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고교등급제 실태조사를 통해 연세대ㆍ고려대ㆍ이화여대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며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고 통보한 데 대해서, 서울 10개대가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이들 대학들은 각 고교들의 '엉터리 내신' 실태 분석 결과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교육부와 전교조에 대해 경고했다.
***교육부, "정원 감축, 재정상 제재 조치하겠다"**
교육부는 12일 오후 연세대ㆍ고려대ㆍ이화여대ㆍ성균관대에 시정 명령서를 보내 "올해 2학기 수시 모집을 포함해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해 26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매년 고시하는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고교등급제 적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수시 1학기 모집에 대해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고교등급제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모집 정원 감축 및 재정상 제재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대학들을 압박했다.
***서울 지역 10개 대학, "고교들 '엉터리 내신' 공개하겠다"**
이런 교육부의 지적에 대해 서울 지역 10개 주요 대학들은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지역 10개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이 지난 10일 밤 회동해 고교들이 매긴 내신 성적이 얼마나 엉터리이고 부풀려졌는지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기로 결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서울대ㆍ연세대ㆍ서강대ㆍ성균관대ㆍ이화여대ㆍ중앙대ㆍ국민대ㆍ서울여대ㆍ아주대ㆍ한성대 등의 입학처장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입학처장들은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며 "전교조가 주장하는 대로 '서울 강북, 지방고 차별 전형'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10여개 대학의 고교 평가 내용을 모두 공개해, 누가 맞는지 따져보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각 대학들은 이를 위해 수년간 모아온 '엉터리 내신' 사례를 분석한 후, 각 대학의 자료를 종합 집계해 '맞불'을 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학이 확보한 자료에는 시험을 쉽게 내 재학생들의 내신 석차를 높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평어(수우미양가)의 '수', '우'를 준 사실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다음 주 중 전국 대학 입학처장회의와 총장 회의를 열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대교협은 "대학측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부에 요구할 것이 있으면 적극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본고사 부활시킬 수도 있어"**
여기에 교육계 핵심인사들도 논쟁에 가세해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논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12일 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줘야 한다"며 교육부의 조치를 정면 비판했다.
정 총장은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독자적인 기준과 방법을 가지고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하며, 일선 고교는 학생과 교과 과정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대학이 이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고교 학생부의 신뢰성과 변별력이 낮아 대학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학 선발 인원의 3분의 1 정도는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본고사 부활 방침도 시사했다.
앞서 연세대와 이화여대도 "교육부가 압박을 계속 한다면 본고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어, 고교 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은 본고사 논란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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