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문제를 주제로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마지막 미국 대통령 후보 TV토론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경제와 보건 등 국내문제에 강세를 보여온 민주당의 존 케리 대통령 후보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큰 격차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케리 후보는 세 차례에 걸친 TV 토론에서 모두 이겨, 20일 남은 미국 대선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차 토론결과 CBS 39% 대 25%, CNN 52% 대 39%로 케리 우세 평가**
3차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실시된 미국 방송 여론조사는 모두 케리 후보의 우세로 나타났다. 우선 미국 CBS 방송의 조사결과 민주당의 케리 후보가 이겼다는 유권자는 39%인 반면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이 앞섰다는 응답 비율은 25%에 머물러 14%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였다. 두 후보가 호각세를 보였다는 응답은 36%였다.
CNN 방송 여론조사결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유권자 가운데 케리 우세로 평가한 비율은 52%를 기록한 데 비해 부시 승리로 답한 응답자는 39%에 불과해 13%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미국 포털사이트인 야후 닷컴이 뉴스 사이트란에 개설한 '누가 13일 토론회에서 이겼냐'는 질문에 12만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참가해, '케리 승리'가 68%, '부시 승리'는 30%로 나타나 양 후보간 격차가 무려 38%포인트에 달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2차 TV당시 케리가 부시에게 근소한 차이로 이겼던 것과 달리 두자리 숫자의 큰 격차여서, 3차 토론에서 부시가 완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같은 조사결과는 3차 TV토론 직전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WP 조사로는 지난 8월이후 처음으로 49% 대 48%로 부시 대통령을 앞선 것과 맞물려, 케리 진영을 크게 흥분케 하고 있다. 케리진영은 이번 토론결과가 아직도 부동층으로 남아있는 6%의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시, "케리, 주류 벗어난 좌파"-케리, "부시 재임중 5백만 의료보험 잃어"**
한편 이날 토론은 일자리 및 세금 등 경제, 안보, 보건의료, 동성결혼 등 국내문제에 국한돼 진행됐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 2차 토론회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듯 케리 후보의 상원의원 활동을 수치까지 거론하며 "케리 후보가 집권하면 의료 교육 관련 공약으로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케리 후보는 상원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98차례나 세금 인상에 찬성하고 감세 정책에 1백27차례나 반대했다"고 주장하며 "케리는 미국 정치의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좌파"라며 '색깔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케리 후보는 "상원에서 본인은 6백차례 이상 세금 감면 정책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20만달러 고액소득자에 대한 감세조치는 철회하고 탈세를 봉쇄, 공정한 경제활동의 장을 만드는 반면 중소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줄여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케리는 이어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중 5백만명이 의료 보험을 잃는 등 부시는 복지를 등한시해 미국 의료체계는 붕괴되기 시작했다"며 "일반 국민들이 의원들이 받는 의료 혜택과 같은 혜택을 누리도록 광범위한 경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은 5조6천억 달러의 흑자 재정을 적자로 뒤바꿔 놓았다"고 주장했다.
***양 후보 접전지 위주 선거운동 치중. 막판 돌출변수 예의주시**
미국 대선 TV 토론이 모두 끝나게 됨에 따라 양 후보는 이제 아직까지 표심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10여개 접전주를 중심으로 치열한 선거전을 치루게 됐다.
올해 대선 향방이 막판까지 예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영이라도 하듯 양 후보는 토론회를 마치자마자 다음 일정으로 접전주에 바로 가서 선거 유세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네바다주와 아이오와, 플로리다로 갈 예정이며 케리 후보는 네바다, 아이오와, 위스콘신, 오하이오주로 갈 것임을 밝혔다.
아울러 양 후보는 막판 돌출 변수에 따라서는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행보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예기치 않은 테러나 이라크전 상황 악화, 대테러전 관련 주요 인물 체포 등의 일들이 발생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아부 무사브 알 자와히리 등 부시 행정부가 주요 체포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이 잡히거나 대형 테러가 발생해도 이것이 꼭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하고 케리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주요 인물이 잡힌다면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크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고 테러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테러 배경이나 원인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이라크전에서 미군 사망자수가 급격히 늘거나 이라크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이번 대선에서 이라크전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음에 따라 부시 대통령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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