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미래통합당 중심의 보수 통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데 대해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깊이 울린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옥중에서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서신"이라며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이번 총선에 승리해 무능 정권의 폭정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은 명실상부 정통 자유민주 세력의 정당으로 우뚝 섰다"며 "총선 승리를 향해 매진해 오늘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미래통합당 중심의 보수 통합을 촉구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환영한다'는 식의 분명한 태도는 황 대표의 입장문에 담기지 않았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옥중 서한을 통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며 에둘러 미래통합당 출범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승민 의원 등 탄핵에 찬성했던 새로운보수당 출신 인사들의 합류를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다.
황 대표의 신중한 태도에는 미래통합당 출범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탄핵 찬반 논란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계기로 다시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40여 일 앞둔 시점에 '박근혜'라는 이름이 전면에 등장해 미래통합당에 '탄핵 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희석될 수도 있다.
자유공화당이 보수 통합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며 후보 단일화 등을 요구한 것도 미래통합당으로선 골칫거리다.
김문수,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1070일째 부당하게 구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극기 세력을 비롯한 야권이 대동단결하라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존중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공화당은 출범 선언을 통해 보수 세력의 하나를 위해 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며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와 같은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 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미래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자유공화당에 입당한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이 이런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미래에 대한 큰 걱정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 높이 평가하고 그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의 합당으로 전날 출범한 자유공화당이 미래통합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한 점을 상기시키며 통합당에 공을 넘긴 셈이다.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독자 노선의 명분이 사실상 사라지자 통합당 측에 '지분 보장'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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