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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한번 왔으면 좋겠네!", 중국 물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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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한번 왔으면 좋겠네!", 중국 물부족 심각

[중국환경 심층르포] <4> 베이징 식수원에 골프장, 스키장 공사 한창

베이징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150㎞ 떨어진 밀운(密雲) 저수지로 향했다. 계속되는 교통체증에서 벗어나 보자는 생각에 출근시간대를 피해 출발했지만 도로는 빼곡하게 들어찬 차량들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거리에는 도요타, 혼다, 폴크스바겐, BMW 등 손꼽히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차량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마치 중국 자동차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경주하는 듯했다.

밀운현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제법 키 큰 수양버들 군락지가 길게 조성되어 있어 지나가는 이방인을 반긴다. 사이사이로 폐쇄를 눈앞에 둔 공장 지대도 눈에 들어왔다. 가로수들이 이어지던 풍광은 도심을 벗어나자 흙먼지가 날리는 황무지에 녹색의 기운이 듬성듬성 드러났다. 곳곳에는 도시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으며, 벽돌 공장과 레미콘 공장에서는 대형 트럭이 쉴새없이 드나들었다.

밀운 저수지 입구에 이르자 관리인이 우리 일행을 막아선다. 50세 정도의 저수지 경비원은 '싸스(SARS)'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이곳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출입하려면 수리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밀운 저수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을 묻자, 사이 길을 가리켜 주었다. 좁아지는 길이 거의 끝나는 한 모퉁이에 이르자 멀리 저수지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질오염, 모래흙 때문에 식수원 기능 상실한 '관청 저수지'"**

이곳이 바로 밀운 저수지!. 베이징 시민들의 생활용수 80%를 공급하는 생명선을 만난 것이다. 울타리 옆으로 베이징 시환경보호국과 밀운현 인민 정부에서 만든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保護水源人人有責', 우리말로 풀이하면 "수원지를 보호하는 데는 사람마다 책임이 있다"라는 말쯤될까? 저수지는 넓게 형성되어 있었으나 호수 수면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줄어든 저수지의 가장자리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애초 베이징시의 주요 식수원은 29억t 용량의 관청(官廳)저수지였다. 1954년 5월에 완공된 관청 저수지는 신 중국 성립 이후 첫 번째 건설된 대형 저수지로서 저수지 면적은 2백90㎢, 총용량 41.6억㎥이다. 관청 저수지는 일찍이 베이징 지역의 비교적 안정된 음용수원의 하나였으나 상류인 하북성 장가구(張家口) 일대 수십 개의 제지공장, 화학비료공장, 양주공장의 공업폐수 기준초과 배출과 장가구 등 소도시 생활오수의 직접 배출에 따른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1997년 수질이 4-5급 기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도시 음용수원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또한 베이징 가까이에 있는 천막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흙으로 저수지가 심하게 오염되었고 현재는 주로 베이징의 공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베이징시는 최근 들어 인구의 증가, 경제발전, 환경오염 및 동북지구의 연속된 가뭄으로 인하여 현재 심각한 물 부족을 겪으면서 관청 저수지를 음용수원으로 회복시킬 것을 결정함에 따라 중국정부는 2005년까지 하북, 북경, 산서 등 3개 성시에 69억 위안을 투입하여 관청저수지의 음용수 기능을 회복시키고 그 수질이 3급에 이르게 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저수량의 7분의 1밖에 안 찬 베이징 생명선"**

관청 저수지의 대체 수원지로 등장한 밀운 저수지는 47억t이지만 최근 몇년간 계속되는 가뭄으로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현재의 저수량은 7억t에 불과해, 이곳 사람들은 우스개 소리로 "홍수 한번 왔으면 좋겠네!"라고 말한다.

