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4일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정감사 자료에 "간도협약 무효" 입장을 밝혔다가 나중에 삭제한 파문과 관련, "일부 실무진의 행정착오"라고 밝혔다.
***"간도협약, 신중히 다뤄나가야", 재차 원론적 입장 표명**
반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간도 문제와 관련,"여러 나라가 관련된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이므로 앞으로 좀더 정확한 고증과 역사적 자료 수집 및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히 다뤄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외교부 국정감사 자료에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뺀 것과 관련, '정부의 입장이 간도 협약에 대한 유보적 자세에서 변화한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감자료 제출 과정에서 일부 실무진 간에 행정적인 착오가 있었다"며 "양해를 구한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배포했던 '국정감사자료 7권'의 '1909년 청나라와 일본의 간도협약내용'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 정부는 1905년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조약이 강박에 의해 체결된 무효조약인 만큼, 이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한 1909년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견지함"이라고 밝혔었다. 외교부는 그러나 이 자료가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빚을 것을 우려해 자료집을 수거한 뒤 '간도협약은 무효' 부분을 삭제하고 "간도문제는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관련돼 있는 아주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로서, (중략) 신중히 다뤄나가야 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만 표명한 새 자료집과 교환했다.
***간도 문제, 한-중간 첨예한 문제**
간도 문제는 한-중간 상당히 첨예한 문제로 간도협약이 원천무효라면 백두산과 두만강 북쪽, 현재의 연변조선족자치주 지역은 한국의 영토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02년 동북공정을 시작한 근본 배경으로 한국인들의 간도땅 영유권 주장도 큰 원인이 됐다고 설명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지난 8월 한-중간에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 5개항의 구두양해사항에 합의할 당시에도 중국측은 '동북지방에 대한 영토 국경문제에 대해서 한국측도 우려할 만한 시도가 있었으므로 같이 치유하자'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질 정도로 영토 문제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우려할 만한 시도라는 것은 한국 민간인들이 간도 지역 등 동북 3성 지역에서 만주는 우리땅 등을 공공연하게 주장했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9월 3일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59명이 '1909년 청나라와 일본이 체결한 간도협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 공론화가 되기도 했었다.
간도협약이란 1909년 청나라와 일본이 간도의 영유권 등에 관해 맺은 조약으로 일제는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뒤 청나라와 간도 문제에 관한 교섭을 벌여 오다가 남만주철도 부설권과 푸순 탄광 개발 등 4대 이권을 얻는 대가로 한국 영토인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주는 협약을 체결했다. 간도 지방에 대해서는 청나라가 19세기말부터 자국영토라고 주장하고 군대 및 지방관을 파견했었으나 우리나라도 그에 맞서 강력히 영토권을 주장했었다.
한편 반 장관은 이날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시도와 관련,"유엔에서 상임이사국 확대가 된다면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는 국가는 해당 지역 국가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는 여부, 국제 평화와 안정 위해 지도력과 의지가 있는지 등이 자격 요건"이라고 밝혀, 일본의 진출 여부에 대해 우회적 반대입장을 밝혔다.
반 외교장관은 '유엔에서 유엔 개혁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했는지'에 대한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유엔 차원의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도 이같이 답해 사실상 일본의 진출에 부정적인 의사를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반 장관은 그동안 여러차례 일본의 왜곡 교과서 채택과 관련, "역사적 사실에서 진리는 하나"라며 "일본 정부가 확실한 인식을 가지고 대하면 왜곡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했었다. 이밖에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반 장관은 거듭 강한 유감을 표했었다.
반 장관은 그러나 "유엔은 개편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적 개혁 필요성이 있다"며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엔개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안보리는 민주성, 대표성, 효율성이 제고되는 방향으로 확대 개편돼야 하고 상임이사국보다는 선거로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진출이 보다 낫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우회적인 반대 입장 표명은 노무현 대통령도 표명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상임이사국은 합리적인 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에 관해서 소속된 지역이나 집단의 신뢰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우회적인 반대입장 표명을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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