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내수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면서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박승 한국은행총재 전망과는 달리, 현재 내수침체는 실질소득 감소, 소비자신용 축소 등의 '구조적 성격'이 높은 만큼 앞으로 1~2년내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민간경제연구소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실질소득 급감현상 가속화**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내년에도 소비 회복 어렵다'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급격한 소비침체는 가계소득 급감,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자신용 하락, 정부정책의 부적절성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3가지 요인에서 기인하는 것인만큼 내년에도 소비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이 소비침체 장기화의 첫번째 근거로 꼽는 '가계소득 급감' 상황은 간단치 않다.
보고서는 "소비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가계의 실질적 구매력이 되는 가계수입의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고용상황 악화와 고유가로 인한 물가급등으로 화폐의 실질가치가 크게 감소하면서, 최근 1년여동안 가계의 실질소득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실질근로소득을 나타내는 월평균 소득은 2004년 2.4분기 2백30만원으로 지난해말 4.4분기의 2백42만원보다 12만원이 줄어들었다.
또한 통계청 조사를 봐도, 8월중 가계수입평가지수는 82.5로 지난해말의 83.3보다 낮아졌고, 1년전과 비교할 때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지난해말 37.8%에서 올 8월 38.8%로 1%포인트 높아졌다.
이와 함께 정부의 아파트투기 억제책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과 저금리정책에 따른 금융자산가치 하락 등도 실질소득 감소를 초래하면서 소비침체 장기화를 초래하고 있다.
***소비자신용 급락, 봉창 두들기는 정부정책**
두번째 근거는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자신용 하락'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비와 연관성이 높은 소비자신용 부분은 지난해말 64조원에서 올 2.4분기말 57조원으로 격감했고, 7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숫자도 약 3백70여만명으로 지난해말과 별로 달라진 바 없다. 가계부채 문제가 전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따라서 "향후 소비자 신용은 축소되거나, 증가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며 그결과 소비를 회복시킬 수준의 유동성 제약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세번째 근거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다.
보고서는 "9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7.5%로 98년 11월이후 가장 높은 상승해 민간의 기대인플레 심리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특히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정부의 최근 경기부양책에도 질타를 가했다. 보고서는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유류세 인하 거부 등 물가안정을 고려하지 않는 경제정책과, 서민가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소득세 인하와 특소세 폐지 등은 소비진작 효과가 미약하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말해 실질소득은 급감하고 소비자신용은 나날이 위축되는데 정부는 엉뚱한 대책만 내놓아 소비침체를 장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저소득층을 위한 과감한 재정정책 시급**
보고서는 이같은 분석에 기초해 "실질소득 감소, 소비자신용 축소에 따른 유동성 제약 강화 등은 구조적 성격이 높기 때문에 1~2년내 개선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기에 정책적 여건들마저 소비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내년중 소비의 본격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소비회복을 동반하지 않은 최근의 경제성장률도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정부에 대해 더이상 엉뚱한 대책 대신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중-저소득층을 위한 과감한 재정정책'의 실시를 강력촉구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가계의 실질 근로소득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는 세수 감소에만 집착하지 말고 소비회복에 실질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중-저소득층'을 겨냥한 조세감면과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펼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문제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 유동성 제약이 완화될 수 있는 정상적 신용시스템을 확립하는 동시에, 민간의 기대인플레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다각적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보고서는 구체적 인플레 심리 안정책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의문시되는 저금리 통화정책 지양, 유류세 인하 및 공공요금 동결, 환율 절상을 통한 수입물가 안정책 등을 제언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무엇보다 소비회복에 가장 큰 결정요인으로 판단되는 고용상황 개선을 위한 고용시장 안정대책과 고용시장 개선의 근본적 해결책인 기업의 투자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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