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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목 마르다"

[중국환경 심층르포] <5> '물과의 전쟁' 상징이 된 베이징 노구교

중국 수질 정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 벤처기업인 P씨는 중국의 호수라는 호수는 빠짐없이 둘러본 몇 안 되는 환경인이다. 그가 최근에 겪은 황당한 일화를 소개해 주었다. 그는 베이징 인근 호수에 부영양화가 인해 녹조 현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보았지만 정작 오염된 호수의 수질을 개선할 수 없었다. "수질 정화 활동을 위해 찾아간 호수는 물은 하나도 없고,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메말라 있었다."

***'항일 전쟁'의 도화선은 '물과의 전쟁'의 상징으로**

베이징 서남쪽 근교에 노구교(蘆溝橋)라는 다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 사건 때문에 잘 알려진 이 다리는 베이징의 명소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도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강에는 멋있는 다리가 걸려 있다. 아마 세계에서도 드물게 보이는 아름다운 다리일 것이다"라고 기록할 정도로 운치가 있었다. 11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양쪽 난간의 1백42개의 대리석 기둥에는 정교한 사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곳이기에 다리 동쪽에는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이 세워져 있어 당시의 전황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걷거나 자전거 타고 이곳은 찾은 중국인들은 당시의 '항일'의 기억을 되새기는 듯했다.

<사진1> 노구교의 사자상과 영정하의 놀이배.

다리가 아름다운들 강물이 흐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르코 폴로가 잠에서 깨어나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동방견문록에서 밝혔듯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말을 다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노구교 밑으로 흐르는 영정하(永定河)는 분명 메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서울을 통과하는 한강의 물이 말라 버렸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다. 영정하(永定河)는 서울의 한강처럼 베이징에서 중요한 존재이지만 이미 메말라 바닥들 드러낸 지 오래된 듯했다.

<사진 2> 노구교 건너편에 위치한 다리 밑은 대형트럭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비포장 도로가 생겼다. 몇 년 동안 강물이 흐르지 못한 듯 땅은 굳어 있었다.

노구교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다리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메마른 강바닥에는 대형트럭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포장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한적한 시골길을 연상하는 듯 했다. 몇년 동안 강물이 흐르지 못한 듯 땅은 굳어 있었다. 가슴까지 자란 풀숲을 뚫고 다리를 가로질러 강어귀에 다다르자 20여척의 놀이용 소형배들이 주인을 잃은 듯 내딩굴어져 있었다. 노구교에서 바라보자니, 원래 강물에 띄워져 있어야 할 놀이용 배는 마치 풀밭에서 헤엄치고 있는 듯 했다. 강물이 흐르던 당시에 이곳은 놀이용 배에서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곳으로 베이징의 젊은이들에게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였다.

<사진 3> 노구교에서 바라볼 때는 마치 강물에 띄워져 있어야 할 놀이용 배는 풀밭에서 헤엄치고 있는 듯 했다.

영정하는 길이 7백㎞정도로 산시성(山西省) 북부의 영무현(寧武縣)에서 흘러내려 하북성(河北省) 회내(懷來)에서 양하강(洋河)과 합류하여 베이징 서쪽 교외를 통과하여 천진(天津)에서 해하강(海河)으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황토 지대를 흘러 화북 평야 북부에 다량의 황토를 퇴적하기 때문에 소황하강(小黃河)이라고도 한다. 영정하는 과거에는 때때로 범람해서 베이징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연안에 나무를 심어 방호림(防護林)을 만들고, 관청(官廳)댐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의 치수공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이징 서부의 삼가점(三家店)에 수문을 설치하여 시내의 상수도ㆍ공업용수ㆍ발전용수를 끌어들이기도 했다는 영정하의 과거를 지금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완전히 말라버린 하천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 노구교는 '항일전쟁'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지금의 노구교는 중국 정부가 치루는 '물과의 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격전장처럼 보였다.

<사진 4> 강물이 흐르지 않는 노구교. 과거 노구교는 '항일전쟁'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지금의 노구교는 중국 정부가 치루는 '물과의 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격전장처럼 보였다.

