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1년새 11계단이나 급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04년 국가별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경쟁력 지수(국가경쟁력 지수)를 조사대상국 1백8개국 가운데 지난해 18위에서 무려 11단계가 추락한 29위로 평가됐다. 우리나라 순위는 지난해까지 3년 내리 상승, 18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위권안에 진입했었다.
반면에 대만은 지난해 5위에서 4위로, 일본은 11위에서 9위로, 홍콩은 24위에서 21위로 올라서는 등 아시아 경쟁국들은 순위가 오르면서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우리나라의 올해 11계단 추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대 낙폭이다.
***"관료-정치권 무능의 산물"**
불과 1년새 우리나라 경쟁력이 급락한 데에는 정부의 재정능력, 인플레 압력, 은행시스템 등을 평가하는 '거시경제 환경지수'가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35위로 밀려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WEF는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데다가 경기주체의 신용도 하락, 한국정부의 경기침체 예측능력 부재와 비정기적인 과세정책, 정부의 예산 낭비 등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부패도와 정치인 신뢰도 등으로 구성되는 '공공제도지수'도 지난해 36위에서 41위로 추락해 경쟁력 지수 급락에 일조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85위로 밑바닥을 맴돌았으며, '의회의 효율성' 81위, '불법 정치자금 만연' 77위 등 정치부문이 세계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이밖에 '세무부정' 63위, '정부 예산낭비' 57위, '정부 관료의 정실' 49위, '사법부의 독립' 48위 등 여타 공공분야의 경쟁력도 형편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환경'도 최하위권이었다. '노사관계'는 이 부문 조사대상국 93개국중 92위였고, '대출 용이도'는 75위, '고용과 해고'는 73위, '기업 이사회의 효율성'은 67위였다.
이밖에 '여성인력 활용'도 엉망이어서, '모성보호 관련법률이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대상국 1백4개국 가운데 1백2위, '민간분야의 여성고용' 역시 1백2위로 조사됐다.
***기업인들 "일관성없는 정책" "비능륙적 관료제"가 가장 큰 애로**
한국의 강점으로 지목돼온 '기술지수'마저 지난해 6위에서 9위로 후퇴,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터넷 사용자' 2위, '학교에서의 인터넷 접속률' 3위,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품질' 3위, '고등교육기관 진학률' 3위, '개인컴퓨터 보급률' 8위 등의 화려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인 '기술지수'가 밀려난 것은 얼마전 안철수씨가 지적했듯 "한국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IT강국이 아직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경쟁력 지수는 93개 대상국중 지난해(23위)와 비슷한 24위로 평가됐다. 항목별로는 '기업활동 및 전략의 정교화'는 21위(지난해는 19위), '국내기업환경의 질'은 27위였다.
이밖에 '한국에서 사업하는 데 애로사항이 뭐냐'는 기업인 설문조사결과, '일관성 없는 정책', `비능률적인 관료제' '경직된 노동관계법규', `자금조달', 세제' 순으로 꼽혔다.
국가별 순위는 핀란드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올해도 2위에 머물렀다. 그 다음은 스웨덴, 대만, 덴마크,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위스, 일본, 아이슬란드 순이었다.
WEF는 해마다 이맘때 각국의 경제지표와 전세계 8천7백여명의 경영인과 외국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2백개 항목에 대한 경쟁력순위를 매긴 뒤, 종합적으로 각국의 경쟁력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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