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설욕이냐, 민주당 존 케리 대통령후보의 상승세 지속이냐로 관심을 모은 8일(현지시간) 밤 2차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도 케리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이 25일밖에 남지않은 상황에서 열린 2차 토론에서 양측은 모두 지난 1차 토론보다 더 공세적으로 나와 설전을 주고받았으나 시청자들은 "케리가 더 잘했다"며, 케리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주제제한없이 진행되는 형식이었으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없다”는 듀얼퍼 보고서가 나온지 이틀만에 치러지는 토론이어서 1차에 이어 이라크 문제가 최대 이슈로 다뤄졌다.
***ABC 방송, 44% 대 41%로 케리 우위 점쳐**
미국 ABC 방송은 이날 2차 대통령 후보 TV 토론이 끝난 직후 시청자를 대상으로 즉석 여론조사를 실시, “케리 후보가 44%의 지지를 받은 반면 부시 대통령은 41%의 지지를 받아 케리가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13%의 시청자들은 두 후보 사이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케리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케리 후보는 1차 토론에서의 압도적인 승리에 따라 5~11%포인트 뒤지던 지지율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1차 토론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케리 후보가 지난 1차 토론회 이후 당겨진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던 만큼 이같은 여론조사는 케리 후보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 유리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차 토론에서 얼굴을 찡그리는 등 불만스런 모습을 내비쳐 크게 손해를 봤던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도 케리 후보의 강경 비판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예정된 다음 질문 순서를 지키지 않고 토론 사회자인 ABC 방송의 찰스 깁슨의 발언을 끊고 주장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 감점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케리, “WMD 찾지 못한 부시, 이번 선거 ‘대형사기극’으로 몰아가”**
이번 2차 토론은 외교정책과 안보라는 주제에 국한돼 치러진 1차 토론과는 달리, 주제와 형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지만 역시 최대 이슈는 이라크전 문제였다.
청중으로 참석한 1백40명의 부동층 유권자들로부터 17가지의 모든 방면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2차 토론에서 케리 후보는 최대 화두로 떠오른 ‘듀얼퍼 보고서’와 이라크전과 관련,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WMD를 찾지 못하자 이번 대선 캠페인을 ‘대형사기극 무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케리 후보는 이어 “우리가 영리한 외교를 펼쳤다면 우리는 2천억달러를 아낄 수 있었고 이라크 침략을 피할 수 있었으며 지금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우리가 WMD를 찾지 못해서 유감”이라면서도 “후세인은 뚜렷한 위협이었으며 세계는 그가 사라짐으로써 더 나아졌다”고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내 경쟁자의 계획은 후세인이 여전히 권좌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라며 “케리가 대통령이었다면 세계는 더 위험해 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케리가 이라크전 개전에는 찬성하고 군비 지원은 반대하는 등 이라크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봤던 ‘우유부단한 케리’ 이미지를 심으려고 애썼다.
***부시 “케리, 6자회담 방해”**
이날 토론에서 케리 후보는 지난 1차 토론에 이어 재차 북한의 핵무기를 거론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2년간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은 아마도 4개에서 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강조,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1차 토론에서 케리는 “북한이 4~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 관심을 모았는데 케리는 이날 토론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펼치긴 했으나 “아마도(maybe)"라는 단어를 사용, 1차 토론때보다는 주장하는 강도가 약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케리는 양자접촉을 주장했지만 이는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케리는 나보고 다자적인 접근 방식을 쓰지 않는다고 비난했는데 이번에는 양자접촉을 주장함으로써 6자회담 구도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이밖에도 일자리 문제, 세금 정책, 줄기세포 연구, 낙태 등 국내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는데 특히 세금 정책과 관련, 부시 대통령이 “케리는 집권하면 세금을 올리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케리 후보는 즉시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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