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때문에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기 싫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지난 몇년간 접대비 규모를 해마다 크게 늘리면서도 기부금은 줄여온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접대비는 늘고 기부금은 줄고, "한국기업의 부끄러운 초상'**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면세 특혜를 받는 지난해 국내법인 전체의 접대비 총액은 5조4천5백4억원으로 지난 2000년에 비해 무려 35.1%나 늘었다.
접대비 총액은 2000년 4조3백54억원에서 2001년 4조4천9백99억원, 2002년 5조1천73억원을 거쳐 지난해 5조4천5백4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 가운데 사치.향락성 업소에서 이뤄진 법인카드 사용액은 룸살롱 사용액 1조1백9억원을 포함해 지난해 1조6천1백44억원으로 크게 늘어, 사회적 빈축을 샀다.
반면에 지난해 기업들의 기부금 총액은 2조2천1백35억원으로 2000년보다 오히려 8.2%나 줄어들었다. 기부금 총액은 2000년 2조4천1백4억원이었던 것이 지난 2001년 1조5천7백48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뒤 소폭 늘어나는 추세나 2000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접대비와 기부금은 모두 매출액의 일정 한도내에서 '면세 특혜'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요컨대 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같은 사회적 합의의 근간을 깨고 음성적 접대행위를 통한 이윤확대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기업들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도 기형적으로 과도한 접대비를 줄이기 위한 국세청의 '1회 카드접대비 한도 50만원' 규제에 대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내수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킨 규제"라며 즉각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들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매출액의 5%'인 기부금 면세한도를 늘리라는 주장은 재계 어디서도 찾아볼 길 없다.
전문가들은 진정으로 기업들이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없애려면 애꿎은 교과서 등에만 비판의 화살을 돌리지 말고, 스스로 서구처럼 접대비 면세한도를 대폭 낮추고 그대신 기부금 한도를 대폭 높이는 쪽으로 정책제언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스스로 사회적 존경을 받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때에만 비로소 '반기업 정서' 대신 '친기업 정서'가 자리잡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건설족, 접대비로 흥청망청**
한편 지난 2000~2003년의 기업의 접대비 증가율은 기업 매출 증가율보다도 크게 높은 것으로 드러나, 기업들이 불황이 도래하자 기술혁신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 하기보다는 음성적 접대행위를 통한 위기돌파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0~2003년 기업의 접대비 증가율이 35.1%인 반면에 같은 기간 전체 법인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1천4백73조5천81억원에서 1천8백6조8천2백6억원으로 2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요컨대 2001년부터 내수불황기가 도래하자, 아파트투기 등을 통한 이익증대를 도모하면서 이 과정에 접대비가 매출이상으로 급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5일 건설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건교위 정갑윤 한나라당의원은 "전국 46개 현장에 근무하는 경력 18년 이상 현장소장을 대상으로 공사대금 사용실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공사대금의 0.54%가 발주처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폭로했다.
이 자료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의 설문결과를 분석한 것으로, 정 의원은 연간 건설수주액 80조원 가운데 약 4천3백억원이 접대비 등으로 지출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마디로 말해, 아파트투기로 다수국민의 등허리가 휘고 있는 사이에 건설사와 이들로부터 접대를 받는 세력, 이른바 '건설족'은 흥청망청 태평성세를 구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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