베이징시가 현재 연간 용수 사용량이 40억톤 정도란 걸 감안하면 얼마나 물이 부족한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002년 중국 정부가 '운명'을 걸고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을 착공하기로 결단을 내린 이유를 이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이 사업은 중국 북부 지역의 만성적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강의 물줄기를 북부로 돌리는 구상으로, 현실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중국 북부 지역의 도시화와 인구 집중에 따른 식수난이 워낙 시급했고, 북부 지역의 경제개발 목표를 달성하고 산업화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더 많은 물 공급이 필요했다는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물 부족은 심각하다. 양자강의 이북의 황하를 중심으로 한 중국 북방 지역은 수자원의 절대적인 부족, 즉 물 기근이 물 문제의 핵심과제이다. 취하오훼이(瞿浩輝) 중국 수리부 부부장(副部長)은 지난 2003년 9월에 개최된 중-영(中國-英國) 수문(水文)감독관리포럼에서 "현재 중국은 4백여개 도시가 물 공급이 부족한 상태며 그중 1백10개 도시는 물 부족이 심각하며 중국 전 도시의 연간 물 부족량은 60억㎥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물이 부족한 국가에 속하며 수자원 총량은 2.8억㎥로, 1인당 수자원은 세계 평균 수준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220㎥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1960년대 일부 하천에서 시작된 북방 지역의 강과 하천의 단류(斷流)현상은 1990년대 들어서는 80%의 강과 하천으로 확대되었고, 이들 강과 하천은 계절성 하천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러한 물 부족은 중국인의 생존과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中國環保産業(중국환보산업) 7월호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중국에서는 매년 공업 분야에서 2천억 위안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농업 분야의 손실은 1천5백억 위안에 이른다고 보도해 경제적인 손실을 입고 있다고 했다. 또한 사막화, 토사유출 등 자연 생태계의 퇴화와 파괴가 계속 확대되어 중국인의 생존 공간을 위협하고 있다.

***"매년 20여개의 천연호수가 사라지고 있어"**

중국의 물 부족 원인은 19세기말부터 양자강 북부지역의 기후 온난화와 강우량 감소 등 기후 조건의 변화로 인한 전체 수자원 량의 감소와 매년 약 1천5백만명의 인구증가와 경제와 소비수준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용수량의 급격한 증가를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산업화와 경제규모의 확대로 물의 수요량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보니 공급량은 원만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에서 산업용수 사용량은 해마다 평균 8.5% 증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거의 일치한다. 이는 현재의 물 부족 위기는 경제규모의 확대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개발과 환경의 모순이 물 부족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한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중국의 環境保護(환경보호) 8월호는 물 부족의 원인으로 중국의 물사용량의 70.4%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용수의 낭비와 60%에 불과한 산업용수의 재사용률 등 수자원 이용과 관련 기술의 낙후, 오폐수 등에 따른 심각한 수계오염 등을 들었다. 또한 環境保護(환경보호)는 대규모 간척과 지표수 흐름 제어로 인해 호수 수면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20여개의 천연호수가 사라지고 있다. 20세기 중엽부터 중국 동부, 중부 지역은 간척 및 오염으로 인해 이미 1천여개의 호수가 줄어들었고, 중국의 주요하천 역시 상류지역의 삼림파괴, 수토유실로 인해 수분함양 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우기시에는 홍수가, 가뭄시기에는 하천의 물 흐름량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일부지역에서는 지하수를 무계획적으로 채취하고 있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하수의 과량채취로 인해 현재 침강 현상의 심각한 지역은 56개에 달한다. 수자원 관리가 낙후되어 있고, 물 가격이 낮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있어 수자원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추진해 수자원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식수원, 바로 옆에 골프장과 스키장"**

밀운 저수지 주변에서 만난 지역 주민 역시 저수지의 수량 감소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밀운 저수지 인근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역 주민은 "극심한 가뭄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용수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마전 북경에서 공무원으로 퇴직했다는 그는 환경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정부가 2002년부터 밀운 저수지 인근 2백70㎞를 봉쇄하면서 여기에 포함된 토지에 대해서 지역주민들에게 1무(1무=약 200평 정도)당 8만8천위안을 보상했으며, 이곳에 한국과 일본 등 여러나라에서 보호림 조성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밀운 저수지 보호 노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개발이 한창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밀운 저수지에서 불과 1백여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골프장과 스키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믿겨지지 않았다. 북경시민들의 식수원이라는 곳에 스키장과 골프장이라니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스키장에는 포크레인이 막 작업을 시작하려는 듯 준비에 한창이다. 그 뒤로는 잘 자란 나무들이 베어져 나간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정부에서는 수자원 보호를 위해 밀운 저수지 주변 2백70㎞를 봉쇄했다고 하지만 저수지와 인접한 곳에서는 대형 레저시설이 들어서기 위해 개발이 한창인 걸 보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스키장과 골프장이 완성되고 나면 오폐수 문제와 농약문제가 심각해질텐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더욱이 그는 저수지가 말라가고 남아 있는 물조차 오염된다면 이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어민들의 생존에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경으로 돌아오는 내내, 밀운 저수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흘린 말이 귀에 생생하게 들렸다. "홍수 한번 왔으면 좋겠네1"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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