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은 왔지만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연말부터 춘절(春節, 중국 설날)까지 예년의 중국은 방방곡곡 축제였다. 춘절은 일 년 중 가장 크고 중요한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중국의 봄과 춘절은 예년과 달랐다. 많이 달랐던, 그 어느 때보다 명절답지 않고 축제답지 않은 춘절이었다. 이는 중국이 여러 중대한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우선, 2019년 중국은 대외적으로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다. 세계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갈등에 중국 경제가 심한 타격을 입어, 과거의 고속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중국 경제 경착륙의 우려를 제기하는 언론과 전문가도 많았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은 중국의 안정성과 공산당 지배의 정당성에 중대한 전제이기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뿐만이 아니다. 2019년 '송환법'을 계기로 촉발된 홍콩의 반정부 시위는 중국과 그의 일국양제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는 중국의 국가 주권, 안전, 영토완정 통일 등의 핵심이익과 결부되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과 개혁개방 40주년의 축제 분위기를 반감시켰다.
나아가 홍콩시위 추이를 지켜보던 타이완 민중들은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를 총통으로 재선시키며 중국과 일국양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민진당은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으로 중국과 타이완의 통일을 염원하는 중국 정부 눈에는 가시 같은 존재이다.
2020년, 중국은 쉽지 않은 새해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며 중국은 기대에 차있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중국 경제는 6.1%로 기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연말에 들어서며 소비, 투자, 공업 등 각 방면에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특히 2020년 1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본격적 협상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2018년 초반부터 일 년 반 지난하게 이어지며 미중을 넘어서 글로벌 경제를 흔들었던 양국의 갈등이 해결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12월 말에서 1월로 접어들며 중국의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漢市)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우한시에만 하루 수천의 확진자와 수백의 사망자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춘절로 국내외 이동이 늘어나자 중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은 매우 늦었다. 그러나 중앙의 단호한 대처로 3월로 접어든 지금은 증가세가 다소 꺾인 모양이다. 중국 정부와 언론 등에서 흔히 말하는 '우한 제외' 전제의 통계 수치를 100% 믿지는 않아도 겉으로 보기는 소강의 국면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자 이제 중국은 산업 일선으로의(复工复产) 복귀를 말한다.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한 결정이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 확진이 폭증한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과 비교하며 중국 정부의 대처, 중국 체제의 장점, 인민 대중의 노고 등등을 치하하기 시작했다. 오만한 지적에 책임의 전가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이 감추거나 과시하고 싶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긴밀한 이들이 코로나 대응으로 힘겨운 전투를 벌이는 시점에서 그러한 태도는 그들의 책임과 문제를 줄이지도, 공감을 얻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020년, 코로나19와 정쟁으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한국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2016년 여름,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고, 2016년 겨울부터 이듬해인 2017년 봄까지는 대통령 탄핵과 때 이른 대선으로 전국이 시끄러웠다.
그리고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완화되기 전까지는 2017년 내내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긴장 국면이 이어졌다. 2018년 여름부터 미중 무역 갈등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힘겨운 시기를 보냈으며, 2019년은 북미 협상 난항으로 한반도는 또 다시 남북대치 국면에 들어섰다.
2020년 한국도 중국에 못지않게 힘겨운 한해를 맞이한다. 2020년 1월 중순 서명한 미중 1차 무역 합의에 한숨 돌렸던 것도 잠시였다. 중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한 인접국으로 한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과 급속한 확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한때는 조기에 소강의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던 확진자 숫자가 2월말 들어서 폭증해 두 달 가까이 비상시국 태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로써 개인의 일상과 사회의 질서가 흔들렸고, 국가의 경제도 극심한 타격에 비상시국 상태에 돌입했다. 시작도 쉽지 않은 해이다.
한편으로 국내외 모두가 긴장하는 상황에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이 많기에 문제이다. 이번의 사태는 '블랙 스완'이란 세간의 평가처럼 충격적인, 그러나 돌발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혼란스런 상황에 부정확한 정보와 선동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등장했고, 2020년 4월 15일 예정된 총선용 정쟁이 더해지며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국민들의 고통과 스트레스, 사회적 비용까지 가중한 상황이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상대의 비판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에 선의가 배제된 소모적 비난과 다툼이 불필요한 것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0년, 냉랭한 한중관계 올해도 이어질까
2016년 여름,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는 그 전과는 다른 국면을 맞이하였다. 1992년 수교의 이래로 막혔던 물적, 인적 교류 수요가 폭발하며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상호 교류의 증가로 서로에 대한 부정적 경험과 불만도 늘어났고, 이익이 상충하는 부분도 증가하며, 지나친 기대와 환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드는 계기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여전히 중요한 이웃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를 막론하고 함께 가야만 하고, 갈 수밖에 없는 국가이다.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현재 한국과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 사실을 방증한다. 이제는 한 개인의 삶, 공동체의 안녕, 국가의 경제 발전도 서로 완전한 별개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제는 침체를 거듭했고, 일부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 보호주의 등에 글로벌 개방경제, 상호의존 체계가 위협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동반자로서 부정적, 돌발적 요소가 자국과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왔다.
이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과 확산은 전 세계 공동의 과제이자 난제이다. 개인, 사회, 국가,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노력하고 극복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 일부의 극단적인, 무책임한 행보는 서로의 감정과 신뢰를 훼손하고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한국은 남 탓과 정쟁을 멈추고 당면한 문제해결에 집중하며, 중국도 성급한 자찬(自讚)과 오만한 훈수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자제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해결이 중요하다. 나아가 이번 사태에 묻힌,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들이 각국에 산적해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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