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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번째와 째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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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번째와 째번

요즘 계속 해서 우리말 중에서 틀리기 쉬운 것이나 헷갈리는 말을 정리해서 카카오톡으로 보낸다. 그랬더니 요즘은 띄어쓰기나 발음에 관해서도 올려달라고 하는 주문이 온다. 그래서 틈이 나는 대로 쓰기는 하지만 일관성이 없어서 칼럼에는 틀리기 쉬운 우리말을 올리기로 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무의식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것들이 많다. ‘다르다’와 ‘틀리다’도 그 중의 하나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나는 생각이 틀려.”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틀리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니 자신이 그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는 생각이 달라.”라고 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기술했기에 간단하게 여기서 마무리 하고 이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번째’와 ‘째번’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는 흔히 “아브라함 링컨은 미국의 열여섯 번째 대통령이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해도 그 누구 하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문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나는 베트남에 열여섯 번째 다녀왔어.”

라고 하면 나는 베트남에 몇 번 간 것인가? 눈치 빠른 독자라면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베트남에 열여섯 번 다녀온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넘어가 보자. 아브라함 링컨이 대통령을 열여섯 번 한 것이 맞는 문장인가? 미국의 16대 대통령임은 분명하지만 첫 번째 대통령은 워싱턴이고, 중간에 루즈벨트 대통령도 있었고, 지금은 45대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그러니까 링컨은 16대 대통령이지 열여섯 번 대통령을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와 같이 ‘번째’는 ‘일의 차례나 등급, 횟수 따위를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최태호는 세 번째 출마했어.”라고 하면 세 번 출마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가끔 투표일이 되면 “최태호가 세 번째 등록하였다.”라고 하는 것을 본다. 그것은 아마도 ‘여러 후보자들 가운데 셋째’로 등록했다는 말을 것이다. 즉 교육감에 세 번 출마한 것은 맞지만, 후보등록할 때 세 번째로 등록한 것은 틀린 말이다. 셋째로 –즉 세 째번으로- 등록했다는 말을 그리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차례를 말할 때는 ‘째번’이라고 해야 한다.

필자는 자주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수업을 한다. 주로 이름을 부르지만 대형 강의실에서는 이름을 다 기억할 수가 없어서 앉은 좌석 순으로 부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저기 앞에서 셋째 자리(번)에 앉은 친구가 발표해 보세요.”라고 한다. 이 말은 셋째 좌석에 앉은 학생이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요즘은 ‘째번’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첫째, 둘째, 셋째와 같이 ‘째’라는 글자 속에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수사 또는 수량을 나타내는 명사나 관형사의 뒤에 붙어, 차례나 등급의 뜻을 더하는 말, 2.기간을 나타내는 명사나 명사구의 뒤에 붙어, ‘계속되는 동안’의 뜻을 더하는 말, 3.일부 명사의 뒤에 붙어,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말”로 나타나 있다. 지금은 ‘째번’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없지만 ‘번째’와는 확연히 구분되던 말이다. 좋은 우리말이 무분별하게 쓰다 보니 사라졌다. 이것이 언어의 역사성이다. 생성, 성장, 소멸하는 것이 언어다.

좋은 우리말은 다시 살려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김치’의 옛말인 ‘딤체’가 요즘은 냉장고의 이름으로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옛말이라 정감이 있어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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