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콜금리를 동결했다. 경기침체 못지 않게 물가불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금통위, 시장-정부 압력 무릅쓰고 콜금리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일 정례회의를 열고 콜금리를 현재의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콜금리는 지난 8월 연 3.7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두달 연속 동결됐다.
박승 한은 총재는 회의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하향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올해 우리 경제가 5%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소비자 물가 오름세는 다소 진정되고 있으나 생산자 물가는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물가안정 노력을 결코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금리동결 이유를 밝혔다.
박 총재는 이어 "중앙은행은 경기와 물가를 같이 배려해야 하고 금융시장 흐름도 건실하게 이끌어야 한다"며 "금융시장에서 충분한 유동성에도 불구, 자금수요가 없어 통화량 증가율이 오히려 둔화되고 있는 데다 한국의 장기금리가 미국보다 오히려 낮은 역전현상으로 자금의 단기화와 국내자금의 해외유출 부작용, 자산 버블(거품)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국내자금 해외유출 우려도 동결의 한 요인이 됐음을 밝혔다.
박 총재는 향후 경기전망과 관련, 현재 우리나라 경기동향은 전반적으로 하향세가 우세하다"며 "당분간 하향세가 지속될 것을 보인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박 총재는 이날 올해 성장률을 '5% 내외'라고 말해 4%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며, 연말 물가 역시 '4% 내외'라고 언급함으로써 당초 예상치보다 높은 4%대까지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 "한마리 토끼라도 확실히 잡자"**
한은이 이처럼 시중의 3년만기 채권 유통수익률이 콜금리 아래로 급락하는 등 시장의 콜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고,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여러 차례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등 정부의 금리인하 압력이 거셈에도 불구하고 콜금리 동결을 발표한 것은 최근 유가급등에 따른 물가불안이 가속화되면서 저성장-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의 우려대로 콜금리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계속 급락하고 채권-주식 등 금융시장만 과열양상을 보이는 '금융 버블'만 초래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기업들은 40조원대 현금을 보유하면서도 투자를 기피하고, 자금난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은 신용불량 때문에 금융기관 돈을 사용하지 못하는 악순환 구조가 존재하는 한 한은의 금리정책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의 콜금리 동결은 이처럼 구조적 불황 국면하에서 성장과 물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대신, 물가라는 한마리 토끼라도 확실히 잡자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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