***후진타오, "절수형 사회를 건설하자"**

최악의 물 부족과 가뭄에 시달리는 베이징시는 '물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베이징은 세계에서 수자원이 결핍한 대도시 중 하나로, 베이징에 물을 공급하는 관청(官廳), 밀운(密云) 저수지의 저수량은 지난 1970년대 20억㎥에서 지금은 7~8억㎥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그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계속되는 가뭄과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 등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 베이징시는 현재 지하수 보호를 위해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채취하는 개발 행위를 금지시켰다.

이와 동시에 절수 조치를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절수형 사회건설'이 하나의 화두처럼 언급되고 있다. 이것이 계속되는 가뭄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라는 점을 중국 정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여 열린 중앙 인구 자원 환경 사업 좌담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는 "과학적인 발전관으로 인구 자원 환경 사업을 지도하고 사람 중심, 자원 절약, 환경 보호, 인류와 자연의 조화 관념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수리 사업은 급수 공정 건설을 강화하고 수자원의 지리적 시간적 조절 능력을 향상하며 절수형 사회 건설을 적극 추진하여 홍수 및 가뭄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 5> 대영호(大寧湖)는 지금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현지 사람들은 "이곳 대영호는 지난 6년 전까지만 해도 바닥에 물이 고여있는 호수였다"고 말했다.

***'장강의 물'이 베이징을 살릴 수 있을까**

"2008년에 베이징 주민이 장강(長江)의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겠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일부의 베이징 주민들은 장강물을 마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베이징의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왕유성(王維城)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副)주임은 "향후 남수북조 프로젝트가 완공되어 베이징시로 물을 끌어들인다 할지라도 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현재의 수자원 상황을 공개하여 사회의 물 절약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물 낭비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산업용수의 낭비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1만위안의 상당액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소모량은 1백3㎥에 달하고 있지만 일본은 6㎥, 미국은 9㎥ 밖에 되지 않는다. 즉 똑같은 생산을 하는데 있어서 중국 기업들은 선진국에 비해 10배 많은 물을 사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 도시에 공급되는 물의 20%는 노후화된 수도관에 의해 유실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 정부는 '1억㎥ 절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향후 세차ㆍ목욕 등 업종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되고,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 세차장은 모두 강제 폐업하며, ▲3성급 이하 호텔의 수영ㆍ목욕 등 서비스는 잠시 영업을 중단하며, ▲물세를 1t당 1위안 인상하는 것을 고려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6> 베이징역 화장실에도 중수도 시설이 설치되어 가동되고 있었다. 물 부족 문제는 베이징 사람들의 생활속에 파고들고 있었다.

***"베이징 목욕탕에는 여탕이 없다?", 목 마른 베이징**

이미 물 부족 문제는 베이징 사람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었다. 우선 물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인상되고 있다. 지난해 1월말 베이징의 생활용수가격은 1㎥당 기존의 2위안(元)에서 2.9위안(상수도가 및 수자원비 2.30위안, 하수처리비 0.60위안)으로 인상됐다. 이 물가는 최근에 또 2.9위안에서 3.7위안으로 인상되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일반 주민의 수도 요금이 오른 것은 대수도 아니었다. 베이징시는 경제적 수단으로 물 낭비 현상을 막고, 물 부족 현상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반 주민의 수도 요금은 1㎥당 2.9위안에서 3.7위안으로, 호텔ㆍ식당의 경우는 5.4위안에서 6.1위안으로, 물을 대량 소비하는 목욕탕ㆍ세차장 등은 차등 가격제를 도입해 60위안으로 올렸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 할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대중 목욕탕은 치솟는 물 값을 감당하지 못해 여탕을 없애 여성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남탕보다 4 배의 물을 쓰는 여탕으로 인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는 사연이다.

"현재 중국은 4백여개 도시가 물 공급이 부족한 상태며, 그중 1백10개 도시는 물 부족이 심각하다. 중국 전 도시의 연간 물 부족량은 60억㎥에 달한다"고 밝혔던 취하오훼이(瞿浩輝) 중국 수리부 부부장(副部長)의 말이 결코 엄살이 아님을 실감했다.

"1960년대 일부 하천에서 시작된 북방 지역의 강과 하천의 단류(斷流) 현상은 1990년대 들어서는 80%의 강과 하천으로 확대되었고, 이들 강과 하천은 계절성 하천으로 전락한지 오래"라는 중국 언론의 지적도 노구교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세계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장밋빛 전망'을 실현하는 것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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