐을 만든다는 발상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중국인의 국부(國父) 손문(孫文)이었다. 그는 1919년 건국방략(建國方略)에서 "암석으로 급류를 막아 수위를 조절하여 선박을 운행시키고 수력도 이용한다"는 구상을 적었다. 한 혁명가가 꿈꾼 국가 건설 구상이 80여년에 걸친 숙원사업이 현실로 드러났다.

중국 공산당 정부 모택동(毛澤東) 주석은 홍수를 막기 위해 1954년부터 장강 댐 건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1958년 2월 남녕(南寧)에서 개최한 중공 중앙정치국 확대회의가 유명하다. 당시 모택동 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찬성측 대표 임일산(林一山)과 반대측 대표 이예(李銳)는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예는 "역사를 살펴보면 장강은 좋은 강이지 나쁜 강이 아니다. 홍수를 막아야 하는 필요성은 그렇게 강렬하지 않다. 싼샤댐을 짓더라도 수력발전을 하려면 언제나 많은 물을 가두어야 한다. 그러면 그 댐은 홍수를 막을 수 없다. 국방상으로도 큰 우환이다."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확실히 결단을 내릴 수 없었던 모택동이 내린 결론은 "준비하되 충분히 고려하시오."라고 말했다. 준비 기간 30년이 지난 후 1988년 11월, 싼샤댐 건설은 확정되었고, 첫 삽을 뜬 것이 1994년 12월14일이다. 지금 현재는 '물막이' 공사와 '댐의 배수 갑문과 발전소' 건설 공사도 마무리된 상태이다.

***"싼샤댐에서 새만금 방조제를 떠올리다"**

싼샤댐 현장을 접하면서 내내 '새만금 방조제'를 떠올랐다. 세계의 5대 갯벌 중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의 심장부를 간척한 사업이다. 환경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3㎞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방조제 공사를 강행하는 한국 정부. '일단 저질러보자' 또는 '하면 된다'는 불도저식 개발 독재의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국 정부. 새만금은 결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지난해 부안 갯벌에서 서울 시청까지 이어진 성직자들의 삼보일배의 대장정.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의해 희생된 자연과 생명들에게 참회하는 '삼보일배'의 정신이 이곳 싼샤댐 현장에서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을 정복했다는 듯 의기양양하는 모습은 한국정부나 중국정부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새만금기념관'과 '싼샤공정모형실'에서 잘 볼 수 있듯이 그 성과를 포장하는 언어만 다를 뿐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싼샤댐의 영광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인민들이나 자연 환경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는 중국 환경 운동가의 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한국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사진 6> 010. 싼샤공정기념관은 새만금 기념관과 다르지 않았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싼샤댐의 영광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인민들이나 자연환경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는 중국 환경운동가의 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한국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싼샤댐의 '장밋빛 꿈'**

싼샤댐 건설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조형물에는 싼샤댐의 규모를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전체길이가 2309.47m, 최고높이 185m, 깊이 170m, 상류와 하류의 댐 낙차 113m, 1만t급 선박 운항가능, 최대저수량 393억㎥, 일일 발전용량 1820만㎾" 이라는 숫자에서 세계 최대가 아니면 죽고 못 사는 '중화(中華)' 사람들의 의식을 읽을 수 있다.

싼샤댐은 홍보 비디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강의 홍수를 방지하고, 발전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건설의 가장 큰 이유다. 그 외에 선박 이동의 편의를 도모하고, 용수 공급을 원활히 한다는 목적도 있다.

<사진 7> 022-023 이미 싼샤댐은 지난해 6월부터 물을 가두기 시작해 지금 현재 129미터까지 육박했다.

산샤댐의 건설로 393억㎥의 물을 저장해 하류로 가는 물의 유입량을 조절해 홍수를 막을 수 있다. 이미 싼샤댐은 지난해 6월부터 물을 가두기 시작해 지금 현재 129m까지 육박했다. 또 좌우에 70만㎾ 규모의 발전기를 26대 두어 일일 1천8백20만㎾의 전기를 생산하여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만성적 전력부족 현상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싼샤댐의 예상 발전량은 남한 전체 발전용량과 맞먹는 1일 1천8백20만㎾로 중국내 총발전량의 11%를 차지한다.

댐이 완공될 경우 2개의 5급 선박용 수문과 한 개의 1급 선박용 수문을 만들어 연간 5천만t의 화물을 운송하는 한편, 운항이 가능한 선박의 규모도 현재의 3천t급에서 1만t급으로 커져 서부 대개발의 심장부인 중경(重慶)까지 연안지역과 연결하게 된다. 유속이 10분의 1로 줄어 선박들의 에너지 소비가 30%가량 주는 효과도 있다.

***싼샤댐 주변의 안개, '환경 재앙의 경고등'일 수도**

싼샤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단자령은 해발 2백62m, 싼샤댐 공사 구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200여만평의 싼샤댐 공사현장에는 송전탑이 어지럽게 세워져 있었다, 100여m 높이의 대형크레인 사이로 누런 황토물이 물보라를 피웠다. 중국 관광객들은 싼샤댐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호기심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사진 8> 025. 중국관광객들은 싼샤댐을 바라보며 호기심과 자부심이 표정에서 묻어났다. 그들은 싼샤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함께 동행한 박근형씨는 싼샤댐을 보고 "댐이 물을 가두기 전에 이곳을 왔어야 했는데… "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지난해 6월1일. 싼샤댐이 물을 가두기 시작했다. 수몰되기 전에 협곡의 절경을 구경하려 몰려온 외국의 관광객들 역시 '싼샤 작별 여행'을 염두에 뒀는지 모른다. 물론 댐을 완공해도 삼협은 여전히 장관일 것이다. 낭떠러지와 봉우리 높이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흐르는 강인 장강과 싼샤댐이 가둔 거대한 인공 호수는 그 의미부터 다르다.

<사진 9> 015.'현대판 만리장성'이라고 불리우는 싼샤댐. 싼샤댐의 건설로 만들어지는 호수의 면적인 1만 ㎢에 달해 '현대판 만리장성'이라고 불릴 만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모형관을 떠나 임시로 개설된 도로를 따라 댐 상류로 가자 장강에는 '안개'가 피워나고 있었다. 오랫동안 싼샤 지역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한 현지인은 "댐이 건설되면서부터 안개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안개가 댐 주변 지역에서 기상변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징후인지, 자연적인 현상인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싼샤댐에서 만난 '안개'가 중국 '번영의 표시등'일까? 아니면 세계인이 걱정하는 '환경 재앙의 경고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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